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그때 그 아이를 찾아서 -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2019

볼로냐에서 보내온 그림 편지
글 입력 2020.03.09 03:46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문득 어렸을 적 침대 맡에서 읽었던 동화 속 이미지가 떠오를 때가 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아있는 장면은 어린 애벌레들이 나비로 성장하며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린 것이었다. 구체적인 내용이 떠오르지는 않았지만 대상을 표현해낸 단순한 색채와 뚜렷한 그림체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책이었다.


가끔은 스토리가 궁금해져서 책을 다시 읽어보려 했지만 긴 세월이 지난 만큼 책의 존재를 쉽게 찾아낼 수 없었다. 정확한 제목도 떠오르지 않은 탓에 서점에서도 책을 찾지 못했고, 그렇게 동화 속의 장면은 희미한 어린 시절의 기억 속에서 머물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서점에 어린이 책 코너를 스쳐 지나가다가 어딘가 본 듯한 익숙한 표지의 그림책을 마주하게 되었다. 노란 바탕에 큰 나비와 애벌레가 그려진 그림. '맞아, 이 책이었어!' 나는 멀리서 책의 표지를 보자마자 곧바로 다가가 추억 속의 그 책을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아주 오랜 친구를 우연히 만난듯한 벅찬 마음으로 책을 사고 나오며, 새삼 삽화의 힘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책의 내용은 그때 그 아이가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로 새롭게 다가왔지만 그림들만큼은 너무나도 익숙하고 친근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림을 통해 나는 어린 시절의 찰나와 잠시 마주하는 경험을 했다.



131.jpg

 

동화 속에 그려진 아기자기한 일러스트들을 바라다보면 그림이 글보다 더 많은 감정을 담아낼 수 있다는 것에 감탄하게 된다. 더구나 모든 작품들은 작가의 고유한 그림체와 분위기를 통해 그만의 특별한 스토리텔링을 진행한다. 모든 사람들이 서로 달라서 소중하듯이, 작가의 애정이 담긴 그림 한 편 한 편이 모두 아름답게 느껴진다.


언뜻 보면 단순한 내용에 과장한 듯 그려진 모양이 유치하게 느껴지지만, 그림 속 내면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그 속에 녹여진 의미들을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동화 속 그림들을 천천히 바라볼 수 있게 될 때쯤 어른들은 이를 통해 위로를 받는다.


잠시나마 어른이 되어야만 하는 부담에서 벗어나서 어렸을 적 동심을 일으키기에 동화책만 한 것이 있을까?



[꾸미기][크기변환]999176455ACFBCC530.jpg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봉준호 감독이 오스카 수상 당시 언급했던 마틴 스콜세지의 명언이다. 각양각색의 삽화들을 보고 있자니 절로 떠오르는 말이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 그렇게 작가 개인의 그림들은 각자의 고유한 결을 담아내기에 가장 특별한 것이 된다.


자유롭고 순수한 시선을 통해 구현된 그림들은 그 어떠한 평가로부터 자유롭다. 그저 있는 그대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다양한 감정과 생각을 불러일으키고 아무런 편견 없이 애정을 통해 대상을 바라보도록 한다. 마치 우리가 예전에 서로를 바라봤던 것처럼 말이다.

 

 

[꾸미기][크기변환]Bologna_Children_Bookfair_2019-8.jpg

©tastebologna.net


 

이탈리아 중북부에 위치한 도시 볼로냐에서는 매해 '볼로냐 아동 도서전(BCBF)'이 개최된다. 어른들을 위한 일러스트레이션 전시로 저명한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이 함께 열리는데 이는 1967년에 시작되어 2019년 53회째를 맞은 오랜 역사를 지닌 전시다.


매년 세계 80여 개국에서 3천여 명이 넘는 아티스트가 전시 공모에 지원하고 최종 심사를 거쳐 70여 명의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된다. 총 300여 점의 수상 작품들을 통해 개성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을 비롯한 다양한 감각적인 작품들을 마주할 수 있다.

 

이처럼 전 세계 일러스트 흐름을 가장 잘 담아내는 전시로 주목받는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은 현재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만나볼 수 있다. 다채롭고 활기찬 이탈리아 볼로냐의 매력적인 분위기가 전시장 속 작품들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다. 작품 전시와 더불어 전시장 속 숨은 그림을 찾는 흥미로운 미션도 함께 진행 중이니 다양한 작품들과 함께 색다른 관람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18.jpg

 

20.jpg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은 심사를 통해 매년 한 명에게 최고 상을 수여하는데, 선정된 작가에게는 상금과 출판을 더불어 다음 해 특별전을 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이번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2019>에서 최고 상을 수상한 작가는 이탈리아 출신 일러스트레이터인 사라 마제티 Sarah Mazzetti이다.


작가의 작품들은 단순하면서도 부드러운 색채와 대담한 스타일을 결합하여 익숙한 듯 독창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다양한 장면들과 표정들이 조화를 이루는 그림을 보며 사람들은 각자의 상상력을 더해 특별한 이야기로 받아들이게 된다. 작가의 독창적 스토리텔링 방식이 작품의 사고와 잠재력을 더욱 민감하게 표현해내기에 그의 작품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SARAH MAZZETTI 1.jpg

©Sarah Mazzetti

 


이 외 수상작들과 더불어 이번 전시는 어린이 그림책과 관련한 원화 작품들도 함께 만나볼 수 있어 더욱 다채롭다. 또한 오랜 역사와 큰 규모를 더불어 전 세계 많은 일러스트레이터들에게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며, 나이와 무관하게 모두가 만나고 싶은 전시로 자리 잡고 있다.


2019년 4월 볼로냐에서 시작해 일본의 5개 도시와 한국의 서울을 거쳐 중국까지 월드투어로 전시될 예정이다. 과거 해당 전시가 한국에서 개최된 이력은 있지만, 월드투어에 정식으로 포함되어 국내 전시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에 더욱 특별한 전시가 될 것이다.

 

 

ⓒAnna_Desnitskaya_3.jpg

©Anna Desnitskay 

 

ⓒPeng_Wu5.jpg

©Peng Wu


 

국내에서도 다양한 일러스트레이터들의 개성 넘치는 작품들이 우리를 반기고 있다. 개인들의 고유한 그림체와 감성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색다른 취향을 자극하고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했던 그림책들이 다시금 어른들에게 주목받게 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그림이 전달하는 따뜻함을 느끼게 되지 않나 싶다.


평소에 일러스트레이션에 큰 관심이 없어도 좋다. 작가들의 가장 개인적이면서도 창의적인 미적 감각으로 다듬어진 작품들을 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어린 시절 그때 그 아이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 세상을 담는 그림 -


일자 : 2020.02.06 ~ 2020.04.23

시간
오전 10시 ~ 오후 7시
(매표 및 입장마감 오후 6시 20분)

*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

티켓가격
성인 : 12,000원
청소년 : 10,000원
어린이 : 9,000원

주최
예술의전당, ㈜씨씨오씨
 
주관: 메이크앤무브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공모전포스터.jpg



[김지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3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