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패왕별희(覇王別姬) [영화]

글 입력 2020.04.01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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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초가(四面楚歌) 고사


 

패왕별희는 항우와 우희의 비극적인 죽음을 담고 있는 사면초가(四面楚歌) 고사를 바탕으로 하는 경극 작품이다. 항우가 해하에서 한군에 포위되었는데, 초나라군의 기세가 꺾이지 않았다. 어느 날 한군이 초군의 사기를 꺾기 위해 사방에서 초나라 노래가 울려 퍼지게 했다. 고향과 가족 생각에 기세가 꺾인 초군에서 탈영병이 생겨났고, 한군에서 탈영하는 초군을 죽이지 않고 일부러 지나가게 해주자 탈영병의 규모는 삽시간에 늘어났다. 이에 항우는 “유방이 초나라를 점령한 모양이군.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많은 초나라 사람이 한나라 군영에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하며 매우 놀라고 슬퍼했다. 우희는 자신이 항우의 걸림돌이 된다며 직후 자결하였고 항우도 자결하고 만다.


 

 

영화 패왕별희(覇王別姬)


 


어렸을 때부터 함께 경극을 해온 ‘두지’(장국영)와 ‘시투’(장풍의). 세상에 둘도 없는 절친한 아우와 형이지만, ‘두지’는 남몰래 ‘시투’에 대한 마음을 품고 있다.

 

하지만 ‘시투’는 여인 ‘주샨’(공리)에 마음을 빼앗기고, 그로 인해 ‘두지’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되는데…

 

사랑과 운명, 아름다움을 뒤바꾼 화려한 막이 열린다!


 

불이 꺼진 체육관에 경극 분장을 한 두 남자가 들어온다. 그들은 한때 경극 배우로 명성을 떨쳤던 시투와 두지로, 무대에 나오지 않은 건 20년, 서로를 못 본 지는 10년이 되었다고 한다. 체육관 관계자는 두 사람을 알아보고 반가워하며 요즘은 문화대혁명의 분위기가 많이 누그러졌다고 말하고, 두 사람은 오랜만에 경극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1925년, 경극학교에 두지라는 소년이 들어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매춘부였던 두지의 어머니는 사내아이를 유곽에서 키울 수 없어서 두지를 경극학교에 맡기려고 했다. 그러나 육 손가락이었던 두지를 경극학교에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그러자 어머니는 그의 손가락을 강제로 잘라낸다. 내성적인 성격의 매춘부의 자식이었던 두지는 경극학교의 다른 아이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한다. 그런 두지와 함께 하는 소년이 시투였다. 그들은 경극 배역을 받게 되는데, 두지는 여자 주연을, 시투는 남자 주연을 맡게 된다.

 

두지는 여성 역할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나는 원래 계집아이로 태어나서 사내아이가 아닌데"라는 대사를 계속 "나는 원래 사내아이로 태어나서 계집아이가 아닌데"로 말하는 실수를 계속해서 한다. 시투가 두지의 입에 담뱃대를 넣고 제대로 하라는 강요를 받고 나서야 두지는 제대로 연기를 할 수 있었다.

 

두지는 청나라 시절에 궁중 내시었던 부유한 노인 장 대인의 집에 불려가 공연을 하게 되었다. 그날 두지는 장 대인은 강간을 당하고 만다. 두지는 돌아오는 길에 경극학교 앞마당에 버려진 아기를 보고 '서'라고 이름 붙이고 데리고 와서 키운다. 후에 스승이 죽고 경극학교가 문을 닫게 되었는데도 경극 배우를 포기하지 않는 서를 보고, 후배이자 제자로서도 양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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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이 흐르고 두지와 시투는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경극 배우가 되어서 패왕별희의 주역으로 성공하게 되었다. 시투는 홍등가의 유명한 매춘부인 주샨과 사랑에 빠져 결혼을 약속하게 되고, 시투를 사랑하던 두지는 괴로워 하다가 경극 애호가이자 부유한 후원자였던 원 대인에게 의지한다. 시투는 두지와의 약속마저 깨뜨리며 주샨과 결혼하게 되고, 두 사람의 관계는 점점 틀어진다. 배신감과 소외감을 느낀 두지는 결국 아편에 손을 대기 시작한다.

 

시투는 중화민국 경찰을 공격했다가 일본군에 체포된다. 그러자 두지가 일본군 앞에서 위문공연을 펼쳐 시투를 석방한다. 하지만 시투는 두지에게 일본군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고 비난하며 얼굴에 침을 뱉는다.

 

1945년 일본군이 패전하여 중국 국민당이 대륙을 수복하자 베이징을 수복한 국부군들이 몰려와 경극을 관람한다. 하지만 국부군들이 공연을 방해하고, 견디다 못한 두지가 공연을 중단하고 돌아서려 하자 무대로 난입해서 계속 공연하라고 위협한다. 이에 시투가 무대 위로 올라가 착석할 것을 요구한다. 이에 수긍한 병사들이 자리에 앉으려는 순간, 누군가가 저놈이 일본군을 칭찬했다고 선동해서 배우들과 병사들 사이의 난투극이 벌어진다. 임신 중이던 주샨은 시투를 찾다가 구타당해 유산했다.

