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이렇게 흘러가는 세상 [도서]

영화부터 스포츠까지 유체역학으로 바라본 세계
글 입력 2020.04.25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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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체역학은 천생 문과인 나에게는 굉장히 낯설고 먼 개념이다. 고등학교까지의 교육과정에서 배웠더라도 아마 기억을 못해서이기도 하고, 대학 입학 후에는 더욱이 접할 기회가 없어 굳이 시도하지 않는다면 유체역학이라는 학문은 필자와 가까워질 일이 없는 것이다.


전공자가 아니라면 모두가 비슷할 이 상황이 안타까웠는지, 저자는 유체역학은 우리의 일상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고 말한다. 의식하지 않는다면 몰랐을, 너무나도 일상적이고 생각지도 못할 분야에서 유체역학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으며 그 연구 결과는 인류의 발전에 크고 작은 보탬이 되고 있다고 말이다.


<이렇게 흘러가는 세상>은 유체역학의 기술적 사례뿐만 아니라, 모르고 지나쳤던 흔한 현상에 유체역학적 원리까지 살펴보는 책이다. ‘<겨울왕국>의 진짜 같은 파도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출퇴근길 차량의 움직임도 예측할 수 있을까?’, ‘돈의 흐름을 계산하는 것도 가능할까?’와 같은 질문에 대한 물리학자와 공학자들의 해답이 흥미롭게 전달된다. 영화․교통․의학․미술․경제 등 총 아홉 분야 속 유체역학의 각종 사례들로 독자들은 유체역학의 새로운 면모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오늘날의 유체역학은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다. 물론 류현진이 유체역학을 완벽히 이해해서 마구를 던지는 것이 아니며, 잭슨 폴록이 물감의 물성을 분석했기 때문에 명작을 탄생시켰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유체역학의 발전을 통해 우리는 여러 물리 현상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고, 이 지식체계를 통해 실생활에서 유체역학을 활용하고 재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흘러가는 세상>은 이러한 유체역학의 현주소를 다양한 분야를 통해 풀어내는 책이다.


 

 

컴퓨터 그래픽과 유체역학



최근에 가장 큰 흥행을 이끈 작품으로 회자되는 겨울왕국 시리즈, 전 세계인의 열광을 받는 스타워즈 시리즈, 그리고 인터스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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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 작품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세 경우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지만, 바로 컴퓨터 그래픽에 유체역학이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영화를 볼 때는 보통 스토리와 음악, 연출 등에 주목하다보니 장면의 디테일과 그래픽 하나하나를 주목해서 보기는 아무래도 어렵다.


그러나 바람에 흩날리는 엘사의 머리카락과 인터스텔라에서 웜홀로 빠져드는 순간의 장면이 영화에서 인물과 스토리를 더 돋보이게 만들어줬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영화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었던 이 훌륭한 그래픽에는 다름 아닌 유체역학이 있었다.

 


흐를 수 있는 모든 액체와 기체를 합쳐 ‘유체’라 하고, 유체의 특성과 움직임을 연구하는 학문을 ‘유체역학’이라 한다.


- p.4

 

 

이 말은 우리 주변에 흐르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 액체와 기체는 모두 유체역학의 연구 대상이 된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때문에 엄청난 파도와 바람을 실제 자연 현상과 같이 표현하기 위해서는 유체 역학 방정식을 풀어야 하며, 시간에 따른 속도와 공기의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아주 작은 단위까지 나누어 그래프로 나타내고 여러 번 시뮬레이션을 돌려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단위가 작아질수록 더 정확한 결과를 얻어낼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이 과정에서는 과학자가 필요하고, 이 외에도 컴퓨터 그래픽 기술자와 여러 전문가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를 몰랐을 때는 유체역학의 분야라고 생각해보지 않았던 컴퓨터 그래픽이 이토록 과학적인 세계였다니, 놀랍고 생경했다.

 

 


예술에도 유체역학이 있다(?)


 

예술 분야는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챕터였다. 늘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고, 어쩌면 대척점에 있는 것 같은 예술과 유체역학이 어떻게 접점을 이루고 있는지도 궁금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루이지 꼴라니’와 같이 공기역학을 전공한 유명한 디자이너들도 있지만 여전히 두 분야는 연관지어 생각하기가 쉽지 않다.

 

책에서는 잭슨 폴록, 레오나르도 다빈치, 고흐 등 익히 알려진 예술가들의 작품에 유체역학이 숨어있다고 말한다. 액션 페인팅으로 너무나 유명한 잭슨 폴록이 사용한 물감의 점성과 물감 줄기의 반경에 대해 연구해 볼 생각을 한 것도 너무나 흥미롭지만, 그의 작품 속 물감 유량의 상관관계를 알아내는 것은 또 다른 감상의 지평을 열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감 줄기의 반경이 클수록, 물감의 점성이 클수록 물감의 유량이 증가하고, 물감을 용제로 희석하여 적절한 점도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이용해 원하는 속도로 원하는 선을 그려낸다는 것은, 멋진 일인 것 같다. 물론 폴록은 유체역학 전공자가 아니므로 이 모든 역학 관계를 경험적으로 체득해 창작을 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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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그림에서는 난류를 발견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떠올려 볼 수 있는 것은, ‘별이 빛나는 밤’과 ‘까마귀가 나는 밀밭’이다. 두 작품 모두에서는 고흐의 작품에서만 나타나는 둥근 바람의 형태가 있다.


인간은 바람을 다양한 형태로 표현해왔지만, 고흐의 붓 터치는 난류의 실제 모습과 닮아있다고 과학자들은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가 실제로 천문학에 관심이 많았던 점을 고려하면 그의 그림은 실제 난류와 연관지어 충분히 연구해볼 가치가 있다고 한다.


혹자는 굳이 예술작품을 과학과 함께 생각해야 하는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인간의 감정과 창의성의 산물이 대부분이었던 예술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접근하면 너무 피곤해지지 않을까 - 라고 한다면 굳이 그 의견에 반박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나 과학적 연구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고 때로는 더욱 생동감 있는 자연물을 그려내고 이전에 없던 표현법을 활용해 볼 수 있다면 분명 가치있는 연구가 될 것이라 생각해본다. 기술적인 접근이긴 하지만, 이제 예술과 기술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시대가 된 만큼 충분히 상부상조가 가능하지 않을까?

 

*

 

두 분야에 대해서만 언급했지만, 책에서는 총 9개 분야 속 유체역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교통, 의학, 경제, 건축, 전쟁, 스포츠, 요리 등 여러 분야에서 유체역학은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다. 이전보다 연구 대상과 범위가 확대되면서, 액체와 기체에 대한 생각을 확장하고 과학을 생활 속으로 끌어들인 것은 물론 유체역학이라는 학문 자체에 큰 변혁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전혀 관련 없는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중들에게도 전과 다른 사고의 기회를 제공하고 다양한 폭의 경험을 할 수 있게 한다는 것 또한 책을 읽으며 깨닫게 되었다. 이질적인 분야의 만남이 매력적일 수 있다는 것, 유체역학이 꽤 흥미로운 학문이라는 이 책의 메시지가 나는 마음에 들었다.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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