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짝사랑 연대기] 프롤로그 : 나는 글과 결혼했다(?)

글을 사랑하는 동안 만난 수많은 나
글 입력 2020.04.10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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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은 국가와 결혼했다.”

 

(원문 : I have already joined myself in marriage to a husband, namely the kingdom of England.)


 

어린 시절, 위인전을 읽어서 알게 된 엘리자베스 1세의 명언이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다. 크고 나서도 그 생각은 변치 않았다. 언젠가 나도 저런 여성이 되고 싶었다. 자신의 어떤 분야에 ‘전문가’이며, 그 일을 아주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사람. 문예창작과 학생인 나는 고학년이 되자, 어느 순간 평소에 저런 비슷한 말을 밥 먹듯이 하고 있었다. 아는 사람 소개시켜줄까? 하는 말을 거절할 때 또는 친한 친구가 일정 없으면 약속 잡자는 말에 나는 반쯤은 장난삼아 이렇게 대답했다.

 

나 글 써야 해. 나 글이랑 결혼했잖아.

 

노트북 자판기를 두드리는 게 내 일상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걸 아는 친구들은 그 말 한마디면 물러나곤 했다. 나는 그렇게 가볍게 내뱉은 말이 어느 정도는 사실이라 여기고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청룡영화제에서 조여정 배우님의 수상 소감 장면을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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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연기는 짝사랑 같은 존재였어요. 그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다고 생각해서 짝사랑에 최선을 다해왔던 것 같습니다. 그게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중략) 앞으로도 씩씩하게 짝사랑을 해보겠습니다.”


 

그 수상소감을 보고 나는 내가 그동안 해왔던 말이 얼마나 가볍게 내뱉은 것인지 깨달았다. 글이랑 결혼했다고? 결혼은 무슨, 난 글을 짝사랑하는 중이었다. 그 사랑이 이루어질지 아닐지는 아마 영원히 모를 것이다. 내가 글을 짝사랑하는 중이라는 걸 자각한 이후, 한 질문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내가 어쩌다 글을 쓰는 걸 사랑하게 되었지?

 

나는 크레파스를 쥘 수 있는 나이부터, 이야기를 만들어서 그 이야기의 그림을 그리는 걸 즐겼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내 노트북 자판의 글씨들이 지워질 정도로 글을 써 내려가고 있다. 저 질문에 답하기 위해 과거의 행적들을 더듬어보자 여러 가지 장면들이 떠올랐다. 내가 글을 사랑하게 되었던 이유, 글을 잘 쓰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해왔고, 결과적으로 그게 나를 어떻게 성장시켰는지 등의 이야기들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을 되돌아보자, 내가 잠시 잊고 있었던 수많은 ‘나’들과 마주할 수 있었다. 좋아하는 작가의 단편들은 다 읽어보는 나, 과제가 없는 날엔 작품 공부를 할 생각으로 학교에 남아 영화들을 보는 나, 매일매일 20분 뭐라도 쓰려고 애써보는 나, 초고를 새로 쓰는 수준으로 수정하는 나…….

 

전문필진으로서 에세이를 쓰기로 마음을 먹었을 때, 내 안에 있는 걸 퍼낼 수 있는 글의 소재가 뭘까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나를 설명하기 위해선 ‘글’을 떼놓을 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나에게 글이 어떤 의미인지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을 글에 녹여내 보기로 했다. 글에 대한 여러 질문들 앞에 놓여있는, 지금의 나에게 확실한 사실은 이 한 가지뿐이다.


내가 글을 열렬히 짝사랑 중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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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글 짝사랑 연대기를 풀어나가 보겠습니다. 함께해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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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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