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다시 만나는 그림 - 볼로냐일러스트원화전2019 [전시]

무심코 지나쳤던 그림책 속 일러스트들을 새롭게 만날 수 있는 기회
글 입력 2020.03.16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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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2019

기획 및 큐레이팅:

 Curated by Paola Vassalli, Organized by Bologna Children's Book Fair/Bologna Fiere

전시기간: 2020년 02월 06일(목) - 2020년 4월 23일(목)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시간: 오전 10시 - 오후 7시 (입장마감: 오후 6시20분)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2019_세상을 담는 그림


 

볼로냐아동도서전BCBF의 핵심 행사인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이 예술의전당에서 열렸다. 해당 전시에서는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수상자 76명의 작품 30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3천여 명의 지원자 중에서 선정된 해당 작품들은 곧 세계 일러스트의 흐름을 잘 보여준다. 또한 어린이책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라가치상'을 수상한 도서 16권과, 2017년 한국 출판 최초로 '최고의 출판사상'을 수상한 보림 출판사의 그림책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전시를 시작하면 입구에 스탬프 투어 종이가 준비되어 있다. 섹션마다 비치된 도장을 찾아 종이를 채우면 아트숍에서 선물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볼로냐아동도서전과 이탈리아의 도시 볼로냐에 대한 짤막한 설명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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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만나는 작품은 2018년 '최고상'을 수상한 벤디 베르니치의 책과 원화 작품이다. 한 복도를 가득 채운 베르니치의 그림들. 복도의 끝에서는 실제 그림책과 영상을 만날 수 있다.


그림책이 한국어로 되어있지 않아 읽을 수는 없지만, 그림만 봐도 무슨 내용인지 알 것 같다. 이 점이 바로 그림책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또한 처음부터 원화의 매력을 만날 수 있었다. 종이를 잘라 붙여 체스판을 표현한 모습이나, 그림 주변으로 낙서처럼 번져있는 펜 자국들이 생생하게 남아있고 확인 가능한 점이 재미있다.




신화와 동화(Once upon a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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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방으로 이동하면 신화와 동화(Once upon a Time)를 주제로 작품들을 모아놨다.


그중 얀 베이직의 작품 <아리아드네의 실, 신화와 미로>은 벽 한 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 작품 뒤의 벽지까지 그의 그림으로 채워져 있다. 패턴이 눈에 띄는 그의 작품은 화려하게 그려진 미로들이 고대 그리스 신화와 문화를 소개한다. 꼼꼼한 그림 속에 무엇이 있는지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익숙한 듯 낯선(Imag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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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듯 낯선(Imagine) 이라는 주제에서는 유 텅 타이의 <푸루루>가 기억에 남는다. 손자수 기법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자수를 이용한 일러스트는 사실 책에서는 와닿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보니 실의 오돌토돌한 촉감이 눈에 보여서 더 인상깊었다.

 


 

작은 친구들(The Animal Story)


 

그림책에는 자주 '동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최근 들어서는 고양이와 강아지를 소재로 하는 그림책이 늘었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도 역시 동물에 대한 주제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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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렌 아시아인 로라의 <좋은 하루 A Good Day>는 호랑이와 고양이 사이의 우정과 자유에 관해 이야기 한다. 강하지만 철창에 갇혀있는 호랑이와 작고 약하지만 자유로운 고양이가 대조된다. 포근한 색감으로 섬세하고 밀도 있게 그림을 채워 넣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해당 책은 전시 말미에 실제 그림책으로도 만날 수 있었다.

 



자연의 친구들(Friends of 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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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자연의 친구들(Friends of Nature)이라는 주제가 있는데, 이 주제 안에서는 무초 마나카의 <산> 그림들을 소개하고 싶다. 이 그림은 오염된 상태로 남아있는 산, 땅, 바다의 모습을 그리고 있으며 이는 작가가 실제로 겪은 동일본 대지진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역동적이고 강렬한 그림이 자연 앞에 무력한 공포감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리고 동시에 인간으로 인해 고통받게 되는 자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동화같이 포근한 그림들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더 돋보였던 작품이다.

