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상상에서 현실로 나아가기 -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영화]

쓰이지 않은 글, 그려지지 않은 삶
글 입력 2020.03.26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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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이지 않는 글,

그려지지 않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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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스틸컷

 

 

요즘 내 머릿속을 교묘히 파고드는 문장이다, 최근의 내 일상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저 문장이 가장 적절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다독, 다작, 다상량이 필수라는데 코로나에 발 묶인 취업 준비생의 일상은 딱히 어떤 영감도 던져주지 않았다. 정해진 것들을 해내다 무기력해서 하루를 멍하니 보내고, 이후 찾아오는 공허감에 가라앉는 나날이 반복되었다.


어쩌다 하루를 충실히 살아내는 날엔 시간이 아주 느리게 흘러간다 느꼈고, 멍하니 하루를 때우는 날엔 시간이 참 빠르다 느꼈다. 문득 찾아오는 시간의 틈 속엔 일전에 여행으로 만났던 도시들이 찾아들었고, 그 만남이 계속될수록 점차 내가 딛고 있는 공간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차올랐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나를 둘러싼 많은 것들이 내게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생각지도 않았던 워킹홀리데이를 진지하게 준비해야 하나 고민하던 어느 날 아침, 문득 아이슬란드가 보고 싶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 유럽 교환학생 시절에도 여러 사정으로 포기했던 그곳을, 눈에 담고 싶었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들어버린 마음을 따라 비행기표를 끊어버렸다......면 참 좋았겠지만, 나는 현실에 발 묶여있는 취업준비생이었다.


세계 곳곳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이 시점에 해외로 나갈 수는 없었다. 자연히 눈은 다른 곳으로 돌아갔다. 애정하는 유튜버 슛뚜의 여행 브이로그, 아이슬란드 편을 보았다. 영화 같은 영상미를 자랑하는 분이기에 아침 내내 멍하니 그녀의 눈을 통해 비친 아이슬란드를 함께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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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스틸컷

 

 

일전에 이동진 작가의 책을 읽다가 ‘행복은 습관에서 온다’는 문장을 읽었다. 우리가 흔히 행복이라 생각하는 순간들 –거대한 즐거움과 기쁨이 오는 순간들은 사실 행복이 아니라 쾌락의 순간이라고. 그 쾌락의 순간에 찾아오는 감정들은 거대하지만 결국 지나가는 가는 감정일 뿐, 오랫동안 우리 곁에 머무는 것들은 소소한 습관에서 만들어진 행복이라고. 그래서 우린 인생의 거대한 순간에서 오는 쾌락보단 소소한 습관에서 오는 작은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고. 대략 뭐 이런 이야기였다.


미지근한 꾸준함을 사랑하는 나에겐 더할 나위 없이 잘 들어맞는 이야기였지만, 내 눈앞에 펼쳐진 (정확하게는 모니터를 통해서지만) 아이슬란드의 풍경을 보는 순간생각이 달라졌다. 이 거대한 풍광을 낸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면, 그 풍경에서 느껴지는 마음의 일렁임을 쾌락이라 부른다면, 행복 대신 쾌락을 좇는 삶을 살아도 좋을 것처럼 황홀했다.

 

생각해보면 아이슬란드의 풍경을 직접 보는 것 외에도 내겐 ‘언젠가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다. 인턴, 복수전공, 자격증 같은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동사’와 문장으로 이루어진 것들이었다. ‘석양 빛 아래에서 골든 리트리버와 함께 LA 산타모니카 해변을 산책한다’거나 ‘훗카이도 야외온천에서 원숭이와 함께 눈을 맞으며 노천욕을 한다’거나 ‘호주의 골드 코스트 해변에서 서핑을 하는’ 등의 다소 구체적이고 환상이 적절하게 뒤범벅된 문장으로 이루어진 꿈들. 언젠가 하고 싶던 이 일들은 언제부터인지, 일상에 치여 기억 너머로 사라져버렸다.


기록하지 않아도 늘 생생하게 기억하던 것들이 어느샌가 흐릿해졌다. 물론 터무니없이 디테일한 저 문장들을 그대로 실현하겠다는 욕심은 없었지만, ‘왜 나는 그동안 저 문장들과 비슷하게나마 현실을 그려내지 못했나’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꿈은 꾸는 게 아니라 행하는 것이고, 결국은 목표와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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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스틸컷

 

 

답답한 마음에 아이슬란드, 목표, 꿈, 무력감과 공허감이 뒤섞여있던 나의 상황과 가장 잘 어울리는 영화를 한 편 골랐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평범한 삶을 살던 월터가 라이프지의 폐간호 표지 사진을 찾기 위해 떠난 여정에서 ‘할 수 있다’는 성공의 경험을 쌓아가는 이야기.

 

사실 무언가를 발견하려는 마음으로 본 영화가 아니였기 때문에 영화에 대해 거창하게 할 말은 없다. 그저 내 눈에 들어온 것은 평소에 상상만 하고 시도하지 않던 일들을 조금씩 시도해나가는 월터의 모습이다. 그린란드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르고, 헬리콥터로 뛰어들고, 바다에서 상어와 싸우고, 아이슬란드에서 보드를 탄다. 평범한 일상을 살던 그는 단 이틀 만에 기존의 일상과 너무나 달라진 경험을 겪었고, 다른 세계를 품었다.


곧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야 했지만, 그에겐 그 경험들이 남아 달라진 삶의 온도를 일궈냈다. 월터는 이제 상상으로만 삶을 지탱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행동하는 법을 알고, 그 행동으로 일궈낸 성공의 경험들이 그에게 남아있다. 비록 상상을 완전히 놓아버리지 않는다고 해도, 그는 앞으로 상상 속의 세계가 아닌 현실에서 자신의 일상을 살아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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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스틸컷

 


평범치 않은 일상을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직접 일궈 가며 살아가는 삶.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이런 삶을 살아가는 이들은 단지 운이 좋아서, 그들이 평범치 않기 때문에 그런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미루지 않고 행동하기 때문에 그 작은 실천들이 점진적으로 모여서 일상의 방향을 바꿔 가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선명히 느껴지는 건 딱 하나다. 무언가를 변화시키는 극적인 계기는 그리 자주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무언가를 시작할 때 거창한 시작은 필요치 않다는 것. 결국은 지금 나의 순간이 나를 바꾸는 시작점이라는 것. 뻔하디 뻔한 말에 뻔하디 뻔한 글이 되어버렸지만, 요즘은 오히려 뻔한 것들에 나를 기댄다.


‘내일부터가 아니라, 오늘부터’를 외치고, 상상이 현실로 오는 시간을 감내한다면 나 역시도 조금은 변할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며 월터를 보낸다.


 

'쓰이지 않는 글, 그려지지 않는 삶'

그저 아직 피어나지 않은

'쓰이지 않은 글'과 '그려지지 않은 삶'이다.

 

삶을 그려나가는 것은,

결국 온전히 '나'의 몫이다.

 

 



[한나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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