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V 기록] "그날, 우리는 놈의 사냥감이 되었다", '사냥의 시간' 온라인 GV

영화 '사냥의 시간' 온라인 GV
글 입력 2020.04.25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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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3일 (목) 넷플릭스 코리아 유튜브 채널과 네이버 V 라이브 채널에서 영화 ‘사냥의 시간’ 온라인 GV가 진행되었다. 이날 자리에는 배우 이제훈, 안재홍, 최우식, 박정민, 박해수, 윤성현 감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GV 진행은 이동진 평론가가 맡았다.

 

윤성현 감독의 ‘사냥의 시간’(2020)은 희망 없는 도시, 네 친구가 위험한 계획을 시행하려다 정체불명의 추격자에게 쫓기게 되는 상황을 그려낸 서스펜스물이다. 단순하고 직선적인 서사 안에 웅장한 사운드, 독특한 앵글의 촬영, 다채로운 색감의 조명이 어우러져 관객이 즐길 수 있는 체험적인 영화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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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_ 9년 전, ‘파수꾼’으로 큰 성공을 거두셨다. 9년 만에 두 번째 영화로 관객분들과 만나게 되셨는데 만감이 교차할 것 같다. 지금 심정이 어떤가.

 

윤성현_ 9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는 느낌이 실감 나지 않는다. 제 입장에선 생각보다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 것 같다. 개봉하기 전, 코로나와 여러 가지 일들로 인해서 계속 밀리게 되는 상황을 겪다 보니까 ‘과연 개봉이 될까’ 싶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 공개된 것도 사실 믿기지가 않는다. 하루 정도 지나야 실감이 날 것 같다.


 

이동진_ ‘사냥의 시간’은 오후 4시를 기점으로 전 세계 190개국에 넷플릭스로 동시 개봉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이제훈_ 어떻게 보면 넷플릭스라는 OTT 서비스로 인해서 저희가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는 과정 속에 있다고 생각한다. 극장에 못가서 아쉽기도 하지만 넷플릭스를 통해서 ‘사냥의 시간’이 공개된 것이 한편으로는 행운이라는 생각도 든다. 고생스럽게 만든 작품을 세계적인 플랫폼 시스템에서 볼 수 있다는 게 감사하고, 190개국 동시 개봉이라는 점에서 배우 입장에서는 설레고 기대감이 든다.


 

이동진_ 이 영화를 기다려온 가장 큰 이유가 ‘파수꾼’에 대한 열광 때문이지 않을까. 9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후 두번째 영화를 내놓으시게 되었는데 영화를 만들면서 어떠한 이미지, 모티브로 시작하신 건지 최초의 발상이 궁금하다.

 

윤성현_ ‘파수꾼’ 같은 경우는 감정적인 영역과 정서적인 영역에서 고민을 깊게 한 영화이다. ‘사냥의 시간’ 구상은 ‘파수꾼’과 같이 플롯이 복잡하고 감정적으로 파고드는 영화보다도 직선적인 영화를 해보고 싶다는 것에서 부터 출발했다. 한국 사회를 지옥으로 대변하는 영화들이 많이 유행하던 시기에 처음 구상하게 된 영화였다. '진짜 지옥을 보여주면 어떨까'라는 발상에서부터 시작하였다. 이야기를 구상해나가면서 직선적인 이야기에 대한 욕심이 있었고, 개인적으로 '어떤 장르로 풀어나갈까'라는 고민 끝에 여러 가지 장르들을 녹여내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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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_ 촬영 시, 로케이션 느낌이 어땠나.

