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를 사랑해가는 긴 여정 - 빅토리아 토카레바의 '티끌 같은 나'

글 입력 2020.04.2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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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토카레바가 그려가는 여성은 강인하다.


이 강인함이 막대한 부를 지녔다거나 대단한 힘 혹은 지위를 지녔음에 기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서 실패를 맛보면서도 마음을 지탱하며 삶을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인다. 평면적이고 수동적으로 묘사되던 옛 문학 속 여성 캐릭터와 달리 주체적이고 의지적인 한 개체로 그려진다.


<티끌 같은 나>는 다섯 개의 중단편으로 구성된 책. 명확한 시점으로 한 개인의 삶을 다룬다. 소설 속에서 여성은 각 이야기의 주인공을 맡는다. 작가는 캐릭터의 성장을 입체적으로 전개해나가면서 러시아 문학을 고전적이고 투박하다고 여겨왔던 고정관념을 산산조각낸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티끌 같은 나>는 메인으로 수록된 이야기의 제목이다. 넓게 펼쳐진 초원에서 소를 몰며 지내던 안젤라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외딴 시골에서 그녀는 남들이 알아채면 놀랄 원대한 꿈을 꾼다. 그녀의 꿈은 소를 치는 일, 그리고 막막하게 펼쳐진 초원 그 이상의 곳에 있다. 가수가 되길 간절히 바라는 것이다.


담대하게 모스크바로 떠난 그녀는 가수로 거듭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하지만 세상은 너무도 넓었고, 그 속에서 그녀는 아주 작은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재능 있는 사람도, 재능이 없다면 재력이 있는 사람도 아주 많았다. 그럼에도 그녀는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기회가 찾아와 오디션에 참가하게 됐으나, 결과적으로 실패로 돌아가게 된다.


이후 프로듀서를 만나게 됐음에도 돈이 없어서 가수 데뷔의 꿈을 잠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당장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그녀는 일을 시작한다. 치열하게 일상을 살아가고, 일을 해서 돈을 벌고, 하지만 두 손과 마음으로는 꿈을 꼭 쥐고 살아간다. 그녀는 결국 꿈을 이룰 수 있을지.


특유의 담백한 문체로 인해 주인공의 곁을 담담하게 지키는 시선으로 이야기를 따라가게 된다. 그래서일까 안젤라의 이야기가 멀리 느껴지지 않았다. 나와 아주 가까운 이, 나의 지인, 친구, 혹은 나의 이야기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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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주인공인 안젤라는, 아이러니한 말이지만 주인공이 아니었다.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찬 세상 속 나라는 존재는 결코 눈에 띌 수 없는 작디작은 먼지, 티끌과 같은 것. 하지만 넓은 세상의 시선으로,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기보다 오롯이 자신의 시선으로 스스로를 바라보는 그녀는 존재감을 고민하지 않는다.


어쩌면 티끌 같은 나라는 제목에 깃든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굳건한 용기다. 아직 작디작은 자신을 담담하게 인정하는 용기. 티끌 같은 나, 하지만 상관 없다. 그 속에 깃든 꿈과 열정, 희망과 용기를 안고 세상으로 나아갈 것이다.


책에는 이처럼 현실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을 쌓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싸우고 부딛히고, 때로는 생채기가 나 몸과 마음에 피가 솟구쳐도 그 자리에서 자신을 성장시킬 뿐이다. 책 속의 주인공들은 자신을 긍정하며, 자신의 힘으로, 나 자신을 사랑해가는 긴 여정을 떠난다.

 

세상과 사회 속에서 여성의 꿈과 욕망을 다루는 이 이야기는 꽤나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국내 문학에서는 비교적 자주 접해왔지만서도 해외 문학, 특히 러시아 문학에서 이런 주제와 이야기를 다룬다는 것이 충격이었지 싶다.


사실 꿈과 욕망은 아주 당연한 것일진대 아주 긴 기간동안 여성을 주체로 이를 솔직하고 직관적으로 드러낸 이야기가 보편적이지 않았다. 이야기는 형체가 없지만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어서, 이야기를 듣고 본 이에게 새로운 생각과 감정을 심는다. 그것이 무의식에 일어난 일이라고 해도 이야기는 사람과 그 삶에 스며들어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런 주제의 이야기가 중요하다.


클리셰처럼 활용되어온 누군가를 보조하고 헌신하거나 사랑에 휘둘리며 웃고 우는 이미지만이 아니라, 야망을 가지고 제 자리에 우뚝 서서 미래를 쟁취하고자 하는 여성의 모습. 혹 일상 속의 아주 사소한 행위로 나타날지라도 상관없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야망과 사랑이 담긴 이야기가 지금 각자의 자리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용기를 전한다.

 





티끌 같은 나
- One of many -


지은이
빅토리아 토카레바
(Виктория С. Токарева)
 
옮긴이 : 승주연

출판사 : 도서출판 잔

분야
러시아 소설

규격
130×195(mm) / 페이퍼백

쪽 수 : 432쪽

발행일
2020년 03월 30일

정가 : 14,500원

ISBN
979-11-90234-05-4 (03890)



 


[신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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