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하룻밤의 발견 [문화 공간]

건축 디자인 그룹 'UDS'의 기획 철학을 엿보다.
글 입력 2020.04.09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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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 럭셔리한 인테리어로만 주목받는 시대는 지났다. 하룻밤을 단지 편하게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또 하나의 여행 명소로 느껴질만한 '라이프스타일 호텔'이 주목받는 이유다.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생활양식이 다양화됨에 따라 개인의 취향을 담아내고 보다 특별한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중심으로 숙박 문화가 재편성되고 있다. 호텔이 여행지를 선정하는 목적으로까지 확장되면서, 사용자들의 경험을 연장하고 특별한 가치를 부여해 주는 매력적인 공간이 기대되고 있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는 공간이 가진 스토리와 지역의 오리지널리티를 스스로 경험하길 원한다. 일본의 디자인 그룹 'UDS(Urban Design System)'는 적극적인 문화 소비 행태에서 비롯된 새로운 호텔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UDS'는 기존의 도시와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로컬 커뮤니티를 지향하며 다양한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공간을 설계하는 것을 넘어서 기획-디자인-운영 전반의 영역을 다루며 호텔을 통해 도시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한다. '호텔 칸라 교토' 등의 리모델링 사업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 로컬 비즈니스를 펼치는 그들은 '멋지고(디자인성), 수익성 있고(사업성), 의미 있다(사회성)'는 철학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공간들을 선보이고 있다.


 

 

호텔과 예술이 만날 때 / HOTEL ANTEROOM KY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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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의 기능을 담지 못하는 낙후된 건물을 리모델링함으로써 그 지역의 매력을 새롭게 발굴하는 것이 'UDS'가 추구하는 기본적 가치다.


23년 된 기숙사를 개조하여 호텔과 아파트먼트로 설계된 복합 공간인 '호텔 아테룸 교토'가 그 대표적인 예다. 번화가에서는 다소 벗어난 공간이지만 '예술의 힘으로 지역을 활성화시키자'라는 콘셉트를 바탕으로 교토의 젊은 아티스트들을 통해 다채롭게 변모하는 교토의 현재를 느낄 수 있다. 예술을 매개로 투숙객과 주민은 물론 이웃사람들끼리 함께 어울리며 소통할 수 있도록 했으며 'UDS'가 직접 전체적인 기획,  관리, 운영을 함께 하기에 기존의 호텔들과는 차별화된 경험을 선사한다.

 

안테룸Anteroom은 '대합실'이라는 의미로 지역 일대의 창의적이고 개성 강한 로컬의 문화가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섞이며 활발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자 하는 테마가 담겨 있다. 숙박 시설과 함께 갤러리와 바 등 다양한 공간을 통해 사람들이 흥미로운 문화 활동을 경험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호텔 곳곳에는 지역 아티스트의 작품을 만날 수 있어서 역사적 전통을 기반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현재진행형의 문화가 혼재하는 교토의 모습을 색다르게 바라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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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건물이 기숙사로 사용되었던 만큼 호텔은 전체적으로 친숙하고 활기찬 느낌을 담아낸다. 교토라는 지역성을 살리면서도 다양한 예술 작품과 모임을 통해 교토의 현대적인 미를 표현해낸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또한 개인 공간은 일본의 유명 아티스트들이 디자인한 '콘셉트 룸'으로 방 안에서도 예술의 세계에 빠질 수 있도록 매력적인 공간이 연출된다. 이렇게 호텔이 하나의 여행안내자로서 교토의 문화 예술을 사람들에게 전달해주며 지역의 감성을 더욱 오랫동안 기억될 수 있도록 해준다.




