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인생에서 살아남기 - '견디는 힘' [도서]

글 입력 2020.04.19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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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존버의 시대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옛말처럼, 우리는 중간이라도 가기 위해 치열하게 버티고 있다. 언뜻 보면 아무 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우리는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자리를 지키는 중이다.


지금이야말로 이 버팀의 미학이 빛을 보는 시기가 아닐까 싶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작한지 벌써 세 달이 다 되어 간다. 일 년의 4분의 1을 집에서 보내다 보니 사람들마다 각자의 ‘집콕 스킬’이 늘어가고 있다. 매번 앞을 향해 달려가던 사람들이 일제히 제자리에 머무는 것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앞서나가던 관성을 참아내고 발바닥을 땅에 굳건히 붙이는 일. 우리는 이 일을 세 달째 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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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전문가들이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더라도 인류의 일상은 2019년 12월 이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감염병은 수그러질 수 있지만, 일상의 무게나 양태는 분명히 다른 모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말이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KF94, KF80, N95 마스크의 차이를 알지도 못했을뿐더러, 마스크 하나쯤이야 아까운 줄 모르고 낭비했지만 지금은 일주일에 한 번 약국 문을 열며 “KF94 공적마스크 있나요?”라며 자연스럽게 묻는다. 벌써부터 일상의 모습이 조금씩 변화한 것이다.


98, 99년도에 우리나라에 불어 닥친 IMF 파동도 이와 엇비슷하다.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은 IMF를 중심으로 양분할 수 있을 정도로, IMF는 상당히 거대한 파도였다. 이른바 ‘세대론’에서 구분하는 세대의 중심이 90년생인 것도 이와 상당한 연관이 있다.


엄청난 성장기였던 7, 80년대는 이제 역사책 속에서나 만나볼 수 있고, 취업난과 빈익빈부익부, 자꾸만 치솟는 집값, 날로 떨어지는 합계출산율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몇 년 전 인터넷을 타고 돌았던 헬조선 담론이 짚는 부분도 이 부분이다. 용이 나오기엔 개천이 너무 작아져버렸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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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현재를 요약하면 ‘헬조선에서 존버해 살아남기’ 정도가 아닐까 싶다. 중간이라도 가기 위해 치열하게 싸워야 하는 이 땅에서 우린 내일을 살기 위해 오늘을 버틴다. 아무리 버텨도 앞날은 보이질 않고, 나날이 취업문은 좁아지고, 내 인생에 집중하기도 바빠 남의 일은 관심 밖으로 밀어내 버리고, ‘나’와 ‘너’를 구분 지으며 점점 세상은 삭막해지지만 결론은 늘 같다. ‘버티자!’


책 ‘견디는 힘’은 현명하게 견디는 법에 대해서 말한다. “견디는 힘은 곧 살아내는 용기다”라는 구절이 인상 깊다. 현대인이 겪는 우울, 불안을 차근차근 짚으며, 불확실한 오늘을 잘 버티기 위한 기술 5가지를 제시한다.

 


내가 버티지 않으면 삶이 지속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버텨야 삶이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삶이 지속되니 버텨야 하는 것이라고 보는 게 맞다. 그 누구도 우리가 왜 태어났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세상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80쪽)



‘나는 태어났다’라는 말은 어딘가 어색한 구절이다. 과연 이 의미를 능동태로 서술해도 괜찮은 것인가? 나는 ‘태어난’ 것인가, ‘태어나진’ 것인가? 어떤 부모 밑에서, 어느 해 어느 달에, 어느 병원에서 태어날지 나는 아무것도 정한 바 없고 기억한 바 없다. 그러나 정신을 차려보니 이 험준한 세상에 똑 하고 떨어져있었다.


하지만 별 수 없다. 태어났으니 자라야 하고, 자랐으니 책임져야 하고, 책임졌으니 살아갈 수밖에. 이왕 버텨야 한다면 조금 더 재미있게, 조금 더 현명하게 버티며 인생을 디자인하는 편이 나와 내 삶을 위해 나은 선택이 아닐까.


그래서 그런지, 책에서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인문학을 자주 접해야 하는 이유’였다. ‘사람은 무엇인가’가 아닌, ‘사람은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이라는 말로 시작하는 챕터였다.

 


인문학의 부재는 곧 사람을 돌보지 않는 것이다. 세상이 흉흉하고, 사람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사건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이유를 우리는 돌아봐야 한다.

(...)

즉, 우리에게는 스스로 고찰할 시간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을 돌보지 않는 시대가 얼마나 팍팍한지는 살면서 몸소 경험하고 있으니 별도의 설명이 필요 없으리라 생각한다. (266~267쪽)


 

참으로 바쁜 시대다. 휴대폰을 켜면 기다렸다는 듯 내 취향과 내 관심사를 조합한 콘텐츠들이 마구 떠오르고, 언제 어디서나 연락을 할 수 있도록 구축해 둔 통신망 덕에 쉴 새 없이 메시지가 울린다. 이 과정에서 누락된 것 중 하나가 바로 인문학이다.


과학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가 된지도 꽤나 오래 되었다. 자연스럽게 인문학은 그 중요성과 필요성이 뒤로 밀리게 되었고 말이다.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종이책과 활자는 차선으로 물러났고 그 자리는 영상과 이미지가 대체했다. 긴 글을 읽을 수 없는 시대, 깊은 사유를 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 했다.


저자가 말했다시피 인문학을 놓음과 동시에 우리는 우리를 고찰할 시간을 잃었다.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나를 이해해야 하는데, 세상을 볼 시간은커녕 나를 생각할 시간조차 없으니 점점 사회는 삭막해져간다. 여유와 사색을 잃은 사회는 ‘존버’, ‘헬조선’이라는 멸칭을 얻었다.


이처럼 ‘견디는 힘’이 이야기하는 ‘견디기’는 절대 가벼운 고집이 아니다. 그 어떤 움직임보다도 열정적이고 역동적이다. 그저 제자리에 우뚝 버티고 서 있는 중심뿐 아니라, 내가 어느 자리에 서 있는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사색하는 행위이다. 한 치 앞도 선명하지 않은 현실이지만, 우리는 또 어떻게든 오늘을 버텨내 그 포상으로 내일을 받을 것이다. 그렇게 선물처럼 쌓인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결국 우리의 인생인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각자의 인생을 열심히 버티고 있을 모든 존재들이여,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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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디는 힘

- 불확실한 오늘을 잘 버티는 5가지 기술 -



지은이

스테르담


출판사: 빌리버튼


분야

자기계발


규격

128 x 188


쪽수: 288쪽


발행일

2020년 4월 1일


정가

14,500원


ISBN

979-11-88545-81-0 (03190)

 

 

[정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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