 



우리 곁에 숨은 이야기(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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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주제는 우리 곁에 숨은 이야기(Life)다. 아마 앞의 주제에서 나온 많은 작품을 전체적으로 포괄할 수 있는 주제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곳의 그림들은 다양한 시각으로 우리 바로 곁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북적한 공항을 그리기도 하고 낯선 여행지를 그리기도 한다.


마지막 주제를 채운 복도는 양옆으로 그림이 걸려있고, 가운데에는 앞서 본 일러스트들의 실제 그림책과 의자를 배치해 책을 읽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외국어로 되어있는 책도 있지만, 한국어로 나온 그림책도 많아서 흥미롭게 본 일러스트를 이야기와 함께 만나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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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린 작가의 <학교안에서 일어나는 일> 중 한 그림이다. 어린이들이 체조를 하고 있는데, 앞은 질서정연하지만 뒤쪽은 흐트러진 모습이다. 그들의 시선을 잘 보면 아이들은 오른쪽의 무엇인가에 정신이 팔린 모습이다. 작가는 작은 사람들을 그리며 일상을 묘사한다. 많은 사람들 중 일부는 규칙을 지키지만 일부는 혼돈 속에서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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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그린 작가도 있었다. 안드레 레트리아의 <전쟁>은 다른 그림과 다르게 조금 어둡다. 아무래도 전쟁을 묘사하고 있다 보니 밝지 않지만, 이 역시 우리 일상에 분명히 존재하며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것이다.


마냥 환상적이고 동화적일 것 같은 전시지만 그림책은 그렇지 않다. 아이들이 읽는 책에서도 주제는 한계가 없으며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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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숍을 지나 다시 전시장 밖으로 나오면 오른쪽 벽을 채우고 있는 보림 출판사의 책들을 만날 수 있다. 보림출판사는 국내 최초로 2017 최고의 출판사 상을 받았다. 이 벽에서는 보림 출판사의 도전정신을 볼 수 있는 다양한 그림책을 직접 읽어볼 수 있다.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은 작가 개개인의 개성이 톡톡히 드러나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전시된 그림들은 각자 자신을 마음껏 보여주고 있었다. 또한 패브릭으로 만든 표찰이나 파스텔톤의 벽지, 곳곳에 숨어 있는 그림들이 동화적이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그림책 일러스트 원화전'이라는 분위기와 걸맞았다.

 

한편 작품들은 벽뿐만 아니라 전시장 가운데에도 테이블에 펼쳐져 있어 좁은 전시장을 알차게 활용하고 있었다. 공간은 작지만 주제도 다양하게 나뉘어있고 작품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어서 감상하는데에 시간이 꽤 걸리는데, 조금 모순적이게도 동선이 크지 않다보니 전시가 금방 끝났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나는 주로 현대 미술가들의 개인전이나 단체전을 선호해서 일러스트 전시는 처음이었다. 커다란 캔버스를 채우거나 어떤 조각이 전시된 것은 아니지만, 작가들의 개성이 드러나는 일러스트를 한곳에서 모아볼 수 있는 기회였다. 평소 그림책을 볼 기회가 거의 없는 것 또한 사실이고, 보더라도 쉽게 넘어갔었지만 이번 기회로 세계적으로 성장하고 관심이 커지고 있는 일러스트 계의 트렌드를 알 수 있었다.

 

가장 값지게 남은 점은 그림책이 계속해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었다. 특히 차영경 작가의 <아주아주 멋진 하얀공주>는 기하적인 그림이 신선했고 명작동화를 재해석한 점이 기억에 남는다. 그림책들의 다양하고 실험적인 도전정신을 응원하게 되었고 동시에 계속해서 발전해갈 그림책을 기대하게 되는 계기가 된 전시였다.

 


[진수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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