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기 [사람]

삶이 엉망진창으로 느껴진다면
글 입력 2020.04.29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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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정말이지 아주 간사한 존재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진행되면서 학교나 직장으로부터 물리적 자유를 얻었던 지난 한 달이었다. 처음은 집에 머무는 것이 편한 듯싶었지만 갑작스레 얻은 무방비한 자유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제껏 자신을 가두던 사회적 속박에서는 훨씬 자유로워졌지만 동시에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꿈꾸는 이 아이러니는 뭘까.


졸업 후 1년 정도의 백수 생활을 통해 나는 진정한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자유와 철저히 멀어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정된 스케줄 없이 무계획적으로 살다 보니 무언가 중요한 것을 놓친 것만 같은 불안함에 시달렸다.


그렇게 백수의 호시절은 나에게 삶을 지탱하는 규범과 원칙이 필수적으로 존재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그 이후로 눈앞에 상황이 막연하고 막막해질 때마다 나만의 규칙을 다시금 되새기는 시간을 갖는다. 삶을 더욱 단순하게 바라보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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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eksi Tappura

 

 

나는 언제나 변하고 싶어 했다.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가져서가 아니라, 현재의 나에 만족하는 법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끊임없이 무언가 부족하다는 생각에 압도되면서, 머릿속의 엉망진창이 그대로 현실에 반영되는 것을 지켜봤다. 그런 나날들이 계속되며 어느 순간부터 삶의 균형이 흐트러지고 일상을 충실히 살지 못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몸과 마음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며 그저 시간의 흐름에 맡긴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 올 때면 대개 습관적으로 무언가를 새로 사거나 새로운 만남을 가지면서 불안감을 일시적으로 해소하려고 한다. 다행히도 새로운 환경은 잠시 동안 최악의 감정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절대로 해결해 주지 못한다. 근본적 결핍감은 무언가를 더함으로써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래된 습관, 환경, 패턴은 새로운 것을 더한다고 바뀌는 것이 아니었다. 알렉산드로스가 오랜 전설 속의 동아줄 매듭을 칼로 단번에 끊어버렸듯이, 자신을 둘러싼 상황들을 한 번쯤은 단호하게 벗어던질 필요가 있다.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라면, 그 정도의 냉정한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삶을 리셋하기


 

삶이 복잡하게 느껴질 때는 의도적으로 단순해져야 한다. 나의 경우 내 방에 있는 물건들을 정리하고 비워내면서 단순함의 미학을 삶에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보다 명료하고 깔끔하게 살기 위해 먼저 물건을 정리하는 이유는 생각보다 주변 환경에 무의식적으로 에너지를 빼앗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잠시 멈춰서 주변을 점검하고 나에게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을 버려보자. 그런 대상들을 떨쳐내는 것만으로도 내면의 평화와 여유를 위한 틈이 생겨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불필요한 물건들과 가구를 하나씩 떨쳐 버림과 동시에 욕심과 집착, 불안도 함께 버릴 수 있었다.

 

 


나만의 원칙 만들기


 

오래된 것들을 버렸다면 스스로의 삶을 바로잡아줄 지침과 규칙을 다시 세워나가야 한다. 다른 사람들의 것을 참고하고 그대로 수용하는 수동적인 자세는 버리고 자기만의 원칙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 계발서, 유명인 강연도 볼 만큼 봤다. 이제 그만 보자)


원칙과 규범이라 하자면 범위가 막연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때도 쉽게 시작하는 것이 좋다. 나는 '몸'과 '마음'으로 나눠서 삶을 더 단순하게 분류하고 바라보고자 했다. 몸과 마음. 내가 가지고 있는 가장 소중한 자산인 이것들을 너무 소홀히 여기며 살고 있지 않았던가.


몸과 마음은 하나다. 즉 몸을 돌보는 것은 마음을 돌본다는 것과 동일하다. 모든 사람은 각자 자기만의 분위기와 에너지를 가진다. 그렇기에 부정적인 생각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람은 그런 에너지가 온몸을 통해 표출된다. 아무리 겉으로 포장하고 감추려 해도 내면에 품고 있는 생각의 온도는 감춰지지 않는 것이다.


더구나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특정한 중독과 강박적 습관에 빠지는데 제발 우리의 소중한 몸을 그런 식으로 방치하지 말자. 건강하고 활력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아주 일상적인 규칙을 세워서 이를 점검해나갈 필요가 있다. 항상 몸을 가볍고 단정하게 가꾸며 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자세를 가져야만 한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기에 정신을 돌보는 일도 중요하다. 하루에 오만가지 생각을 한다는 말이 있듯 그만큼 마음은 쉽게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경우가 많다. 생각과 감정에 끌려다니는 것도 일종의 고질적 습관이다. 그럴 때마다 자신을 가로막는 것들을 그대로 직시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불필요한 것으로부터의 해방을 위해서는 그것들을 명확히 파악하고 대면하려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어렵다면 이에 대해 리스트를 작성하거나 글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 모든 상황 자체를 피하지 않고 바라보기 시작할 때 많은 일을 열린 마음으로 대할 수 있게 된다. 모든 것이 자신의 생각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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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ge Firedman

 

 

자신만의 원칙을 만들기 위해서 가장 유의해야 할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을 가장 가치 있는 사람으로 여기고 스스로를 믿어주는 것이다. 타인의 시선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고 나 아닌 누군가가 되려고 애쓰지 말자.


상상만으로도 자유로워진다. 나의 모습을 잃지 않고 긍정하며 나만의 가치를 타인에게 전해주는 풍요로운 삶을 상상하며 나아가자. 그러기 위해선 모든 일을 진정성 있게 대해야 한다. 자신에게 거짓말하거나 나태해지거나 우리를 억누르는 습관, 잘못된 욕구를 포기할 필요가 있다. 얻는 게 있다면 잃는 게 있다는 진리를 떠올리면 더욱 단순해진다. 그리고 언제나 잊지 말자. 내 인생의 키를 잡고 있는 사람은 바로 나라는 사실을.

 

 

 

기본으로 돌아가기


 

어떤 일에서든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 기본으로, 기본으로, 기본으로 돌아가자.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게 '나'에 대한 것들과 삶의 가치에 대해 보다 명료해질 때 인생을 좀 더 계획적으로,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한 삶은 그저 욕심 없이 평범해지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높은 가치와 의미를 동경하는 것이다. 욕심은 적지만 자신의 가능성과 세상을 향한 꿈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 어떤 것에도 의존하거나 종속되지 않고, 항상 삶의 아름다움과 본질을 바라보며 노력하는 삶. 이런 삶이야말로 가장 자유로운 삶이 아닐까?

 

 

"산다는 것은 하나의 기술이며 이 기술은 노력 없이 얻을 수 없다. 자신의 외면과 내면을 잘 돌보되 이치에 맞게 살라. 그리고 심플하게 살자. 그것이 인간답게 사는 길이다."


도미니크 로로, <심플하게 산다> 中

 

 



[김지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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