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오늘을 견뎌 내기 위해 필요한 것들 - 견디는 힘 [도서]

견뎌내는 힘은 내안에서 나온다.
글 입력 2020.04.18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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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 마주앉아 차 한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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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불안은 그리 길지 않은 내 인생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 해왔다. 중학교 2학년때부터 불쑥 몸집을 키운 그 ‘불안’은 서서히 나를 잠식해갔다. 첫 시작은 과학 시험을 공부하던 때였다. 이전 시험에서 생각보다 좋은 점수를 받았었고, 처음으로 아주 높은 등수에 올라섰다. 그 등수는 높은 만큼 공기마저 상쾌했지만 내 발 밑에는 그 높이 만큼의 기대, 불안이 쌓여 있었나 보다. 단원 전체가 이해가 안간 적은 처음이었다. 한두 문제 모르는 거라면 질문을 해서 풀 수 있었겠지만 한 단원 전체의 개념이 흔들리니 무엇을 질문해야 할지도 몰랐고, 그 때 내 발 밑의 불안이 나를 집어 삼켰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나는 불안과의 사투를 벌여야 했다. 그 시험이 지나간 이후에도 공부를 하려고 앉기만 하면 항상 불안했다. 손끝이 차갑고 배가 아프고, 너무 불안해서 공부가 안됐다. 그러다 해가 지고 땅거미가 내려 앉을쯤, 불안해서 공부를 안 했다는 그 사실이 또 불안했다. 결국은 고등학교를 올라가서 두번째 보는 시험에서 불안은 내 몸을 빵 터트려 버렸다. 시험을 보러 가지 않았고, 당연히 점수는 없을 것이었다. 선생님의 배려로 정신과 상담을 받고 나서 그걸 증명하면 중간고사 점수의 80%를 인정해준다고 했다. 그렇게 정신과 상담을 받게 되었다.

 

처음에는 너무 싫었다. 내 몸에 들러붙어 나를 옥죄는 불안이라는 놈도, 결국 너덜너덜해져 ‘정신 병자’가 되어 버린 것 같은 나도, 그 상담 센터 안의 괜찮은 척하는 것 같은 공기도 다 너무 싫어서 도망치고 싶었다. 그런 내게 상담 선생님이 했던 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네가 걱정하고 있는 그 모든 것이 가볍게 느껴질 날이 올 거야. 사실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 중 대부분은 일어나지 않는 일이야. 이 또한 언젠가 다 지나갈 일이란다.”

 

결국은 그 말이 맞았다. 나는 그때 한 단원 전체를 모르면, 시험을 치러 가지 못하면, 아주 큰일이 나는 줄 알았다. 내 불안이 내게 그렇게 속삭였기 때문이었다. 아니, 그렇게 속삭였을 거라고 믿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국 그것 또한 지나갈 일이었다. 내 인생에 있어서 아주 큰 오점도, 내 인생 전체를 뒤엎을 만할 일도 아니었다. 가끔 ‘그때 시험을 치러 갔으면 지금의 내가 어땠을까?’를 생각해보긴 하지만, 지금과 그리 크게 다르진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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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때 견딜 수 없다고 생각했다. ‘불안’은 나의 적이라 생각 했고, 이 불안이 나에게 붙어 있는 한, 시험을 보러 가기 전까지의 기간을 견딜 수 없다고 생각 했었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어쩌면 불안과의 대화가 필요 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무엇이 불안한지, 왜 그렇게 불안한지, 그 불안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찬찬히 물어보아야 했는지도 모르겠다.

 


불안은 내편이라 생각하자.

차분하게 불안과 마주 앉아 차 한잔을 하자.

 

<견디는 힘> p.24


 

살아가면서 불안을 완전히 떼어 버릴 순 없다. 불안이 있었기에 위험한 상황을 피할 수 있었고,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열심히 할 수 있었다. 그러니 불안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인생의 동반자, 혹은 또 다른 나일 수도 있다. 어쩌면 불확실한 내일,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를 견뎌 내기 위해서는 불안과 마주 앉아 차 한잔 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의 행복을 열기 위한 열쇠의 모양은 세상에 단 하나뿐


 

불안보다도 잔잔히 오랫동안 내 인생을 지배해온 것은 다름 아닌 ‘비교’였다. 누군가와의 비교를 통해 나는 열심히 살아갈 의지를 얻기도 했고, 때로는 땅굴을 파고 들어가고 싶을 만큼 우울하기도 했다. 특히 학창 시절 공부의 원동력은 나의 경우 비교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에서 비슷한 수준의 성적을 내던 친구보다 앞자리가 걸렸을 때도 수시로 뒤를 돌아 그 친구가 공부를 하는지 안 하는지 살폈을 만큼, 나는 누군가와의 비교를 통해 의지를 다졌다.

