[Review] 문학과 역사 속의 다양한 사랑에 관하여 - 문학으로 사랑을 읽다

글 입력 2020.05.04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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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백년이 지나도 여전히 읽히고 앞으로도 읽힐 명작들이 있다. 그런 작품들의 특징은 당시 사회를 제대로 고발했거나, 사회 정서와 맞지 않아 큰 논란을 일으켰거나, 교훈적이고 인생에 대한 통찰이 담긴 이야기인 경우들이다. 『문학으로 사랑을 읽다』에는 이름만 봐도 대부분 알만 한 작품과 작가들이 소개되었다. 오직 사랑을 다룬 작품들만.  평소 서양사와 명화, 명작들에 관심이 있던 나에게 이 책은 충분한 흥미를 끌었다.

 

셰익스피어의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를 통해 사랑이 역사 속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보여주기도 하고, 카사노바나 조르주 상드와 같이 한 평생 사랑과 자신의 야망을 쫓으며 살았던 저자들의 생애를, 그리고 구약성경의 『아가』와 고대 인도의 『카마수트라』와 같이 섹슈얼하고 적나라하게 사랑을 묘사한 문헌들의 뒷이야기를 풀어준다. 마치 이 책의 저자가 "옛날 옛적에 이런 책이 있었는데..." 로 시작하는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하다.

 

그 중 특별히 나의 관심을 끌었던 명작들은 에우리피데스의 『메데이아』, 조르주 상드의 『나의 인생이야기』,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처럼 차별 속에서도 자신의 꿈이나 욕망에 솔직했던 여성 주인공을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되는 작품들이다. 그 중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것은 『메데이아』와 『안나 카레니나』다. 두 주인공은 서로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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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데이아>

 


『메데이아』를 간편 요약하자면, “바람난 남편의 배신에 분격한 메데이아가 복수를 위해 남편 이아손의 새 아내와 새 장인, 심지어 자기의 두 아들도 죽인다(p.114)”는 이야기다. 『안나 카레니나』는 불륜이야기다. 지적이고 아름다운 여성 안나는 젊지만 20살 연상인 카레닌 백작과 결혼했다. 둘 사이에는 8살 아들이 있고, 그들은 겉보기에 그럴듯한 결혼생활 중이었지만 안나가 어느날 브론스키라는 청년 장교와 사랑에 빠지면서 그 생활에 금이 간다. 안나는 사교계와, 브론스키, 카레닌, 그리고 아들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감정을 겪다가 결국 기차에 몸을 던져 자살한다.

 

메데이아는 극단적인 복수를 선택했고, 안나 카레니나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생을 마감했다. 두 인물 모두 자신의 감정과 본능에 충실했다. 또 메데이아는 남편에 대한 복수심에 휩싸여 아들을 죽였고, 안나는 사랑에 눈이 멀어 자식을 보지 못했다. 두 인물 모두 모성애 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중시했다. 둘의  차이점도 있다. 메데이아는 남편의 불륜에 분노한 입장이지만 안나는 자신이 불륜의 주체다. 메데이아는 아들을 소유물처럼 대했지만 안나는 아들과의 관계를 다시 복원했다. 그리고 메데이아는 최악의 악녀로 표상되지만 톨스토이가 그려낸 안나는 악인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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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안나 카레니나' 중>

 


두 인물 모두 아름답고, 매력적이고, 지적이다. 그리고 사랑 앞에서 동요하고 흔들린다. 인간은 사랑을 욕망하고, 사랑은 인간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나는 두 인물이 복수든, 사랑이든 자신이 원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음에 희열을 느낀다. 자고로 여성은 남편이 하는대로 두거나, 남편만을 따라야 했던 사회에서 자신을 꺾지 않았으니까. 메데이아가 악녀로 불린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그는 되려 정의롭다. 가부장적 사회에서 메데이아는 “모든 여성을 대표하여 여성에게 가한 남성의 잘못을 보복한 것(p.118)”이라는 저자의 해석에 동의한다. 

 

이 책에서 볼 수 있다시피 '사랑'이란 주제는 역사 곳곳에서 드러나게 혹은 은밀하게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리고 어떤 형태의 사회였던지 사랑은 언제나 존재했고, 사람들로 하여금 생에 대한 통찰을 주었다. 인류 역사의 뒤에 사랑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은 그 방대하고 깊은 이야기들을 맛보기 식으로 가볍게 소개해준다. 정보를 나누는 것이 책의 목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저자의 입장과 가치관에 대해 깊이 알기는 어려웠고, 그래서 나 또한 깊은 차원의 공감이나 사유를 위해 독서하기 보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접한다는 마음으로 보았다. 부분 부분 어떤 책이나 작가에 대한 저자의 해석에 동의하지 못하는 문장들도 있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와 문학 속 사랑에 대한 흥미롭고 다양한 기록들을 소개해주는 저자가 많은 책을 읽고 공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덮고 나니, 계속될 앞으로도 이어질 사랑이야기들에 맘이 설렌다. 이제껏 그래왔듯 앞으로도 '사랑'은 인류에게서 빠질 수 없는 주제일 것이다. 앞으로도 사랑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나왔으면 한다. 더불어 인류의 발전에 따라 그 내용들도 더 깊어지면 좋겠다. 모노아모리나, 이성애, 정상가족만 그려내지 않고, 다양한 사랑이 충분히 아름답고 충분히 애틋할 수 있음을 보고 싶다.

 


독재의 질곡과 민주화의 격랑 속에서도 사람들은 사랑을 하고 섹스를 한다. 아니 반대로 사람들은 사랑의 질곡과 섹스의 격랑 속에서도 정치나 권력과 대면한다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 어쨌든 그 누구도 사랑과 정치는 피할 수 없다. 사랑은 비정치적인 것 중에서 가장 정치적인 것이다. (p.196)


 

 

*


『문학으로 사랑을 읽다』

명작으로 배우는 사랑의 법칙

 

 

지은이 : 김환영

 

출판사 : 싱긋

 

분야 : 인문

 

규격 : 133*203mm 양장

 

쪽 수 : 296쪽

 

발행일 : 2020년 02월 14일

 

정가 : 15,000원

 

ISBN

979-11-90277-25-9 (03800)

 

 

 

[장의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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