 

박정민_ 감독님이 영화를 만드시기 전에 프리 단계에서 헌팅만 1년이 걸렸다. 그렇게 헌팅 된 장소에서 저희는 연기를 한 거다. 처음 세팅된 공간에 갔을 때, ‘여기가 뭐 하던 곳이지?’ 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소품배치와 로케이션 헌팅이 잘되어있었다. 그렇게 되면 배우 입장에선 연기를 하는 데에 도움을 받는다. 굳이 '여기는 어디야.’ 라는 상상을 하지 않고 바로 쑥 들어가서 연기하면 되니까. 그 부분에 있어서 감독님과 스텝분들께 큰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이동진_ 직선적이고, 심플하고, 긴장감이 굉장한 영화다. 주로 쫓기는 액션씬이 많기도 하다. 직접 몸으로 부딪히는 연기를 하셨을 때 어떤 감정이 들었나.

 

최우식_ 지하주차장에서 촬영을 했을 때 2주 넘게 진행되었다. 힘도 많이 줘야 하고 위험한 장면도 있었다. 공간이 주는 분위기도 그렇고 한이 어디에서 나올지도 모르는 상태여서 조금 무섭기도 했다. 그 순간에 이제훈 배우님이 차를 직접 다 운전하셨고 저희는 직접 차에 타 있었다. 그래서인지 현장 자체가 긴장감 넘쳤고, 한편으로는 재밌는 경험이기도 했다.

 


이동진_ 영화 속에서 유일하게 죽는 모습이 등장하는 캐릭터가 장호이다. 마지막 모습을 촬영 말미에 찍으셨다고 들었는데 정말 고생이 많으셨겠다.

 

안재홍_ ‘쉬운 게 없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밤 시간에 촬영을 해야 했는데 짧은 시간 속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고 이제훈 배우님과 서로 힘을 주고받았던 기억이 난다. 이제훈 배우님이 어깨 정도로 걸리는 쇼트에서도 진심으로 감정을 끌어내주시려 하는데 너무 고마웠고 큰 의지가 되었다.

 


이동진_ 후반부, 막상 낙원에 갔는데 쓸쓸한 모습을 보이더라. 그때 심정이 어땠나.

 

이제훈_ 촬영 초반부에는 배우들과 함께 있었지만 시간이 흘러 상수가 떠나고, 기훈이 떠나고 마지막에 장호가 죽음을 맞이한다. 순차적으로 촬영을 해나가서 그런지 대만에 갔을 때 너무 외로웠다. 분명히 꿈을 향해 목적을 달성했는데 정작 주위에 내가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없게 되니 쓸쓸했다. 내 꿈을 향해서 달려가면 행복할 수밖에 없다고 믿었는데 친구가 없으니까 외롭고 죄책감이 들었다. 내가 연기하지 않아도 이들이 없으니까 실제로 힘들고 우울했다. 덧붙여 그간 도망가고 회피해왔는데 다시 돌아가는 준석의 캐릭터를 연기하며 맞서 싸울 수밖에 없는 게 세상이라는 것을 느꼈다.

 


Q. ‘사냥의 시간’의 준석과 ‘파수꾼’의 기태의 닮은 점 혹은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제훈_ 윤성현 감독님이 저를 두고 '사냥의 시간' 시나리오를 써주셨고, 리더로써 친구들을 이끄는 모습들을 그려내셨다. 그 점에서 ‘파수꾼’의 기태가 많이 생각났고, 그러한 기질을 준석에게로 끌어오고 싶었다. 다른 점은 ‘파수꾼’이 학창시절의 이야기라면 ‘사냥의 시간’은 현실 그 자체다. 기태 같은 경우는 친구들로 인해서 내려놓을 수밖에 없는 약한 존재라고 느꼈던 반면, 준석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사냥의 시간’이라는 경험을 통해서 얻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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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_ 한이라는 인물은 사냥을 즐기는 인물로 보인다. 존댓말을 사용한다든지, 공포스럽고도 나이스하게 말해서 이 인물은 실제 사람이라기보다는 인격화되어있는 어마 무시한 존재 같이 느껴진다. 이러한 연기는 어려웠을 텐데 살려내고 싶었던 부분이 있었나.