 

생각해보면, ‘비교’가 없었으면 내가 지금 가진 것들의 상당 수는 내 것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오랜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기 싫은 무기력 상태에서 나를 꺼내 준 것도 비교였고, 아이러니 하게도 그 무기력 속으로 나를 집어넣는 것도 때로 ‘비교’라는 놈이었다. ‘비교’가 이끄는 대로의 나의 삶은 사실 내 의지대로 이끌 수 없는 비포장 도로 같았다. 참 아이러니 한 일이다. 내 인생인데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직장 내공> 저자 강연을 할때면 많이 받는 질문이 있다. 사람 때문에 직장생활이 힘들다는 하소연이다. "이 사람이 이러는데, 나는 어떡하죠?"질문자는 답을 찾고 있다. 하지만 답을 찾긴 어렵다.


왜냐하면 '나'는 종속 변수이기 때문이다."상사가 퇴근할때마다 일을 줘서 너무 괴로워요."란 말속,나는 상사가 일을 주고 안 주고에 따라 행복하고 불행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행복은 그 사람 손에 달려 있는 것이다.


<견디는 힘> p.70

 

 

이 도서의 한부분을 읽고 나서야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여태까지 나의 인생의 초점을 ‘내’가 아닌 ‘비교 대상’에 맞추고 있었구나. 열심히 해야 겠다는 의지도, 하다 못해 무언가를 해야 겠다는 목적도 비교 대상에 맞추다 보니 내가 원하는 것, 내가 원하는 정도의 의지가 아닌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외부 대상인 ‘비교 대상’이 이끄는 대로 나아가고 있었다. 내 인생이라는 자동차의 핸들을 스스로 다른 사람의 손에 쥐어 주고 있었다.

 

물론 ‘비교’를 통해 얻어 낸 결과물에 행복하지 않았던 것도, ‘비교’가 아닌 다른 원동력을 찾아 낸 것도 아니다. 하지만, 다른 이의 의지대로 흘러가는 인생이 내 것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라는 존재가 세상에 하나뿐인 것처럼, 내가 나아가야할 길, 나의 행복을 위한 상자의 열쇠는 단 하나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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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더라도 외부의 것이 아닌 내 안의 내부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이미 나는 잘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과거의 내가 바라던 일을 돌고 돌아 현재의 내가 하고 있을 수도 있다. 다만, 내 자신에 귀 기울이지 않다 보니 그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재밌는 것은, 어쩌면 우리는 이미 우리가 원하는 것을 하며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삶에 지쳐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


예를들어, 연예인들은 무명시절에 무대에 서고 싶어 안달한다. 그런데 정작 무대에 서서 살인적인 스케쥴에 쫓기다 보면내가 뭐하고 있나, 라고 번아웃 되는 경우가 많다.때론 그토록 바라던 연예인 생활을 내려놓기도 한다.


<견디는 힘> p.97


 

나는 어렸을 적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대여섯 줄만 써도 되는 일기를 한바닥 채워서 냈을 때, 담임 선생님은 내게 글 재주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고, 그때부터 일기, 독후감 뭐든 글 쓰는 일이 좋았다. 내가 쓰는 글 속에서 현실적인 제약으로 갈 수 없는 공간을 갈 수 있었고, 불가능 했던 일을 실현할 수 있었다.


글쓰기의 매력에 푹 빠져 초등 학생 때 나는 작가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더 이상 어리다는 이유로 천진한 생각이 허용되지 않는 나이가 되었을 때, 현실적으로 작가가 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부모님마저 작가는 취미로 해도 괜찮다는 말을 했을 때, 나는 그 꿈을 한 구석 어딘가에 밀어 두었던 것이다.

 

하지만 돌고 돌아 현재의 나는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비록 등단한 것도, 책 한권을 낸 것도 아니지만, 에디터라는 이름으로 글을 쓰고 있다는 것 만으로 과거의 나는 기뻐했을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좀 더 행복해지기로 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귀 기울여 보는 시간을 가지고, 좀 더 나 답게 살기로 했다.

 


[박다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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