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총보다 강한 실’, 기록되지 못한 역사 [도서]

글 입력 2020.03.18 00:45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총보다 강하고, 균보다 끈질기며, 쇠보다 오래된, 실.


 

[꾸미기][포맷변환][크기변환]KakaoTalk_20200318_171908566_09.jpg

 


‘총보다 강한 실’은 인류의 시작, 산업의 발전, 불평등과 착취, 과학의 진보, 인간 한계의 도전, 그 모든 자리에 있었던 실의 역사를 보여준다. 이 책은 힘과 권력에 가려졌던, 그 뒤에 숨은 인간을 따라가는 책이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천에 둘러싸이며, 죽은 후에도 수의가 몸을 덮는다. 또한, 우리의 하루를 떠올려봐도 천과 함께 하지 않는 순간들은 거의 없다. 이토록 중요한 ‘실’은 왜 우리 역사에서 주목받지 못했을까?




실의 역사와 일상생활을 일궈온 여성




남성이 절대 다수인 고고학자들은 선사시대에 ‘도자기 시대’나 ‘아마 시대’가 아닌 ‘철기 시대’와 ‘청동기 시대’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런 이름들을 들으면 금속으로 만든 물건들이 그 시대의 주된 특징이었다는 인상을 받는다. 하지만 금속은 그저 눈에 가장 잘 띄고 오래 보존되는 물질일 따름이다.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는 나무나 직물처럼 잘 썩는 물질을 활용하는 능력이 더 중요했을 것 같은데, 그런 물질들이 존재했다는 증거는 대부분 썩어서 대지의 일부로 돌아가 사라졌다.

 

- '총보다 강한 실' 51p



실과 직물을 만드는 것은 전통적으로 남성의 일이 아니라 여성의 일이었다. 나는 지금껏 역사에서 여성이 맡았던 일들이 중요하지 않게 다뤄지는 이유는, 여성이 사회적으로 비교적 가치가 적다고 여겨지는 일들을 도맡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총보다 강한 실’에서는 실은 우리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일 뿐만 아니라, 역사를 움직여온 중요한 물질임을 분명히 한다. 실의 역사가 중요하지 않게 여겨지게 된 것은 그것이 중요치 않기 때문이 아니다. 힘의 논리에 의해 기록되는 역사의 특성에 따라, 여성이 주로 맡았던 실에 관련된 작업들이 터부시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가사노동을 어렵지 않고 사소한 것으로 여기는 인식과도 비슷한 맥락이다. 가사노동은 누군가 매일 행하면서도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다. 가사일 없이 생활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것은 분명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가사노동은 전통적으로 여성이 하는 일로 여겨져 왔고, 그렇기에 ‘작은’ 일처럼 여겨져 왔다고 생각한다.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지위와 인식을 얻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사회는 여성이 하는 일은 중요치 않은 것으로, 여성의 취향은 가벼운 것으로 여기곤 한다.



[꾸미기][포맷변환][크기변환]KakaoTalk_20200318_182005624.jpg

 

 

‘총보다 강한 실’은 13가지 주제를 통해 실이 어떻게 역사를 움직여 왔는지 보여준다. 실로 만든 직물은 개인의 사회적 지위를 표현할 뿐만 아니라, 중요한 외교 수단이 되기도 했으며 사상과 문화의 풍부한 교류를 이끌기도 했다. 실을 주제로 이토록 방대한 역사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저자의 전문성에 감탄했다.


가장 마음이 동했던 주제는 레이온 공장의 열악한 환경에서 강도 높은 노동을 했던 사람들에 대한 주제였다. 위대한 실의 역사를 만들어온 노동자들은 부를 누리지도 못했으며 중요하게 기억되지도 못했다.


‘총보다 강한 실’에서는 실에 관한 다양한 역사 이야기들을 엮었을 뿐만 아니라, 실을 생산하는 주체였던,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사람들을 재조명한 점이 인상 깊었다. 우리는 힘의 서사만이 남겨진 기록만을 역사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기록되지 못한 이면의 ‘사람’들도 추적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책 소개>
  
 
도서 『총보다 강한 실』에서는 그동안 다뤄진 적 없던 실의 역사에 주목한다. 총, 균, 쇠가 주류의 역사이자 힘의 역사라면, '실'의 역사는 총보다 강하게, 균보다 끈질기게, 쇠보다 오래, 인간의 역사를 움직여온 보다 우리 삶과 가까운 이야기들이다.
 
실과 직물을 만드는 것은 전통적으로 남성의 일이 아니라 여성의 일이었으며, 그렇기에 기록된 글이라기보다는 입으로 전해진 것들이었다. 하지만 최초의 섬유 흔적이 발견된 동굴부터, 비단길의 흔적, 이집트 미라의 리넨까지, 실이 거쳐 간 역사의 흔적은 상상 이상으로 넓고 깊다.
 
이 책에서는 직물과 실에 대한 13가지 이야기를 다룬다. 리넨으로 시체를 감싼 이집트인들, 고대 중국의 비단 제작의 비밀, 중세 유럽 왕족들의 레이스 경쟁 등을 만난다. 또한 남극대륙과 에베레스트를 오르기 위해 선택된 특별한 직물과, 인간 한계를 넘기 위한 우주복 이야기, 전신 수영복 이야기도 다룬다.
 
인류의 시작, 교역의 시작, 산업혁명의 동력, 과학의 발전, 그 모든 곳에 있었던 '실'. 이 책은 힘과 권력에 가려졌던 그 뒤에 숨은 인간을 따라가는 책이다. 엉킨 실타래를 인내심을 갖고 풀어내듯, 실과 직물의 흔적을 끝까지 찾아내 그것을 최초로 만들고 사용한 인물들과 그들이 움직여온 역사를 펼쳐 보인다.
 
작은 실 하나가 어떻게 역사를 움직였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라. '실' 하나로 풀어낸 역사의 참모습이 여기 있다. 그리하여 가느다란 실의 힘에 압도될 것이다.
 

 

*

총보다 강한 실
- 실은 어떻게 역사를 움직였나 -


지은이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
 
옮긴이 : 안진이

출판사 : 윌북

분야
역사 / 세계사

규격
145*220mm

쪽 수 : 440쪽

발행일
2020년 02월 10일

정가 : 17,800원

ISBN
979-11-5581-258-7 (03900)

 

 

송진희.jpg

 

 

[송진희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4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