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모든 극장은 특별하다, 극장에 대하여 [도서]

글 입력 2020.03.27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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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극장'에 가기 힘든 요즘이다. 지난 1월 우한에서 발생해 곧 4월이 되는 지금까지도 '코로나19'로 인해 전세계가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밖에 나가기가 두렵고 타인과의 접촉을 줄여야 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사람이 많이 모이는 어떤 곳에도 가기가 어렵고 꺼려진다.

그럼에도 이 시국에 굳이 이 책을 펼쳐든 이유는, 사실 별다른 건 없었다. 코로나 이전이었다면 비교적 공연을 보러 몇번은 더 찾았을, 이 '극장'을 언젠가 다시 찾게 될 날 좀더 높은 이해와 사고 속에서 극장을 바라보고 싶어졌기 때문이었다.
 
 
 
책 소개

 

지식과 현장 경험을 겸비한 극장경영 전문가가 들려주는 2,500년 극장사의 종단면과 횡단면!
 
이 책은 이론적인 지식과 실제적인 현장 경험을 겸비한 극장경영 전문가가 전해주는 극장(theatre) 이야기다. 저자는 1987년 예술의전당에서 예술경영에 첫발을 들여놓은 이후 지금까지 예술경영과 극장경영 분야의 전문가로서 적극적인 활동을 해왔고,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로 일하고 있다. 본문은 극장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시간적 흐름인 종단면과 속성에 해당하는 횡단면을 번갈아 살펴보고 또 이들이 만나는 지점에서 확인되는 주목할 마한 트렌드를 소개하고 있다.

극장의 개념으로부터 동서양의 주요 극장사, 다면체인 극장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접근하는 10개의 키워드를 비롯하여 우리나라와 전 세계의 현대극장에서 나타나는 트렌드를 살펴보고, 더 나아가 극장의 미래에 대해서도 전망해 본다, 관련 분야 종사자는 물론이고 예술경영과 극장과 공연예술에 관심이 있는 일반 독자도 이 책을 통해 극장 전반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극장(theater)의 어원


 

공연예술계에 종사하지 않는 일반인의 입장으로서는 극장의 의미나 어원에 대해 아는 것이 쉽지 않다. 필자의 경우, 극장과 영화관을 종종 헷갈려하기도 했다. ‘우리, 공연 보러 갈래?’의 극장과 ‘우리, 영화 보러 갈래?’의 영화관을 혼동하여 인지하고 있음은 theater의 정확한 어원에 대해 알게 되면서 깨달았다.
 


극장의 영어 단어인 씨어터(theatre)는 그리스어 ‘테아트론(théātron)’에서 비롯되어 라틴어 ‘theātrum’을 거쳐 중세영어로 정착했다. 그리스어 ‘théātron’은 보다(view)라는 의미의 ‘theasthai’에서 ‘thea’를 취했고 장소나 수단을 의미하는 ‘tron’이 합쳐진 단어라는 것이다. 애초에 그리스어 테아트론은 객석을 지칭하는 말로, 공연예술이 관객과 만나야 비로소 완성된다는 근대적 주장이 이미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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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과 만나는 공연예술이 펼쳐지는 장으로서의 극장을 씨어터(theater)의 시작으로 보아야한다는 것이다. 근현대에 접어들며 영화를 여러 사람이 볼 수 있도록 마련된 곳 또한 영화관(movie theater)으로 불리고 있지만, 자세히 보면 theater앞에 movie가 붙어있어 그 개념이 다름을 알 수 있다. 실시간으로 무대 위에서 진행되는 공연과 객석의 관객이 호흡할 수 있는  극장의 일부 기능이 확대된 개념으로 통용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공연 예술에는 연극, 뮤지컬, 오페라, 실내악, 창극, 판소리, 무용 등이 포함된다.
 
 

극장에 영향을 주는 것들

 

언뜻 보아서는 모두 같아 보이지만, 극장에는 저마다의 속사정이 있다. 저자는 이를 10가지의 키워드로 나누어 극장이 모두 특별하다는 데 대한 근거를 제시했다. 나열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미션, 재원, 운영 형태, 무대와 객석 간의 관계, 극장의 크기, 프로그램 제작 방식, 극장의 용도, 극장의 물리적 조건과 특성, 극장의 이해당사자, 내·외부 환경과 여건


