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퇴사를 할지 말지 고민 중이시라고요? [문화 전반]

퇴사를 하는 기준, 제 경우엔 말입니다.
글 입력 2020.03.1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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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라는 곳은 언제나 개인에게 많은 생각과 변화를 주는 공간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취업하고 싶어 하면서도 그만큼 신중할 수밖에 없는 건, 붙느냐 안 붙느냐의 문제만큼, 붙고 나서 어떻게 회사생활을 하는가? 역시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입사 이후 회사생활을 위해 조직만 적격자를 고르는 게 아니라, 지원자 역시 회사를 고르고 비교하면서 선택하긴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고르고 고른 회사더라도 입사 한 달 만에 퇴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스스로 회사를 잘못 선택했다고 느낄 때가 있는데, 나 역시 그런 적이 있었다. 그리고 우여곡절을 겪으며 내 발로 회사를 나온 경험을 하다 보니 이것만큼은 안된다 싶어 퇴사하게 만드는, 퇴사에 대한 일종의 기준이 생겼다.


물론 퇴사에 대한 이유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이겠지만, 여러 가지 기준 중에서 나 같은 경우에 퇴사를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이것이다.


"이 회사가 나라는 존재를 잃게 하는가?"


만약 그렇다는 판단이 서면 나는 아무리 좋은 곳이라도, 심지어 그곳이 평생직장일지라도 퇴사를 선택한다. 이때 나라는 존재라는 것은 내 정체성을 잃게 하는 경우를 말한다. 그것이 내가 기대한 업무가 아닐 때일 수도 있고, 내가 기대하는 성장한 내 모습과 부합되지 않을 때 일수도 있고, 나라는 사람의 자아 자체를 잊게 하는 경우일 수도 있다.


나는 이 세 가지를 모두 경험해보았고, 이때의 경험은 다시 하라면 못하겠지만 이때의 경험으로 분명 어떻게 더 나은 선택을 하는가에 있어 스스로 성장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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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기대한 업무가 아닐 경우


어떤 곳에서 일할 때는 회사의 업무가 원래 내가 생각했던, 혹은 하려고 했던 업무와 결이 너무나도 달라서 원래 내가 기대했던 업무와 맞지 않는 일을 했었다.


인포그래픽을 담당하는 곳이었는데, 디지털 기반일 줄 알았으나 훨씬 더 아날로그 기반이었던 회사의 시스템은 내가 입사하고 나서야 체감할 수 있었고 왜 미리 알려주지 않았느냐며 약간은 원망스러울 정도였다. 물론 그런데도 어떻게든 배울 것이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버티려 했으나, 내가 진짜로 원하던 일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결국 나는 그곳에서 예상했던 기간보다 훨씬 일찍 퇴사하게 됐다. 물론 업무 자체에 어려움이 큰 것은 아니었지만 스스로 비전에 부합하는 일을 하며 버티는 것과 그렇지 않은 일을 하며 버티는 것은 삶의 질에 큰 차이가 있다.

 

 

 

2. 내가 기대하는 성장이 없을 경우


어떤 곳에서는 업무가 나와 잘 맞았고, 사람들과도 잘 지내서 회사 생활이 즐거웠지만 더 이상의 발전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결국 나올 수밖에 없었다. 업무가 익숙해지고 어느 순간 계속 같은 업무만을 반복하다 보니 이러다가 시야가 좁아지면 어떡하나 싶고, 다른 업무에 대처를 못 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덜컥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고부터는 회사를 마치고 와서도 다른 작업을 시작하고, 외주를 받거나 스스로 성장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것 같다. 물론 요즘은 투잡을 뛰는 회사원들도 많지만 사실상 시간 관리 등 쉽지 않기 때문에 회사에서 하는 업무가 내 역량을 키워줄 수 있다면 가장 좋지 않을까 한다.회사에 온전히 내 집중을 쏟으면서도 함께 성장하니까 말이다.

 

그런 관점에서 현재 근무하고 있는 회사에선 알아야 할 것도 많고 처음인 것도 많지만 모든 상황이 나에게 '배움'으로 느껴져 이곳을 선택한 것이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이곳에서 하는 업무가 내가 진짜로 하고 싶었던 일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또 다른 어려움이 나를 힘들게 하더라도, 이 전의 경험들에 비해 버틸 수 있다고 느끼게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3. 나라는 자아 자체를 잊게 하는 경우


이때의 경험은 상당히 힘들고 괴로웠기에 극복하는 데 있어서 감정적이나 체력적인 회복이 평소보다 힘들었다. 하지만 지나고 나니 다음번엔 이러지 말아야지, 하고 분명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이때 소속되었던 곳에서는, 이 한 곳을 위해 N 차 관문을 뚫고 몇 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쳤던 곳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내가 끝을 보게 될 거라는 희망을 막연하게 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과 퍼포먼스를 내야 하는 업무의 부담도 견딜 수 있었지만, 조직환경이나 업무의 승진 시스템에 대한 기준들이 내 생각과는 많이 달랐고 그런 괴리 속에서 조금씩 자기검열을 하게 되었다. 결국 그 자기검열이 심해져 사소한 것부터 내 행동까지 고민하게 되었고, 내 많은 행동과 일상에 스스로 물음표를 던지다 보니 나라는 존재가 흐릿해졌던 것 같다. 그게 내 성격상의 문제였나? 하면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 내가 어떤 조직에 속하더라도 그런 것은 아니었으니까.

