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모든 역사의 순간에 있었던 실 - 총보다 강한 실 [도서]

글 입력 2020.03.22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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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보다 강하고 균보다 끈질기며, 쇠보다 오래된 실’ 저자는 실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실제로 우리는 실이 인류와 아주 긴 시간을 함께해 왔음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고, 살갗에 직접적으로 닿는 만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 또한 인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단 한 번도 진지하게 실의 역사가 왜 쓰이지 않았는가에 대한 의문은 품은 적이 없었다. 그리하여 나는 < 총보다 강한 실 >을 선택했다. 실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니, 다방면에서 새로운 사실들을 깨닫게 되었다.

 

 


배제된 실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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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왕조 시대에도 여자들은 집에 머물면서 옷감 짜는 일을 해야 한다는 관념이 있었다. 4세기의 어떤 문헌은 이 점에 대해 분명한 의견을 보여준다. “여자들은 실을 뽑고 옷감을 짜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고 밤늦게 잠자리에 든다. 그것은 그들의 일이다”  -p.96

 

실과 관련된 노동은 주로 여성의 몫이다. 힘을 요하는 베틀 또는 수만번의 손 움직임을 이용해 직물을 만들고 옷감을 만든다. 그리고 이 완성품들은 인간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함께한다. 하지만 너무나 순탄하게 또 당연하게 곁에 있어서 였을까, 실과 관련한 역사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역사책은 강자에 의해 쓰였고, 역동적인 스토리 흐름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사회적 약자인 여성과, 당연한 존재인 실의 스토리는 역사책에서 배제되었다. 이 사실을 깨닫는 순간 내가 배운 역사가 전부는 아니었음을 알았다. 실은 모든 자리에서 인류와 함께해오며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었다.

 

 

 

표현의 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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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스가 사회적 지위의 표지로서 가치를 가진 이유는 그것이 정교한 물건이며 제작 과정이 복잡하고 가격이 비싸다는 데 있었다. 레이스가 지위의 뚜렷한 상징이었기 때문에 권력자들은 평민들이 자신들보다 신분이 높아 보이도록 레이스를 착용하는 것에 법적 제약을 가했다.” -p.192

 

역사적으로 실의 종류, 직물의 색, 짜임새 등은 자신을 표현하거나 신분을 구분짓는 아주 중요한 수단이었다. 실용적이지 않지만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까다로운 제작방식은 레이스를 상류층의 상징으로 만들었고, 이를 교류하고 제공하며 우호적인 외교의 표현 수단이 되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거칠고 칙칙한 직물과 부드럽고 유연한 직물의 대조는 노예와 주인을 구분 짓는 표현이었으며, 데님이 풍기는 자유스러운 분위기는 격식을 내려놓는 이미지의 상징이었다. 또한 오랫동안 비단은 품격있는 대접의 상징의 역할을 했다. 이렇게 실은 각기 다른 형식으로 변모하여 당대의 사회적 상황을 이끌고 보조하며 역사를 형성하고 있었다.


 

 

당대의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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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날마다 입고 사용하는 직물을 만든 사람들의 목소리를 찾아내는 일은 쉽지가 않다. 공장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보통 의사, 활동가, 기자들이 던진 질문에 대한 그들의 대답 또는 짧은 인용문 형식으로 우리에게 전해진다. ··· 그래서 아녜스의 기록은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p.277

 

책을 통해 실의 역사와 더불어 여성의 역사를 자연스레 접할 수 있었다. 아녜스의 기록을 통해 레이온 공장의 온전치 못한 상황을 읽을 수 있었으며, 강제 노역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너무 많은 먼지 탓에 갈증이 났지만 관리자의 허락을 받아야 물을 마실 수 있었고, 방적 공장의 노동자들은 점차적으로 여성으로만 채워졌다는 것 또한 충격적이었다.

 

더불어 당시 여성에게 요구했던 사회적 이미지와 제약은 스포츠에서 여성의 역량을 온전히 발휘할 수 없게 만들었다. 테니스 경기에서 코르셋과 높은 굽이 있는 신발을 착용했어야 했고, 여성을 위한 스포츠 브라는 아주 나중에서야 제작되었다. 옷을 통해 여성이 견뎌온 어두운 이면들을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

 

<총보다 강한 실>은 우리에게 배울 기회를 주지 않았던 역사의 한 부분을 알게 한다. 여성과 실은 아주 촘촘하고 단단하게 역사라는 직물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과거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실은 인간의 생활, 사회, 소통 등을 좌우하고 있다. 실이 총보다 강한 이유는 역사의 극적인 순간 뿐 아니라 크고 작은 모든 순간을 함께 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실의 세계사로 더 풍부한 역사를 만나볼 것을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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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보다 강한 실
- 실은 어떻게 역사를 움직였나 -


지은이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
 
옮긴이 : 안진이

출판사 : 윌북

분야
역사 / 세계사

규격
145*220mm

쪽 수 : 440쪽

발행일
2020년 02월 10일

정가 : 17,800원

ISBN
979-11-5581-258-7 (03900)
 

 

[고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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