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다채로운 색을 품은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글 입력 2020.03.20 04:0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2월 23일은 예술의전당 베토벤 ‘장엄미사’ 공연이 있는 날이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콘서트홀로 급히 가는 도중 눈에 띄었던 것은, 벽 한 면을 따라서 알록달록한 여러 그림책이 줄지어 놓여있는 모습이었다. 그 인상적인 모습에 호기심이 생겨 잠시 멈추어 서서 한 권이라도 열어볼지 말지를 고민하다, 시간이 촉박해 그 공간을 스쳐 지나갔었다.


그리고 이번 주에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을 관람하면서, 그때 보았던 공간이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의 일부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시회 입구 밖에 있는 벽 코너에선 2017 볼로냐 아동 도서전에서 상을 받은 보림출판사의 그림책 70여 권을 만나볼 수 있었고, 벽 맞은편에는 의자 여러 개가 있어서 편안하게 앉아 각자 다른 매력을 품고 있는 그림책을 한 권 한 권 펼쳐보며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어울리는 따뜻한 글을 통해 잠시 하루를 치유하고 갈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18.jpg

 


전시장에 들어갔을 때는 마침 운 좋게도, 도슨트님이 전시 해설을 시작하는 시간이었다. 해설을 통해 혼자 관람했다면 미처 알지 못했을 법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전시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제일 먼저 마주한 작품은 2018 우승자로 선정된 작가 Vendi Vernic의 동물원 그림책에 실린 그림들이었다. 그리고 이 작품에 대한 Vendi Vernic 작가님의 인터뷰도 그림 옆의 화면을 통해 감상할 수 있었는데, 인터뷰를 보며 필자에게 감명 깊게 남은 구절을 아래와 같이 소개하고자 한다.

 

 

"저는 캐릭터를 개발함과 동시에 특정 분위기를 연출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제 그림은 진짜처럼 보이게 하는 것 또는 기술적으로 완벽함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과의 상호작용, 그리고 그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초점을 두었습니다. 꼭 정확하고 정교하게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보며 스스로가 어떤 식으로 반응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림을 그려오면서 필자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진짜처럼 보이게 하고 정교하고 정확하게 그리고자 하는’ 태도로 그림에 접근하곤 했다. 3차원의 입체를 2차원의 화폭에 자연스럽게 재현하는 것은 필자가 주로 관심을 가지고 중요시해온 부분이었는데, 위의 작가의 말은 이런 접근법을 가진 필자에게 그림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주었다.


 

ⓒ Vendi Vernic.jpg

 

 

작가 Vendi Vernic의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물감의 질감, 종이를 잘라서 붙이고 새롭게 그린 자국, 그림 끄트머리에 적힌 낙서와 수정사항을 찾아볼 수 있었는데, 그런 부분이 전혀 어색하지 느껴지지 않았고 적당히 자리잡힌 여백과 시원하게 그은 선, 그리고 색의 조화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작업을 해나갈 때 ‘여유’를 주고 그리는 과정에서 유동적으로 수정해 나간다는 작가의 말이 그대로 그림에 잘 표현된 작품들이었다. 그리고 그 작품들을 눈에 담으며 어쩌면 이런 ‘여유’가 필자에게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의 완성본을 모두 계획해 놓고 진행하는 기존의 방식이 아니라, 다른 표현 방식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여유를 두어 수정을 거듭하며 여러 스타일을 시도해보다 보면 이전보다 더 다채로운 개성을 담을 수 있지 않을까.



20.jpg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은 총 5개의 주제로 나뉘어 있는데, 전시장의 마지막 공간의 주제는 ‘life’였다. 이 공간에서는 아동 도서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라가치상을 수상한 도서들을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대부분의 책이 외국 동화책이라 내용은 얼추 그림으로만 추측해서 읽어나가야 했다는 것이다. 추가적인 내용 해설이 작게라도 붙여져 있거나 하면 더 책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었을 텐데 그 부분이 조금 아쉬웠다.


그렇지만 모든 책은 저마다의 가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었고, 아이들을 주 독자로 하기에 책이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는 뚜렷하고 따뜻했다.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은 책의 일러스트를 통해 삶의 교훈, 인생의 가치, 대상을 보는 태도 등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해준 멋진 전시였다.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 세상을 담는 그림 -


일자 : 2020.02.06 ~ 2020.04.23

시간
오전 10시 ~ 오후 7시
(매표 및 입장마감 오후 6시 20분)

*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

티켓가격
성인 : 12,000원
청소년 : 10,000원
어린이 : 9,000원

주최
예술의전당, ㈜씨씨오씨
 
주관: 메이크앤무브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윤수현 태그.jpg

 

 

[윤수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