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동화가 가져다 준 사랑의 의미 [도서]

케이트 디카밀로의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을 읽고
글 입력 2020.03.11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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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도자기로 만들어진 토끼 ‘에드워드 툴레인’이 있었어요. 에드워드는 애빌린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에게 사랑을 받았어요.


에드워드는 애빌린의 가족과 바다를 여행하다가 바닷속으로 떨어졌고 어부 로렌스가 그를 구해주었어요. 로렌스와 그의 아내 넬리와 함께 따뜻한 일상을 보내던 에드워드는 롤리라는 여자 때문에 쓰레기 소각장에 묻히게 되었어요. 바닷속에 있을 때보다 더 절망적인 시간을 보낸 에드워드는 루시라는 이름의 개 덕분에 쓰레기장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어요.


오랫동안 루시와 그의 주인 불과 함께 여행하다 헤어지게 된 에드워드는 허수아비 대용으로 쓰이다가 브라이스라는 아이와 함께 그의 집으로 가게 되었어요. 브라이스에게는 아픈 여동생 사라가 있었는데, 사라는 에드워드와 함께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어요. 집을 나온 브라이스와 에드워드는 거리에서 함께 춤을 추었어요. 그러다 어느 식당에서 브라이스의 실수로 에드워드의 머리가 산산조각이 났어요.


잠깐 동안 꿈을 꾼 에드워드는 인형 수선공 덕분에 다시 살아났어요. 그는 인형 가게에서 자신을 사랑해 주던 여자아이를 만났어요. 옛날에 신기하게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찾은 토끼가 있었답니다.



책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은 사랑을 받을 줄만 알고, 할 줄은 몰랐던 토끼 에드워드가 사랑을 배워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은 에드워드가 겪은 사랑의 과정 속에서 다양한 사랑의 형태를 보여주고 있는데, 에드워드를 향한 애빌린의 모습에서 아이의 순수하고 풋풋한 첫사랑을, 로렌스와 넬리에게서 부모님의 다정한 사랑을, 루시와 불에게서 친구와의 우애 깊은 사랑을, 브라이스와 사라에게서 가슴 시리고도 따뜻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사랑의 여러 가지 형태를 통해 새삼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사랑은 어디에나 존재하고, 무수히 많은 감정을 동반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하는 모든 생각과 행동에 감정을 지니고 있다.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을 때조차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지루하다’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편하다’라는 감정을 가진다. 우리 내면에 마음이라는 공간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행동으로 유도하는 것이 무엇일까? 바로 사랑이다. 이 공간은 사랑의 유무로 가득 채워지거나 텅텅 비워진다.


마음속에 사랑이 가득 차 있을 때 그것은 살가운 미소, 상냥한 말투 등으로 표현되고, 텅 비어있을 때 표정을 지운 채 감정을 숨기는 모습으로 표현된다. 책의 초반에 보이는 에드워드가 후자의 경우였다. 에드워드는 사랑을 몰랐기 때문에 마음이 텅 비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여행을 통해 만난 이들의 사랑이 쌓여 에드워드의 마음도 가득 채워졌다.

 

우리는 생각하지 않거나 행동하지 않고 살아갈 수 없다. 감정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이다. 에드워드와 사랑을 나눈 이들도 모두 생각하고, 행동했기에 에드워드에게 감정을 전해줄 수 있었고, 사랑의 의미를 깨우쳐줄 수 있었다.

 

보통 사랑이 감정 표현 중 하나로 전달되는 경우가 많지만, 나는 사랑이 감정의 틀을 넘어 우리 삶의 유기체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가득 차다 못해 넘치면 우리는 그것을 타인과 공유하려 한다. 누군가와의 연애가 될 수도 있고, 어떤 대상을 동경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물론 키우는 동식물을 향한 애정, 하고 있는 일을 즐기는 것 모두 사랑을 하는 행위일 수 있다. 우리 안의 작은 마음이 모이고 모여 우리 사회를 형성하고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사랑이 ‘우리’를 만듦과 동시에 우리가 '사랑'을 만들었다. 그렇게 우리 주위에는 언제나 사랑이 존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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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 삽화

 

 

또, 사랑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사랑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 의미를 잃은 채 살아간다. 이러한 우리의 허점이 책 속의 에드워드로 표현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항상 뒤늦게야 그것이 사랑이었음을 깨닫는다. 에드워드도 마찬가지다. 애빌린으로부터 받는 사랑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자신은 가만히 있어도 충분한 사랑을 받고 있으니 사랑에 대해 생각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남들이 하는 이야기에는 관심도 없었고 오로지 에드워드 본인의 시간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별을 통해서, 또 새로운 만남 속에서 에드워드는 변할 수 있었다. 남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이 얼마나 따뜻한 일인지 깨달았고, 사람들과 마음을 공유하는 것이 얼마나 달콤한 일인지를 느낄 수 있었다. 사랑을 배운 것이다. 에드워드가 애빌린과 이별하지 않았다면 그는 아마도 여전히 사랑을 몰랐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론 애빌린에게서 차고 넘치는 사랑을 받을 때 그 사랑을 똑같이 줄 수 없었던 에드워드가 안타깝기도 했다. ‘왜 항상 사랑은 지나고야 깨닫는 것일까?’ 에드워드의 모습에 우리를 비춰봐도 같은 의문이 든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사랑은 마냥 달콤하지만은 않다. 지나간 사랑을 깨닫고 혼자 남겨졌을 때의 비참함과 좌절감은 사랑했을 때의 감정보다 몇 배는 더 아프다. 에드워드가 다시는 사랑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그때처럼 말이다.


알고도 하지 않는 것과 몰라서 하지 못한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에드워드는 단지 사랑을 몰랐을 뿐이다. 하지만 무지가 사랑의 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에드워드는, 그리고 우리는 헤어짐을 통해 성장한 모습으로 새로운 만남,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 더 아름다운 사랑과 덜 아픈 이별을 바라면서 말이다. 사랑은 맛보면 끊을 수 없다. 세상 어느 것보다 달콤하다. 우리가 쉽게 사랑의 끈을 놓지 못하는 이유다. 에드워드가 그랬듯 우리도 결국 작은 희망을 바라보며 다시 사랑을 꿈꾼다. 어디에나 존재했지만 이름 지어지지 못했던 그 사랑을 향해 다시 한 발짝 다가설 때, 그 끝에 어떤 감동이 찾아올 지는 사랑하는 ‘우리’에게 달렸다.


 

"사랑하거나 사랑받고싶은 마음이 없다면 그 인생의 여정자체가 무의미합니다." (If you have no intention of loving or being loved, then the whole journey is pointless.)


-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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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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