 

박해수_ 어떤 인물을 표현할 때 동기나 이유 없이 움직이기 힘들다는 걸 알아서 열심히 동기와 이유를 찾는다. 그래서 작품에서 한 역할을 연기할 때 내면에서의 동기나 이유를 찾아봤다. 제 나름의 동기는 “이들을 심판할 사람은 나밖에 없다.”였다. 그렇게 하나의 이유와 원칙을 가지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의 공포감을 표현해갔다.


 

Q. 한의 사냥의 순간, 본인이 생각하는 베스트 컷이 있다면.

 

박해수_ 준석이와의 첫 만남 씬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준석의 눈과 현장에서의 공기가 계속 생각나고, 그것이 한을 움직이게 했던 동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때 이제훈 배우님의 눈빛과 현장에서의 느낌이 잊히지 않는다. “5분 줄게.”라는 대사도 뇌리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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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주인공들은 우정을 믿고, 순수하지만 거친 욕을 한다. 정작 악역인 한의 캐릭터도 잔인하지만 세상 예의 바르다. 이런 모순된 설정을 한 이유가 있나.

 

윤성현_ 의도가 있었다기보다는 주인공들이 자라온 환경들을 많이 생각했다. 자라온 환경들을 생각하면서 그들의 말투, 걸음걸이, 동작들을 생각했고, 그 부분에 있어서 거칠고 미성숙한 행동을 하지 않을까 싶었다. 거친 말들이 많이 나오셨다고 했는데 제가 생각한 리얼한 지점보다는 욕을 적게 했다고 느꼈다. 한 같은 경우는 마지막에는 말을 놓는다. 마지막에 말을 놓는 지점에 올 때까지 거리감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아이러니적인 요소로서 봐주셨는데 의도적으로 아이러니를 넣은 게 아니라 거리감을 주는 인물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시나리오를 쓸 때, 한의 대사를 반말로 해보면 어떨까 했는데 캐릭터적으로 맞지 않는 듯했다. 비로소 막판에 와서 명확히 자기입장을 이야기할 때 존댓말이 아닌 반말을 사용하게 하고 싶었다.

 


Q. 감독님 작품들 속에 소년성이 많이 드러나는데 그러한 감성의 원천은 어디서 나오나.

 

윤성현_ 소년적인 감수성이 많아서 찍었다기보다도 어쩌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무의식적으로 흘러간 것 같다. 제가 극장에서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어야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감수성이 담긴 이야기를 상업영화에서도 풀어내면 좋겠다 싶었다. 이야기가 한국 사회를 지옥으로 빗대는 어휘에서부터 시작됐다 보니까 젊은 청년들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이동진_뿌듯함도 있고 아쉬움도 있을 텐데 '이거 하나는 제대로 한 것 같다.'는 것이 있나.

 

윤성현_ 서스펜스 영화라고 생각하고 만든 거다 보니까 서스펜스적인 부분들을 제 나름은 다양한 형태로 보이게 하려고 많이 노력했다. 제가 봤을 때 서스펜스 영역이 분명히 영화의 본질이고 제 개인적으로는 잘 표현됐다고 생각했는데 받아들이는 건 관객의 몫이다. 간단히 요약해서 말씀드리자면, ‘사냥의 시간’은 서스펜스 영화이고 서스펜스를 위해 노력한 영화이다.

 

이동진_ 마지막 인사 부탁드린다.

 

윤성현_ ‘사냥의 시간’은 젊은 배우들이 나오는 동시에 젊은 감성을 담으려고 노력한 영화이며, 서스펜스가 주가 되는 영화다. 서스펜스를 어떤 플롯적인 영역으로 풀어나갔다기보다도 영화가 가진 본질적인 사운드와 배우들의 모습으로 가득담은 영화이다 보니까 개인적으로 영화를 핸드폰에서 보시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가능하다면 큰소리로, 큰 화면에서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러면 이 영화가 만들어진 이유와 장점들을 느끼실 수 있을 것 같다.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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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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