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너를 감각하다 - '몸의 언어'

몸의 언어, 우리 감각의 세계
글 입력 2020.04.29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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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를 보는 순간, 그 책에 대한 직감적인 스케치가 지나가는 책이 여기 하나 있다. 여러분도 보시는 지금, 이 책의 표지 위로 스치듯 어떤 직감을 떠올리고 계시지 않을까.


‘몸의 언어’. 사랑과 함께 너무도 자연히 다가와 형성되는 둘 사이의 긴밀한, 전에 없던 언어. 아직 책을 다 펴지 않았지만, 벌써 저 안에 어떠한 언어들이 있을지가 예감처럼 스치어 지나간다.


 

저는 깊고 진한 스킨십은 그 자체로 어떤 메시지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애매하든 몸을 마주하는 이들 사이에 흐르는 어떤 언어가 있다고요.

 

눈만 마주치고 있어도 사랑에 사무칠 수 있고, 키스하면서도 미워할 수 있는 것이 사람만이 나누는 복잡한 대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는 모든 이가 겪는 평범한 사랑의 모습이라고도 여겼기에 그 사랑을 때로는 아주 직설적인 일러스트로 담아냈습니다.


- 프롤로그 중



사랑의 천태만상에 대해, 우리는 하나의 문장으로 집약해 나타낼 수 있을까. 나는 가히 불가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사랑함에 있어, 이렇게 오랜 이야기들이 있었고 여전히 생산되어 나오는 일에 대해서, 우리는 우리 각자의 사랑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편이 더욱 옳겠다.


다만, 그것이 여러 층위를 가지고 있었을 따름이다. 인간이 널리 공유하는 사랑의 모습도 분명 있는 한편으로, 나의 고유한 모습들도 그 안에 섞여 있는 까닭이다.

 

내 사랑에 대해 생각하고 말을 할 적엔, '내 지금 가진 바, 주는 사랑의 역량.', '내 지금 바라는, 받고픈 사랑의 낯.' 그리고 '내 사랑과 네 사랑, 즉 주는 사랑과 받는 사랑 모두가 나아가 닿고픈 미래의 모습' 등이 막 혼재되어 있었다.


이렇게 여러 층위를 가지는 사랑이라는 현상에 대해서, 하나의 단어인 ‘사랑’으로 나는 표현하고 있었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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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뜨거운 물을 부으며,

왜 시들어가느냐고 따지는 일은 없기로 해'

 

 

여기, 사랑을 참 여러 층위로 표현해낸 사람이 한 명 있다. 아무래도 숱한 사랑을 겪어온 덕분이겠다. 자신의 미약했던 풋사랑과 그 아팠던 기억들에서 출발해, 사랑에 대한 보다 성숙한 사유와 인식에 도착하는 모습을 저자는 보이고 있었다.


또한, 사랑의 도취에서 출발해, 의심과 두려움을 지나 갈등 혹은 권태로, 그리곤 끝난 후인 헤어짐의 긴 수렁과 새로운 사랑의 시작으로, 흐르듯 순환하는 '내 사랑의 사계'를 펼쳐 보이고 있었다.


이 안에 충분히 많은 사랑의 모습, 그 단편들이 있다. 우리는 그 전부를 가질 순 없겠으나, 개중 내 바라는 조각 단편만을 가지고 나와도 좋겠다. 혹은, 내 가지고 있는 조각과 알맞은 부분을 찾고서는, 공감 하나 품고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몸의 언어는 서로를 감각하는 일이다. 저 안에는 충분히 많은 사랑의 단편들이 우리 몸과 몸이 애틋히 뒤섞이며 자아내는 어떠한 언어로, 그런 그림들로 표현되고 있었다.

 

 

결핍

결핍이있는 네가 좋아. 

 

오해는 마. 

나는 그곳을 채우려 들지 않을 거야. 

 

내가 줄 수 있는 사랑은 

내 결핍을 열어 보이는 것. 


- p. 62 中



취향

 

너는 나와 디저트를 고를 때면 꼭 치즈케이크를 먹자고 해. 

사실 난 치즈케이크를 아주 좋아하진 않지만 그러자고 하지. 

 

네가 좋아하는 것들을 조금씩 알아가는 게 무척 신나거든. 

너에게 소소한 만족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이런 아무것도 아닌 행위로도 애정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날 기분 좋게 하거든. 


- p. 96 中


난해한 문제

 

"내가 아름다워 보였던 건

우리가 멀리 있었던 탓이야.

멀리서 보면 모든 게 아름답기 마련이지.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니 어때?"

 

- p. 130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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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대담한 일러스트와 시적인 문장으로 독자의 마음을 훔쳤던 나른 작가의 사랑 에세이. 연재 시 먼저 일러스트에 시선을 사로잡혔던 독자들은 그림에 더해진 시적인 글에 더욱 큰 공감을 표했다. 섹슈얼한 그림으로만 알았던 이들에게 나른 작가가 들려주는 감각적이고 문학적인 사랑의 단상은 깊은 울림을 준다.
 
여느 사랑 에세이와 달리 『몸의 언어』에는 아름다운 사랑의 장면만 담겨 있지 않다.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의 설렘과 열정, 익숙해짐에서 오는 편안함, 편안해짐에서 오는 갈등, 갈등에서 오는 이별, 그럼에도 새로 시작하는 사랑…. 누군가를 사랑하는 이들이 거칠 수밖에 없는 '보통의 연애' 과정이 과감한 그림과 시적인 문장으로 유려하게 표현되어 있다.
 
 
*
 
몸의 언어
- 보통의 연애 -


지은이 : 나른

출판사 : 플로베르

분야
에세이

규격
165×210mm

쪽 수 : 184쪽

발행일
2020년 04월 10일

정가 : 16,000원
 
ISBN
979-11-962227-7-2 (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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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나른
 
글 쓰는 일러스트레이터. 그리는 일만큼이나 쓰는 걸 좋아합니다. '사랑'이라는 테마를 때로는 직설적이면서도 낭만적으로, 때로는 귀여운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몸의 언어』가 그에 해당하는 첫 책입니다. 이 책이 사랑의 시작과 끝 사이의 어느 지점, 혹은 사랑의 외부 어느 곳을 배회 중일 우리 모두에게 한 조각 위로를 건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서상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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