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툴루즈 로트렉 전시

글 입력 2020.04.22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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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자’들의 기록


 

얼마전, 지인이 유투브의 자기계발 영상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거기에는 마윈과 잡스와 같이 엄청난 성공을 이룬 ‘괴물들’만 나온다며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괴리감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리곤 반대로 “실패한 사람들을 인터뷰 하는 채널을 만들면 어떨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 채널의 의도는 실패한 사람들을 보면서 타산지석으로 삼으라는 것도 아니며 타인의 실패한 모습에서 위로를 얻자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기록, 그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역사는 언제나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에 대한 저항이라고 할까나?

 

이미 ‘패배자’를 기록한 사람이 있긴 하다. 그의 이름은 바로 툴루즈 로트렉(Toulouse Lautrec)이라는 화가였다. 1864년 프랑스에서 태어난 그는, 그 시대 대부분의 인상파 화가들처럼 풍경화를 남기지 않았다. 대신, 물랑루즈에서 무희들 혹은 댄서들의 무대와 공연 홍보 포스터와 같이 ‘덜 고귀한’ 그림을 그렸다. 또한 스타들의 화려한 모습 이면의 일상성, 매춘부의 표정에 담긴 애환, 두 남녀의 부둥켜안는 모습, 등 퇴폐화가라는 비난을 들으면서 밤 문화를 가감 없이 예술로 표현했다.


로트렉은 사회에서 패배자로 여겨지는 사람들이 그날, 그 밤, 그리고 그 무대에 혼신을 다해 춤추고 노래하는 순간을 포착했다. 그리고 그들의 삶을 화폭에 흔적으로 남겼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그냥 그들의 삶이 기록된다는 것 자체가 커다란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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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함 이면의 일상성

 

 

 

세상에서 가장 당당했던 몽마르트의 작은 거인


 

그의 삶은 태어났을 때부터 평범하지 않았다. 부모님은 사촌지간이었기에 그는 유전병을 안고 세상에 나타났을 수밖에 없는 불운을 가졌다. 게다가 그는 사고를 당해 두 대퇴골이 손상되어 상체는 자라지만 하체는 더 이상 성장하지 않게 되었다. 이렇게 그는 신체적 콤플렉스를 갖게 되었지만 물랑루즈에서만큼은 그의 장애는 콤플렉스의 축에도 속하지 않았다. 그에 비해 훨씬 더 불행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그의 부유함으로 술을 지나치게 많이 마시면서 물랑루즈의 인간들을 그렸다. 잔 아브릴(캉캉 댄서)과 아리스티드 브리앙(항상 빨간 머플러와 챙 넓은 모자를 쓰고 다니는 샹송 가수)과 같이 로트렉은 물랑루즈의 무대를 장식하는 예술가들을 한발자국 떨어져서 묘사했다.


그가 그리는 이들은 모두 대박이나서 유명인사가 되곤 했다. 그는 그들을 애정 깊은 눈빛으로 관찰하며 이를 화폭에 담을 수 있는 능력을 가졌던 모양이었다. 신체적 콤플렉스에도 그는 위축되지 않고 그들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쳤다.

 

그의 당당함은 바로 ‘그리는 행위’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싶다. 우선 그는 하층 사회를 그렸다. 그들을 미화하지 않은 채 있는 그대로의 인간적인 모습을 간파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자신이 귀족임에도 불구하고 상류사회를 조롱까지 했다. 나는 이것이 귀족의 체면을 중요시 여기던 아버지에 대한 무의식적인 저항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로트렉은 자신처럼 장애를 가진 사람이 ‘낄 수 없는’ 유명인사들을 당당히 그려내기, 자신의 재능을 부끄러워하는 무정한 아버지에 굴복하지 않은 채 끝끝내 자신이 추구하는 화풍을 유지하기. 삶에 대한 무한 긍정을 가진 이러한성향을 가진 그야말로 이 세상 가장 당당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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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당당한 로트렉

 

 

 

“나는 나의 드로잉으로 나의 자유를 샀다”


 

아버지가 자신을 아들 취급도 안하고 외면했기에 아버지를 싫어했을 것이다. 한편으로 그를 동경했고 아버지로부터 인정받고자 했을 것이라 추측이 되는 그림들이 있다. 그것은 바로 말 그림이다.


말 그림을 인간 다음으로 가장 많이 그렸다고 한다.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덕분에 말을 많이 관찰하고 기억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가 정신병동에 갇혔을 때, 그는 무수히 많은 말들을 그릴 수 있었다. 말 그림 실력 덕분에 그는 정신병동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허락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나는 나의 드로잉으로 나의 자유를 샀다”라고도 했다.

 

퇴폐화가라는 말까지 듣는 그는 갑자기 말 그림을 많이 그렸다고 하다니, 그림 소재가 달라도 너무나도 달랐다. 그렇지만 그가 갖고 있던 명기수 아버지로부터 받고 싶었던 인정과 말처럼 자유롭고 싶었던 그의 신체적 욕망을 생각해보면, 역동적인 말 그림이 이해가 간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 다리가 조금만 길었어도, 화가가 되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난 여기다 하나 더 덧붙여서, ‘그는 조금이라도 사랑을 더 받았다면, 화가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내 추측인데, 말 그림을 그리면서 정신병동에서 탈출을 했을 때, 정신적으로도 자유로움을 느꼈을 것 같다. 다른 말로, 아버지에게 사랑을 받고자 하는 무의식적인 노력을 그만두지 않았을까 싶다. 사랑의 결핍은 곧 자유에 대한 열망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스스로 치유하는 그림을 그림으로써 진정한 자유를 얻었을 것이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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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도 로트렉처럼 진정한 자유를 향한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로트렉의 37년의 짧은 인생동안 남긴 수많은 화폭들을 감상하고 싶으면 예술의전당에 한번 들려보자. 그와 물랑루즈 사람들의 삶을 통해 나의 ‘인간 드라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


툴루즈 로트렉展
- Henri de Toulouse-Lautrec -


일자 : 2020.01.14 ~ 2020.05.03

시간
오전 10시 ~ 오후 7시
(매표 및 입장마감 오후 6시)

*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1,2전시실

티켓가격
성인 : 15,000원
청소년 : 12,000원
어린이 : 10,000원

주최
현대씨스퀘어
 
주관: 메이드인뷰, 한솔BBK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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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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