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노래하는 은유 시인 심규선, 환상 세계를 음악에 담다. [음악]

노래하는 시인, 심규선
글 입력 2020.04.2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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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 심규선을 매우 좋아해 매일 2시간은 심규선의 노래를 듣는다. 내가 심규선을 좋아하게 된 이유 그리고 심규선의 노래를 이유와 같이 네 개 정도 소개하고 싶다.


단, 케이팝이나 신나는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조금 지루하다고 느낄 수는 있다. 심규선의 노래는 마음을 녹이는 가사 그리고 잔잔한 멜로디가 섞여 최상의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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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심규선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많아 소개하고 싶어 프로필을 간단히 가져왔다. 심규선은 가수 및 작곡가이고 2010년에 디지털 싱글 앨범 [첫번째, 방]으로 음악 세계에 발을 내딛었다. 심규선이 다른 가수와 다르다고 느낀 것은 우연히 심규선의 노래 ‘파탈리테’를 듣고 난 후부터였다. 이름도 신기하고 앨범 표지도 독특해서 들었는데 틈만 나면 듣는 노래가 될 줄은 몰랐다.

 

 


심규선은 왜 특별한가?



나는 이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할 것이다.


“글을 진정으로 읽어본 사람이

쓰는 가사는 너무 특별하니까요.”

 

실제로 심규선의 노래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가사를 따로 찾아서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는 노래를 들을 때 가사를 단 10퍼센트도 보지 않는다. 노래를 들으면 멜로디가 가장 먼저 와닿기 때문에 가사를 듣지 않고 멜로디 그 자체를 느끼는 편이다.


그런데 심규선은 이런 내가 가사를 직접 찾아보게 했다. 가사를 검색하면서도 가사를 궁금해하는 내 모습에 속으로 놀랐다. 다음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심규선의 노래 ‘파탈리테’의 가사 중 일부이다.

 


춤을 추는 치맛자락인가

퇴색해가는 금빛 하늘인가

찰나의 한순간만 아름다운 것

그중에 하나가 바로

사랑

 

새벽에 핀 은빛 목련인가

나비가 벗고 떠난 허물인가

세상에 모든 아름다운 것 중에서도

가장 쉽게 시드는 것

사랑

 

파탈리테 fatalité

나는 너를 따라 어디든 가리

새장 속에 갇혀 노래하던 나를

꺾인 날개 펼쳐 달의 어깨 위를 날게 해

이젠 눈이 멀어도 좋아

 

닫힌 창을 두드리던 소낙비에 꿈에서 깨어

잠겨있던 그 작은 틈을 열었네

도둑처럼 노래처럼 너의 시가 타고 들어와

이제는 결코 전과 같지 못하리


 

이 가사를 보면서 표현 하나하나가 시적이고 그 자체로 아름답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심규선을 노래하는 시인이라고 생각한다. 이 아름다운 가사가 동양적인 음과 합쳐져 사람들의 감정을 돋운다.


‘퇴색해가는 금빛 하늘인가’와 같은 표현은 글이나 책 등을 읽고 생각해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가사라고 생각한다. 이 앨범의 제목은 ‘환상소곡집’인데 정말 이 노래를 연속해서 들으면 현실이 아닌 그 어딘가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다. 한 마디로 “황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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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노래인 ‘아라리’의 가사도 조금 보자면,

 


"언약과 증표 가련한 맹세여 다시없을

사람

마침표 없는 문장을 가득히 눌러 안고

안으로 외치는 말

 

...

 

간 밤에 꾼 꿈결인 듯 전부 다 잊고 행복하소

나를 두고 가신 임아 누구보다 더 행복하소"


 

이런 식으로 아리랑에서 우리가 흔히 접했고 알고 있던 내용을 새롭게 접근하여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 분위기를 가사로 표현해낸다. 내가 심규선을 좋아하는 두 번째 이유는 이와 비슷한 맥락인데 “심규선은 문학 작품이나 예술 작품에서 노래의 주제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그리고 ‘달과 6펜스’를 담은 노래 마지막으로 내가 정말 좋아하는 문학인 ‘데미안’의 내용을 담은 노래 ‘데미안’ 등이 있다.

 

그 가사를 보면 심규선이 그 작품을 읽고 느낀 것과 새롭게 접근한 시선을 노래에 담아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은 '데미안'의 가사이다.

   


"새들이 날아오를 때

그리운 곳에서부터

바람이 불어오고

문득 고개를 들어

저 하늘을 바라보겠죠

 

쉼 없이 늘 앞만 보고 달려

다다른 곳 그곳이 어디든

아무것도 없다는 걸 이젠 알게 됐으니

두 번 다시는 흔들리지 말고 가

 

묶인 것에서 너 자신을 자유롭게 하는 것

멀리 있지 않아요

끝없이 바람과 후회가 밀려와도

추락하면서 날아오르는 새처럼

Go Forward


 

데미안의 싱클레어는 데미안과 ‘새 문장’으로 연결되어 있다. 중반부에서도 싱클레어는 ‘새의 문장’을 거듭해서 떠올리고 이야기는 전개된다.


이 가사 역시 새의 내용을 담고 있고 흔들리지 말고 가라는 것, 묶인 것에서 너 자신을 자유롭게 하는 것 등의 내용은 방황의 연속이었던 싱클레어에게 해주는 말 같다. 가사에서 문학 작품과 철학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노래. 심규선 외에는 탄생시킬 수 없다.

 

마지막으로 한 곡을 더 소개하자면 바로 ‘부디’라는 노래다.

 

제발 나를 일으켜줘, 이 거친 파도가 나를 집어삼키지 않게. 라는 메시지를 담은 노래인데 내가 내 의지로도 벅찬 일이 있으면 마치 나를 향해 크고 거대한 파도가 나를 덮치려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우울증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어둠의 영역에 속했을 때 나는 마른 입술로 이 말을 겨우 할 수밖에 없었고 이마저도 다시 삼키기 일쑤였다.


“제발. 누구라도. 나를.” 이 심정을 담은 노래가 심규선의 ‘부디’가 아닐까 생각한다. 마지막에 다다른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은 “제발”이다. 내 힘으로 안 되는 순간에 이르렀기에 다른 누군가에게 말해보지만 듣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이 노래를 들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아니 들어보라. 이 노래를 듣는 당신은 주변 누군가의 작은, 입술로 겨우 말하는 그 작은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한 번만 “부디”, 들어달라고. 심규선의 ‘부디’는 이를 가볍게 여기지 말아 달라는 메시지가 아닐까.

 

내가 심규선을 좋아하는 이유이다. 뻔한 노래처럼 겉으로 만든 이유를 드러내지 않는다. 심규선의 노래는 ‘연작 소설’과 같다. 한 편의 소설이 다음 소설로 이어지고 한 번 들으면 보지 못할 곳에 의미를 심어놓는다. 노래를 계속 듣다가 어느 순간 깨달음을 얻는 것을 유도하는 예술가, 노래하는 시인이자 소설가 심규선의 노래는 참 담백하고 아름답다.

 


[김정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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