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에로스적 사랑이 드러난 문학작품 이정표, 도서 '문학으로 사랑을 읽다'

글 입력 2020.04.28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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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환영은 <중앙 일보> <중앙 SUNDAY> <월간 중앙> <포브스 코리아>에 칼럼과 서평, 인터뷰 기사를 써온 저널리스트이다.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중남미학 석사, 정치학 박사를 졸업한 그는 한경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 영어를, 단국대학교 인제아카데미 초빙교수로 고전을 가르쳤다.


앞서 저자는 따뜻한 종교이야기, 마음고전, 세상이 주목한 책과 저자 등 다양한 도서를 출간한 바 있다. 요약하자면, 저자는 저널리스트이자 교양교육 담당 교수, 그리고 다양한 대중교양서를 중심으로 글을 써온 인물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일반적으로 독자가 유추하고 기대하듯이, 이 책은 비교적 읽기 쉬운 내용으로 전개된다.

 

책은 크게 20개지 섹션으로 나누어져 있다. 각 섹션을 구분하는 기준은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는 고전으로, 저자는 모든 사람이 사랑 지상주의자로 살아가며, 모든 텍스트의 궁극적 주제는 사랑이라고 주장한다. 이렇게 서술되면 일반적으로 독자들은 '사랑'의 다양한 의미를 떠올리겠지만, 이 책에서 초점을 두고 있는 사랑은 비교적 제한적이다.


요컨대, 저자가 사랑이라 명명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연인 간의 사랑이다. 그리고 그 중 에서도 에로틱한 감정을 기반으로 한 사랑이다. 또한 명작으로 배우는 '사랑의 법칙'이라 부제목이 명명되고 있으나, 결코 어떤 사랑의 법칙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다만 저자가 사랑을 담은 고전에서 찾은 일종의 단서들이 몇 장의 끝마다 제시된다. 예를 들어 '카사노바의 말말말'에서 카사노바가 "삶을 사랑하지 않은 사람은 살 자격이 없다."와 같은 어록을 기록하는 식이다.

 

책의 구성을 투박하게 분석하자면 아래와 같다. 사랑을 주제로 한 고전의 내용을 소개하고,그 책을 썼던 저자의 사랑이나 삶을 함께 엮어 소개한다. 말미에는 이러한 이야기 중 두드러지는 사랑의 특성을 요약하여 정리한다. 책 섹션의 마지막에는 저자의 삶이 표로 간략하게 제시되어 있다. 본 도서는 책의 내용을 심도 있게 분석하거나, 객관적인 평가를 시도하지 않는다. 앞서 말했듯이 모든 독자가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기술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받은 인상은, 책이 사랑의 어떤 무언가를 분석하려기 보다는 사랑을 주제로 쓰인 책을 소개하려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즉, 내가 읽은 이 책은 일종의 큐레이팅 책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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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이반 투르게네프의 첫사랑을 첫사랑의 고유한 특성으로 읽으며, 카사노바를 사랑지상주의자로 묘사한다. 셰익스피어에서 등장한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를 사랑으로서의 승리자로 놓고,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두 연인이 오만과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짐으로써 사랑에 빠지는 소설로 해석한다. 카마수트라나 사랑의 기술이 가진 혁명성에 의미를 두기도 한다. 다양한 작품이 사랑을 주제로 나열되어 있다.

 

고전의 이름과 저자가 가지는 권위는 때로 그 책을 더 읽기 어렵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고전 명작의 어려움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별다른 고뇌 없이 추천될만하다. 이 책에서 묘사되고 있는 셰익스피어, 니체, 케르케고르는 읽기 쉬울뿐만 아니라, "이 정도라면 나도 읽어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솜씨 있게 소개되고 있다. 내가 느낀 대로 이 책이 큐레이팅을 목적으로 한 책이었다면, 이 부분에서는 충분히 성공을 거두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반대로, 큐레이팅 도서가 갖는 단점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이 책을 읽어서만은 저자가 말하려는 사랑이 무엇인지, 이 명작들이 가지는 가치는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제한된 주제 안에서 책이 논의된다는 것도 아쉽다. 이성애적 사랑을 읽기 쉬운 틀에 맞춰 해석하려다 보니, 개인적으로 공감할 수 없는 저자의 문장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저자는 "내가 지금 하는 일이 첫사랑인 사람은 행복하다"라고 서술했다. 하지만 진정으로 누군가를 사랑해 본 적 있는 사람, 특히 첫사랑에 빠져든 사람이라면 '행복하다'라는 표현에 공감할 수 없을 것이다. 애당초 '사랑은 행복하다', '사랑을 하는 자는 행복하다'라고 자신할 수 있을까? 또한 저자는 "상드는 평범한 여성이었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물론 저자가 문맥상 상드에게 쏟아지던 다양한 평가에 대해 개인적인 행복을 꾀한 상드의 삶을 요약하려 했던 것을 이해한다. 그녀가 실제로 페미니즘과 어떤 관계를 맺건, 그녀가 남성과 여성의 본성을 같은 선상에 두고 자유롭게 글을 써내려간 한 명의 작가, 혹은 그녀 말대로 한가지 성의 '인간'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이런 맥락에서 '평범한 여성'이라는 저자의 평가에 공감할 수 없다. 이후는 나의 개인적인 해석이지만, 애당초 그녀가 '진정한 페미니스트인가 아닌가'를 평가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무언가 뒤틀렸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는 표현 방식의 차이지, 그 내용만에서는 차이가 없을 수 있다. 심지어 내가 제기한 문제는 이 책의 목적에서 심히 벗어난 주제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나에게는 쉬이 읽히지 않는 부분이 많았던 것은 이 책이 기본적으로 '사랑 지상주의자'들을 위해 쓰여졌음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서문의 선언 아래에서, 나는 이 책이 문학에서 표현되는 사랑을 삶의 부산물이 아닌 목적 자체로 해석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에 따라, 내 해석이 오독의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심스럽게 불만을 내비쳐보려 한다. 근본적으로 이는 책의 문제라기보단 이 글을 쓰는 나의 개인적인 취향과 사랑을 바라보는 태도와 관련된 불만일 것이다.

 

종합하자면, 본 도서는 사랑을 주제로 문학 책을 고르고 싶은 독자들에게 좋은 이정표가 되어준다. 여기서 말하는 사랑은 에로틱한 양상을 띄고 있는 사랑으로써, 책은 여러 작품과 저자의 삶을 부담 없이 읽힐 수 있도록 솜씨 있게 기술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랑이라는 주제에 묶여있다는 점, 소개를 목적으로 쓰인 책으로써 갖는 제한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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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으로 사랑을 읽다

명작으로 배우는 사랑의 법칙

 

저자

김환영

 

쪽수

296쪽

 

정가

15,000원

 

출판사

싱긋

 

 


 

 
[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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