 
보기만 해도 굉장히 복잡하다. 각각의 요소들이 단일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상호작용하며 영향을 준 끝에 극장이 탄생하고 운영되므로, 이 이상의 것들로 인해 극장은 더욱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는 예술 경영 당사자나, 공연 당사자와 같은 입장보다는 예술을 향유하는 극장의 이해 당사자로서 조금씩은 이들을 이해해볼 필요가 있다. 문화예술을 애호하는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극장은 기본적으로 관객들을 만나는 곳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자연 지형을 활용해 구릉이 있는 곳의 거석을 깎아 객석을 만들고, 무대의 배경에는 넓은 평원이나 바다가 보이도록 하는 자연적인 형태로 극장이 지어졌다. 그러나 도시가 생겨나면서, 사람들의 수요와 교통, 상업의 발달에 따라 더 이상 자연적인 지형에만 의존하지 않는 인공적인 형태의 극장이 점차 도시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이 극장은 각자 어떠한 미션을 띠고서 존재하였는데, 특히 중세에는 성경의 내용이 연극이 주요한 소재가 되어 교회의 중요한 정치 극장으로서 역할하기도 했다. 잘 알려져 있는 로마의 콜로세움에서도 검투, 혹은 이를 가장한 사형극, 운동 경기 등이 진행되며 로마 권력의 정치적 도구로 활용되기도 했으므로 이를 정치 극장의 한 예로 볼 수도 있겠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대중에게 환심을 사거나 대중을 상대로 특정 이슈를 설득하는 데 극장이 활용된다. 로마의 콜로세움을 단순히 로마 시민의 유흥을 위해 건립했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 콜로세움과 콜로세움에서 이루어진 이벤트들은 정권ㅇ르 안정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권력자나 정치인이 주목하는 극장의 특성이다. 전제적인 국가를 ‘극장국가’라고 부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 2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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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재원이 공공 혹은 민간 자원에서 온 것인가, 운영의 주체는 어디인가, 무대는 객석을 향해 얼마만큼 돌출해 있으며 관계성을 얼마나 띠는가, 어떤 공연을 주로 올리는 극장인가, 극장 운영을 위한 물리적 환경과 시스템은 어떠한가 등, 극장을 둘러싼 이해관계와 자원 및 경영 방식에 따라 고대서부터 지금까지 극장은 복잡하게 변화하며 존재해왔다. 그래서 극장은 각자가 처한 상황과 환경이 다르므로, 저마다 다른 얼굴을 한 특별한 존재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획 중심의 극장, 제작 중심의 극장

 

프리젠팅 씨어터와 프로덕션 씨어터
 
극장은 용도와 성격, 올리는 공연과 운영 방식 등에 따라 굉장히 여러 가지로 존재하고 있다고 앞서 말했으나, 이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프로그램 제작 방식에 따라 극장을 크게 분류해보자면 프로덕션 씨어터와 프리젠팅 씨어터로 나눌 수 있다. 이 둘의 큰 차이는 공연 제작 역량을 내부에 가지고 있느냐, 외부에서 제작 인력을 운용하느냐이다.

전자는 예술단을 내부에 보유하고 있으며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제작 중심으로 극장이 운영된다. 후자는 기획 중심의 극장으로, 내부에 제작을 위한 조직이 따라 없어 주로 초청 및 기획 공연으로 프로그램이 편성된다.
 
후자인 프리젠팅 씨어터가 현대적인 형태로, 공연을 직접 제작하지 않고 내부에 최소한의 부대 공간만 두고 있다. 필자의 경우도, 지금 떠오르는 국립국악원, 국립극장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프리젠팅 씨어터에 해당하는 극장에서 공연을 보아온 것 같다. 전에는 둘의 차이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프로그램 제작 방식에 따라 극장의 규모와 조직이 달라짐을 알게 되니 이제 어느 공연장에 가도 둘은 확실히 구분해 낼 수 있을 것 같다.
 
 

극장의 미래

 


다중이 이용하는 극장의 지불자가 소수 귀족이나 왕실에서 익명의 다수로 확대된 것은 공연예술의 붐에 결정적인 조건이 된다. 관객이 주머니를 열고 공연을 선택하는 것은 이전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 그 후 지금까지 대부분의 극장에서 첫 번째 고객은 극장을 직접 찾아오는 관객이다. - 87p


 
극장의 형태나 시스템이 오랜 시간을 거치며 어느 정도 굳어져 가고 있는 듯하지만, 모든 것이 급변한다는 4차 산업혁명을 두고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저자는 미래 극장의 키워드로 탈장르, 비정형, 융복합, 혼종, 다양성을 꼽았다. 극장이 더 이상 전통적인 형태로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개개인의 취향과 선호도가 매우 다양해지며 공연의 형태도 하나의 장르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고, 자연히 극장도 함께 변화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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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와 개인은 밀접하게 관계를 맺으며 시간이 갈수록 복잡다단하게 변화한다. 극장과 공연예술도 창작의 산물이기는 하나, 엄밀히 말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하나의 경영 대상이므로 이 변화를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다. 고정불변하는 것은 없으므로 극장은 과거의 기능이나 형태, 주류의 것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움직임은 이미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극장은 공연예술을 향유하는 관객의 성향과 극장을 움직이는 사회적 구조에 따라 ‘탈장르’ 혹은 ‘비정형’적인 방향으로 변해갈 테다. 다만, 여기서 필자는 여전히 공연예술에 기대하는 개개인의 다면적인 니즈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이것을 만족하는 충분한 극장의 수와 재원이 서로를 충족시켜, 앞으로의 극장이 전통을 지키면서도 충분해 변화에 대응해 가길 바랄 뿐이다.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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