가장 익숙한 편안함 / MUJI HOTEL BEIJ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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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들어 패션 브랜드가 호텔 비즈니스로 뛰어드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휴식 공간을 제공함과 동시에 기업 정체성과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쇼룸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8년 베이징에서 문을 연 MUJI 호텔은 불필요한 것을 배제하고 단순한 것에 집중하는 브랜드 철학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이는 무지에 열광하는 특정 소비 대상에만 집중한 것이 아니라 천안문이 있는 역사적인 후통 지역에 세워지면서 지역 활성화를 도모했다. 1층 라운지에 있는 도서관을 통해 모든 사람들을 환영하는 로컬 호텔로 계획되었기에 사람들로부터 더욱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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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UDS'는 무지의 브랜드 철학과 함께 여백의 공간을 남겨둠으로써 지속적으로 특정 장소에 사용자들이 관여하고 변화가 생길 수 있도록 유동적인 공간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용도와 무관하게, 어떤 건물이든 지역에 열려 있고 여행객과 주민에게 의미 있는 이점을 창출하는 목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양한 동기를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공간에 모여서 지역과 브랜드 간의 교류를 통해 애착이 느껴지는 특별한 장소성을 창출해내는 것. 로컬의 문화를 다룸과 동시에 브랜드의 가치를 함께 결합하는 'UDS'만의 철학이 눈길을 끈다.




하마초,에도의 마을 / HAMACHO HOTEL TOK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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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amachohotel

 


'UDS'가 호텔을 통해 지역, 사람, 커뮤니티에 집중하는 만큼 '마을 만들기'라는 보다 넓은 영역의 로컬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하드웨어인 공간과 소프트웨어인 서비스를 동시에 다룸으로써 역동적인 마을과 거리 본연의 모습을 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겼다.


야스다 부동산 주식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하마초 호텔'은 도쿄 니혼바시 하마초에 자리한 호텔로서 하마초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며 고유의 장소성을 확장함으로써 도시의 숨겨진 의미를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는 조그마한 가게와 골목들이 모여 그 마을만의 매력으로 이어지듯 하마초 호텔은 작은 상점과 골목들이 지역에서 하나 되는 마을 만들기에 힘쓰고 있다. 이는 마을 전체가 하나의 호텔로 역할하도록 하는 '수평 호텔'의 콘셉트를 전달하고 있다. 동네 곳곳에 위치한 개성 있는 가게들을 활용하여 마을 전체를 이용하며 하룻밤을 묵을 수 있는 독특한 스테이 경험을 하도록 하는 것이 호텔이 독려하는 여행 방식 중 하나이다.


투숙객들에게 '하맵'이라는 지도를 나눠주며 주변의 상점과 문화 공간을 소개해 자연스럽게 하마초의 정서와 문화를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또한 마을 장터나 동네 사업과 연계하면서 다양한 형태로 마을 만들기의 과정을 펼치며 지역 주민들에게도 '살기 좋은 장소'가 될 수 있는 방향을 모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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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작업'과 '녹음'을 콘셉트로 구현한 호텔인 만큼 건축 디자인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지역민들에게도 하나의 상징적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는 동시에 외부인들이 많이 찾아올 수 있는 랜드마크적 공간으로 기억되도록 했다.


호텔 2층에 위치한 도쿄 크래프트 룸은 일본 각지 장인들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기에 크래프트의 가치와 정신을 나타내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마을 만들기 사업을 통해 'UDS'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는 창조성을 북돋는 새로운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이 커뮤니티를 통해 더 나은 도시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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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사람과 장소를 연결하는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우리는 분명 건물을 짓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좋은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에 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UDS 나카가와 케이분 대표 - 폴인 세미나 리포트 中

 


결국 지역과 문화 그리고 사람을 이어주는 공간을 만드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장소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스토리다. 하룻밤의 경험이 공간의 고유한 이야기와 결합될 때, 사람들은 그곳을 더 오래 기억하게 되고 어쩌면 여행 전체의 감정이 결정되는 순간이 될 것이다. 따라서 지역에 관여하는 호텔을 만드는 사람들은 단순히 하룻밤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지역 사회가 해당한 상황들을 함께 고민하고 전체적 변화에 참여하는 수준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호텔이 잠시 머물다 가는 일회적 공간에만 머문다면 그곳이 가지는 한계는 명확해진다. 하지만 여행객들과 지역 주민들이 함께 연대하고 소통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진다면 지역은 물론 도시와 함께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호텔의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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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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