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Q가 대체 뭐야? - 제목으로 작품 읽기, 윤고은의 Q [도서]

이 작품의 제목은 왜 Q인가. Q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글 입력 2020.04.2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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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s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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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작품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 전반적인 내용이나 흐름을 요약해서 제시하기도 하고, 내용과의 간극을 통해서 독자를 사유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기도 한다. 간혹 제목에 보편적이고 흔한 이름을 붙이거나 별다른 의미부여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그 경우에도 제목은 그 자체로 비평적 해석의 영역으로 남는다.


제목은 작품의 얼굴이다. 대부분의 독자에게 가장 먼저 전달되어, 책을 소개하고 선택하도록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긴 내용을 한 번에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제목은 작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궁금증을 자아내는 제목을 짓는건 창작자의 피할 수 없는 큰 과제 중 하나이다.


제목이 작품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작품의 판매에도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인 만큼 흥미로운 요소임은 분명하다. 그 중에서도 어떤 작품의 제목은 우리를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오늘 소개 할 작품인 윤고은 작가의 단편소설 ‘Q’도 역시 그런 제목을 가졌다. 짧고 간결한 제목을 가진 이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제목을 중심으로 풀어낼 생각이다.


첫 번째 Q는 소제목에서 밝힌바와 같이 Question이다. 영어 알파벳으로 읽어야 하는지, 그림으로 봐야 하는지, 오타가 났거나 인쇄가 잘못된 것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이 작품의 제목은 우리에게 질문(Question)을 던진다. 이 작품의 제목은 왜 Q인가. Q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Q라는 제목과 소설의 내용 그리고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은 어떤 관계를 이루고 있는가. 윤고은 작가의 소설 ‘Q‘는 작품의 도입부에서부터 Question을 통해 우리를 사유의 자리로 초대한다.


  


Quick


 

소설의 주인공은 작가다. 그는 글을 쓰기 위해 이 도시에 왔다. Q도시를 재개발해 문화산책도시로 탈바꿈하는 프로젝트에서 지자체와 협력하는 창작 파트를 맡았기 때문이다. 그런 일이 종종 있다. 드라마나 영화가 유명해지면 그 배경이 됐던 지역이 관광 명소로 자리잡고, 지역 상권을 살리기도 하는 경우 말이다. Q도시는 도시 기획 단계에서부터 계획적으로 그런 효과를 노리고자 주인공에게 소설을 부탁한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Q도시 사람들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인다. 그들은 소설이 완성되기도 전에 소설에 등장하는 장소를 구성한다. 냉면집, 해바라기 꽃밭에 이어 심지어는 허허발판을 만들고 로데오거리를 건설하기도 한다. 온 도시가 그의 소설에 온통 신경을 집중하며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인다. Q는 그들의 빠른(Quick) 모습을 보여주는 Quick이다.

 

 

 

Q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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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Q사인은 촬영을 시작한다는 의미이다. 촬영이 시작되면 배우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연기해야 한다. 주인공인 그도 마찬가지이다. Q도시와의 계약(Q프로젝트에서 소설을 써주겠다는 것)이라는 Q사인이 떨어진 후부터 그는 심한 압박감을 느낀다. Q는 계약 이후 자신이 쓰고싶은 글을 쓰지 못하고, 부담감을 느끼는 주인공의 상황을 표현하는 Q사인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Q – 올가미의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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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진도가 나가지 않고 시간은 흘러간다. 그 부담감은 마치 올가미처럼 주인공의 목을 조여온다. Q도시 사람들과 마주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그런데 그의 발언은 곧 현실이 되어, 아직 쓰지도 못한 소설에 등장하는 장소가 실제로 생겨난다. 소설에 등장한 가게가 되기 위해 사람들이 개업하고 투자하는 그것들은 이제 그가 소설속에 써야만 하는 장소가 되고 만다.


문화산책도시로 탈바꿈 해나가는 Q도시의 명물은 강아지와의 산책 코스이다. 여러 옵션의 산책로 중 하나를 고르고, 함께 산책하고 싶은 강아지를 골라 함께 걸을 수 있다. 산책 중 배변을 하거나 실수를 하는 강아지는 도태되어 사라진다. 개들 역시 Q도시에서 생존을 건 압박을 받는건 마찬가지이다.

 

 

 

Q – 배변활동 하는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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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는 배변활동을 하는 강아지 뒷모습의 형상화 같기도 하다. 이것은 작품 속 중요한 키워드인 '배변과 변비'와 연결된다. 사회의 요구와 압박에 의해 심리적, 육체적 변비를 겪는 주인공은 산책로에서 배변활동을 하는 강아지에게 자신을 동일시한다.


또한 상품가치를 잃어 다시는 찾아볼수 없게 된 강아지의 운명은 미묘하게 주인공 '그'의 모습과 오버랩된다. 자본주의 사회의 요구에 의해 '그'도 그의 작품도 숨 쉴 틈을 찾지 못하고 상품가치를 잃어간다. 그는 강아지와 같이 사라지게 될 것에 대한 두려움과 그러한 사회에서 벗어나고 싶은 간절한 열망으로 '미완성의 산책로'로 숨어든다.

 

 

 

Q – 동그라미에서 뛰쳐나온 그의 모습


 

출발지와 도착지가 같아 O모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산책로에서 탈출하고자 뛰쳐나온 그의 모습이 O에 삐침(\)이 더해진 Q의 모양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모든 산책로의 출발점과 도착점은 같다. 그가 “출발도 도착도 아닌, 그래서 아직 거리 측정도 표시도 되지 않는 미완성의 산책로로 숨어”들었다면 그는 제 3의 길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일까.


우리는 답을 알고 있다. 체제와 시스템은 한 개인의 힘으로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는 출발점이자 유일한 도착점인 그곳에서 벗어날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의 움직임이 의미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Q에서는 삐침(\)은 원의 세계를 흔드려는 비판적 성찰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 당장 원의 세계를 붕괴할 수는 없을지라도 저 삐침이 존재하는 한 완벽한 O은 있을 수 없다.



 

그리고 다시, Ques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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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의 Q를 통해 작품을 살펴봤다. 궁금증을 자아내는 제목으로 우리를 비판적 성찰의 자리로 유도하는 Question의 Q부터 부가가치의 창출을 위해 빠르게(Quick) 움직이는 Q도시의 모습을 지나 주인공이 받는 압박에 대해 이야기했다.


Q사인이 떨어지듯 시작된 계약에서 올가미로 목을 매는듯한 부담을 느끼는 주인공. 배변활동을 조절하지 못해 도태되어 사라지는 Q도시의 강아지들은 심리적 육체적 변비에 시달리는 주인공과 겹쳐진다. 이때의 Q는 배변활동을 하는 강아지의 뒷모습처럼 보인다.


결국 그는 출발점과 도착점이 같아 원을 그리며 돌아올 수밖에 없는 산책로를 걷다 미완성의 산책로로 숨어든다. Q는 동그라미에서 뛰쳐나온 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작품을 다 읽은 우리에게 던져지는 또 하나의 Q. 윤고은의 Q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있는 우리에게 자본주의 사회의 메커니즘을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익숙하고 당연하게 느끼는 사회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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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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