 

게다가 사람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생각보다 사람의 의지는 환경에 크게 좌우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때의 경험으로 내 행동의 모든 원인을 나에게서만 찾는 것은 너무 나를 가혹하게 만드는 일이라는 것도 알았다.

 

무엇보다 내가 나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던 건, 아이폰에 뜬 사진첩 '추억'알림이 떠 과거의 나를 보다가 내가 이런 걸 좋아했어? 하고 과거의 나에게 스스로 놀랐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취향에 놀랐을 때, 또 그 취향들이 낯설게 느껴질 때 조금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의 취향이나 안목이 변하고 성장하기도 하지만, 본인은 알지 않나. 이게 안목의 변화인지, 그냥 내 취향을 잊고 살았던 건지.

 

모두가 의아해하는 선택이었음에도 나는 나와야겠다는 결심을 했고, 내가 혹시나 좋은 기회를 놓쳤던 걸까 후회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결국 남들의 기준이 어떻든 내가 괜찮으면 괜찮은 거고, 내가 아니면 아닌 거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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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우리가 쓰는 가면 위의 내 모습으로 몇십 년을 살 수는 없는 거니까 말이다. 물론 나는 연예인 박나래가 했던 조언이나, 트렌드 코리아 등 여러 매체에서 최근 현대인의 키워드로 소개했던 '멀티 페르소나' 개념 자체는 나에게도 유용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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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두 가지 경우 모두, 중심에 있는 진짜 '나' 자체는 변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누구에게나 어느 곳에서든 어느 정도 타협된 사회생활 속의 내 모습이 존재하지만, 일에 치이고 고통스러운 것과는 별개로 원래의 내 모습마저 잊어버린다면? 만약 진짜 '나'와 그 이외의 내 모습에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고 느낀다면,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게 뭐였더라? 하고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든다면 내가 누구를 위해 회사에 다니고 있는지 잠시 멈춰 서서 고민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회사가 얼마나 중요할지 몰라도,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회사에 다니는 나 자신이기 때문에 내가 소진된다면 다른 게 전부 무슨 소용이 있겠나 싶다.

 

 

 

스스로에게 모든 원인을 찾지는 말자


 

그러니 퇴사라는 결정을 함에 있어 그동안 신중하게 결정하고 고르며 들어온 회사인데도, 결국 버티지 못했던 내가 문제였을까 하며 스스로 결과의 원인을 돌리지는 말자. 신중에 신중을 기해 선택한 곳일지라도, 회사는 나 이외에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나라는 한명의 사람도 매일매일의 기분이 다르고 컨디션이 다른데, 매일매일 새롭게 바뀌는 회사의 수많은 변수가 어떻게 온전히 내 잘못이겠는가.

 

그렇지만 현실의 벽이 너무 커서 매일 퇴사를 하고 싶더라도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가 더 크다면, 회사에서의 '나'와 회사 이외의 '나'를 다양하게 만들어나가며 행복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나 같은 경우에는 '회사에서 디자인 업무를 맡는 나', 이외에 '아트인사이트에서 컬쳐리스트로 글을 쓰는 나', '모르는 사람과 만나 즐겁게 협업을 하며 새로운 영역을 배우는 나', '운동을 하는 나', '다양한 음악을 듣는 나' 등등 여러가지의 나를 만들어, 하나의 '나'에서만 행복의 책임을 주려고 하지는 않는다.

 

문득 해리포터 죽음의 성물 시리즈에서 악당 볼드모트가 왜 자신의 영혼을 7개의 호크룩스(자신의 영혼을 담은 물건들)에 쪼개 보관했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연관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는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나의 나로 모든 상황을 대처하기보단, 여러 가지의 나를 분리해 대처하는 편이 더 낫다는 것을 말이다.

 

잠깐 딴 얘기를 한 것 같지만, 혹시 지금 퇴사를 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다면 많은 기준 중에 이 회사와 내 존재가 공존할 수 있는지를 함께 고려해보는 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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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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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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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가현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회사와 내가 맞지 않다고 느껴져 이직을 고민할 때마다 결국 모든 것이 제 잘못이라고 결론 내리게 됐었고 그게 너무 괴로웠었는데..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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