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진정한 예술을 위해서라면 미쳐야만 하는가 - "블랙스완" [영화]

욕망과 광기, 그리고 예술
글 입력 2020.04.26 10:4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학창시절, 교수님의 강의 내용 중 영화 블랙스완에 대한 내용 다루는 것이 있었다. 물론 그 안의 내용을 다루기보다는 그 영화가 끝난 후의 법정에서 있던 논란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 수업이어서 이 영화와는 관련이 없어 전혀 내용적으로 알 수가 없었다.

 

 

블랙스완.jpg

 

 

수업이 끝난 후 이 영화에 대해 한 번쯤 봐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전공과 관련이 있고 예술성 있는 작품이라고 2011년 아카데미에서 5개 부분 노미네이트를 석권한 데서 비롯된 단순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영화를 본 후에는 복잡한 심경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예술인이라면 한 번쯤은 주인공 "니나"의 입장에서 이해가 될 것이고 더욱이 여러 가지 감정이 들 만한 영화라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시절이 생각난다. 남들 앞에서 보여주기 좋아했던 어린 소녀인 나는 보여주기 좋아했던 것과는 달리 소심한 성격이었다. 어찌어찌 연기로 어린 시절 전공을 선택하며 이러한 성격과 맞물려 딜레마에 빠졌던 것 같다. 내 역할에 충실해야 했지만 몰입하기 힘들어했던 것이 기억난다. 한 번도 남자를 유혹해 본적이 없었지만 내가 주어진 역할들은 거의 그런 식이었다.


때로는 더 나아가 사람을 죽이고도 모른척해야 하는 그런 역할이 주어질 때도 있었다. 마녀와 같은 역할을 할 때는 항상 끝나고 힘들어 진이 빠질 때가 많았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며 자책하던 순간들도 있었던 것 같다.

 

 

블랙스완의 주인공 니나는 이러한 면에서 나와 비슷한 모습이 있다. 니나는 백조의 호수의 주인공으로 발탁되어서 아름다운 백조와 어두운 면모의 흑조를 연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어두운 흑조의 역할에 대한 부분을 처음에는 부정하며 계속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딜레마에 놓이게 된다.


 

그 당시 날 가르쳐주셨던 선생님의 가르침이 생각난다. 나의 센 이미지 덕분인지 항상 제정신이 아닌 캐릭터를 연기했었는데 그걸 잘 소화하지 못하고 자신감 없어하던 나에게는 정말 큰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연기하고 싶어서 전공을 이걸로 선택한 거 아냐? 너의 이미지는 소녀스러운 이미지가 아닌데 왜 그쪽으로 주장하니. 네가 이것을 선택했다면 너 자신을 인정하고 내려놔야 해. 그렇지 못하면 여기서 살아남을 수 없어." 이런 식의 이야기였다.


지금 들으면 아무렇지 않을 이야기지만 그 당시 어리고 여렸던 소녀의 마음에서 정말 큰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그날 정말 펑펑 울었고 조금은 나 자신을 내려놨던 것 같다. 그 선생님께는 아직까지도 감사하다. 그렇게 말해주지 않았다면 나는 계속 더욱 틀안에 날 가둬놨을 테니.

 

 

엄마의손길을느끼는나탈리.jpg

 

 

니나는 항상 엄마의 손길을 느끼며 자라온 아이여서 더욱이 틀안에 갇혀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성인이 되었지만 그녀가 잠들 때는 항상 반짝반짝 빛나는 오르골과 인형이 함께한다. 또한 엄마의 구속은 그녀가 발레리나 생활을 할 때도 계속 따라다닌다. 그녀는 그러한 구속과 속박을 벗어던진 채 진짜 흑조가 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일탈을 시도한다.

 

 

한 번은 이런 적이 있었다. 같은 반 동기였던 친한 친구의 말이었다. "왜 항상 너를 가두려고 해? 착한척 하지 마.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면 되잖아." 굉장히 친했던 남자아이였는데 무언가 나를 안타까워하는 것 같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들로 계속해서 나도 내 스스로 가두려고 했던 것을 깨려고 시도했던 것 같다. 물론 블랙스완에서의 니나처럼 일탈적이 부분은 아니고 연기적인 것에서 그 사람의 있는 그대로를 느끼고자 노력했다.


그러면서 차츰 실력이 나아지고 있는 것을 느꼈던 것 같다. 영화를 보면서 니나가 가지고 있지 않은 흑조의 면모를 느끼고자 저지른 일탈적인 행위가 정당하진 않지만 왜 그렇게 저지르고 그런 환상에 쉽게 휩싸이는지에 대한 부분에서는 이와 같이 니나의 심경이 더욱이 이해가 가는 부분이 많았다.

 

 

마침내 완벽한 흑조.JPG

 

 

영화에서의 니나는 결국 마침내 완벽한 흑조가 된다. 완벽한 흑조가 되기 위해 노력하며 더욱 광기에 사로잡히는 니나를 보며 진정한 예술이란 미쳐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문이 오랜만에 다시금 떠올랐다. 광기에 미쳐 환상에 사로잡힌 후 완벽히 연기를 끝마치고 파멸에 이르는 니나를 보며 진정한 예술에 대한 고찰과 예술가의 숙명은 진정으로 자신을 모습을 내던질 수 있을 때 이루어지는가에 대한 물음도 다시금 스스로에게 던져보았다.


 

예술가들은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돌아본다. 정말 흔한 말로 자기가 온전히 그 예술작품 안에서 수행을 했을 때, 혼연일체 말 그래도 그 안에서 미쳐있을 때에 완벽한 작품이 나온다고들 이야기한다.


그것이 자기 자신을 파멸로 이를지라도 끊임없이 그 안에서 자신을 내려놓고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하는 이들. 미치는 것이 뭔지 미쳐서 내가 진짜로 느낄 수 있는 것이 뭔지에 대해 누군가에게 반문해 완벽한 해답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진정한 예술로서의 자기 자신을 만들기 위한 고충을 느끼는 예술가의 심리를 소름 끼치고 생생하게 보여주는 영화는 처음인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때로는 무력감을, 마지막 장면에서는 나도 잠깐 진짜 원하고 바라던 모습을 니나에게 투영시켜 쾌감을 맛볼 수 있었던 영화였다.

 

 

마침내 완벽.JPG

 

 



[허연수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53318
 
 
 
 

등록번호 : 경기, 아52475   |   E-Mail : artinsight@naver.com
발행인/기사배열책임자 : 박형주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형주
Copyright ⓒ 2013-2020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