 

그때 경찰들이 찾아와 두지를 체포한다, 시투는 두지를 구하기 위해 원 대인에게 사정하지만, 원대인은 과거에 시투에게 모욕을 당한 적이 있어 우희는 패왕이 구해야 하는 거 아니냐면서 발뺌을 한다. 결국 주샨이 나서서, 원 대인이 두지에게 줬던 칼을 가져와 "두지가 말하길 이 칼의 주인이 자신을 구할 것"이라고 했다면서 원 대인을 설득한다. 원 대인은 두지가 자신이 일본군에게 고문당해서 강제로 노래했다고 증언한다는 조건으로 두지를 구해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두지는 이 모든 것을 거부하고, "만약 나의 노래를 좋아했던 일본군의 아오키 사부로 대좌가 살아 있었다면 일본에도 경극이 퍼졌을 것"이라는 위험한 발언을 한다. 이 일로 원 대인과의 관계는 단절된다. 국민당의 한 고위 장교가 두지의 연기를 보기 위해 베이징을 방문하자 두지는 풀려나게 된다.

 

1949년 국공내전이 공산당의 승리로 끝나면서 국민당은 대만으로 물러나고 중국은 공산화되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결국 원 대인도 인민들에게 처형되고 두지의 양자 “서”는 공산주의 사상에 물들게 된다. 두지는 경극 배우를 그만두고 아편 중독자가 되었다. 이후 두지는 아편을 끊기 위해 노력하지만, 금단현상으로 고통을 겪으며 정신이 없는 중에 엄마를 찾고, 그것을 본 주샨은 그때까지 싫어했던 두지에게서 연민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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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대혁명


 

중국 역사상 가장 많은 중국 문화를 파괴한 사건은 문화대혁명이다. 문화대혁명이란 1966년부터 1976년까지 중화인민공화국에서 10년 동안 마오쩌둥과 홍위병이 자국의 문화를 없애려고 했던 사건이다. 단순히 ‘문화대혁명’이라는 말만 들었을 때는 문화를 더 발전하기 위한 ‘혁명’으로 읽히지만 실제로는 전혀 아니었다. 중국 문화 전반이 파괴되어 분야에 따라 수백~수천 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문화대혁명이라는 용어는 마오쩌둥과 홍위병들이 만든 용어였을 뿐이다. 문화대혁명 시기에는 대규모 반달리즘이 일어났다.

 

문화대혁명 과정에서 홍위병들이 저지른 폭력은 단순히 사람에게만 가하지 않았다. 중국의 문화유산, 음악, 미술, 영화, 체육, 소설, 만화, 심지어 애니메이션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숙청이 벌어졌고 이는 중국 문화계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경극은 문화대혁명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영역이었다. 이는 유명 연극, 영화배우 출신이었던 마오쩌둥의 부인 장칭이 직접 파괴하려 했기 때문이다. 장칭은 1964년에 경극 공연대회의 한 연설에서 기존 경극이 구시대적이고 봉건적인 내용만 추구하고 있으므로, 건전한 사회주의 노선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비판했고, 모든 경극은 인민들의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삶의 표본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경극 전반에 대한 개작을 명령했다.

 

이 과정에서 장칭에 반발했던 경극 배우들은 모두 숙청되었는데, 당시 경극 배우들에 대한 처우는 영화 <패왕별희>에서 사실적으로 묘사되었다. <패왕별희>에서 문화대혁명은 인물들을 파멸로 이끈 사건으로 보인다.

 

"시투, 넌 '패왕'을 버렸어!"

 

문화대혁명이 시작된 어느 날 밤에, 주샨과 함께 집의 물건들을 다 태우던 시투는 주샨에게 반드시 주샨을 지켜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문화대혁명은 계속 이어지고, 경극단은 경극 분장을 한 채 길거리에서 두지의 양아들 "서"가 이끄는 홍위병들에게 인민재판을 당한다. 살벌한 분위기와 압박을 견디지 못한 시투는 두지를 동성애자라고 말하고, 이에 배신감을 느낀 두지도 시투를 ‘패왕’을 버렸다며 비난한다.


게다가 주샨을 가리키며 그녀가 과거에 매춘부였다는 것을 폭로해버리고, 홍위병이 시투를 추궁하자 시투는 주샨을 사랑한 적이 없었다고 거짓말을 한다. 심지어 주샨에게 이혼 선언까지 한다. 시투의 말을 들은 주샨은 배신감과 절망에 빠진 표정을 짓는다. 그들은 홍위병들로부터 풀려나긴 하지만, 충격을 받은 주샨은 두지가 시투에게 주기 위해 원대인에게 얻어낸 보검을 두지에게 돌려주고 집으로 돌아와 자결한다.

 

<패왕별희>와 함께 영화 <마지막 황제>에서도 문화대혁명 장면을 볼 수 있다. 만주국 황제에 올라 전범이 된 푸이는 교도소에서 징역형을 살고, '교화'된 후 사회로 나와 정원사가 되었는데, 거리를 지나가다 만나게 된 반동분자가 교도소장이였다. 푸이는 교도소장을 '나쁜 사람이 아니다.'라고 옹호하면서 선처를 호소했지만, 결국 외면당한다.


 

 

다시, 경극


 

다시 영화 첫 장면인 1977년으로 돌아와, 세월이 문화대혁명의 영향이 거의 사라진 상태이다. 시투와 두지는 패왕별희를 연기하다가 공연을 멈춘다. 시투는 자신이 늙었음을 한탄한다. 시투는 두지에게 어렸을 적 계속 틀렸던 대사를 외친다. 이에 함께 대사를 틀린 두지는 "나는 원래 남자로 태어났거늘……." 이라며 중얼거린다.

 

둘은 우희가 패왕의 검을 뽑아 자결하는 장면을 연기한다. 시투의 허리춤에 있는 검을 뽑기 직전에 경극의 장면처럼 두지는 시투의 검으로 자신의 목숨을 끊는다. 시투는 두지의 이름을 부르며 절규하다가 막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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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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