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제안하는 힘을 기르는 방법, 지적자본론 [도서]

지적자본을 축적해야 하는 이유, 마스다 무네아키의 지적자본론을 읽고
글 입력 2020.03.05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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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이 디자이너가 되는 미래’


이 한 문장에서 나는 큰 설렘을 느꼈다. 책을 펼치기도 전에 모든 사람이 디자이너가 되는 미래를 상상해보았다. 구체적이진 않지만 ‘혁신으로 가득 찬 세상이지 않을까?’하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문득 궁금해졌다. 이 책은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기에 디자이너의 중요성을 표지에 떡하니 말하고 있는지 말이다. 그렇게 나는 설렘과 궁금증을 가득 안은 채 책을 한 장 한 장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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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자본론은 일본의 기획 회사 CCC(컬쳐컨비니언스클럽)의 최고경영자 마스다 무네아키의 사고방식(경영철학)을 중심으로 CCC가 하는 일과 추구하는 목표를 이야기하고 있다. 기업 경영에 있어 마스다가 중요시하는 것은 세 가지 - 고객 가치, 라이프스타일 제안, 휴먼 스케일이다. 이 세 가지를 중심적 철학으로 둔 그가 어떤 분야에서 어떤 변혁을 일으켜 왔는지, 또 앞으로 어떤 변혁을 일으키려 하는지를 알아보려고 한다.

 

 

 

지적자본의 시대로


 

기업 활동의 본질은 창조다. 창조의 결과물을 내세우기 위해 필요한 첫 번째 과정은 기획이고, 기획을 가시화 시켜 가치를 높이는 작업이 디자인이다. 그렇다면 상품과 플랫폼이 넘쳐나는 소비 사회에서 ‘더’ 가치 있는 상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동안의 소비 사회를 돌아보면 충분한 상품과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재무 자본이었다. 하지만 변화한 소비 사회에서 단순히 상품과 플랫폼만으로는 고객을 사로잡을 수 없다. 고객이 원하는 상품과 그 상품을 얻을 수 있는 플랫폼을 제안할 수 있어야 고객에게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상품을 찾고 선택해 줄 수 있다.


제안은 재무 자본만으로는 창출할 수 없다. 필요한 것은 지적자본이다. 상품의 본질적 가치로 작용하는 디자인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어야 변화하는 소비 사회를 받아들일 수 있는 감각을 갖출 수 있고, 효과적인 기획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것이 변화하는 소비 사회에서 중요한 고객 가치를 낳을 수 있으며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게 해주는 자원이 된다. 마스다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이것이다. 우리는 모두 기획자, 디자이너 즉, 지적자본가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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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컬처컨비니언스클럽

 

 

 

디자이너만이 살아남는다


 

기획의 가치란 그 기획이 고객 가치를 높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 고객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고객에게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고객 가치와 라이프스타일 제안을 경영 철학으로 삼는 마스다는 그의 이념을 어떻게 가시화했을까?


드디어 TSUTAYA에 대해 말할 때가 왔다. TSUTAYA(이하 츠타야)는 1983년 마스다 무네아키가 ‘츠타야서점 히라카타점’을 오픈한 것을 시작으로 30여 년 간 고객에게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해 온 멀티 패키지 스토어다. 단순히 츠타야에서 판매하는 상품으로만 본다면 CD, DVD, 서적이 있지만 마스다는 이를 넘어 각 상품이 내장하고 있는 라이프스타일이 진정한 상품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츠타야 매장을 살펴보면 일반 서점과 다른 점을 볼 수 있는데, 가나다순으로 정렬하거나 출판사 별로 배치한 책 대신 제안 내용을 바탕으로 상품의 구역을 정해 놓았다. 예를 들어 여행 구역이라면 ‘예술적 측면에서 마법의 도시 프라하를 안내하자’라는 식의 제안을 통해 프라하를 배경으로 한 영화 DVD, 유럽 여행 서적이나 체코 전통 요리 서적 등을 배치하는 것이다.


여기서 마스다가 CD, DVD, 서적을 한 공간에 모아 판매하려는 고집을 알 수 있다. 어떤 주제에 흥미를 가진 고객에게 한 가지의 매체만으로 제안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마스다는 고객의 입장에 서서 고객이 흥미를 느낄 수 있고, 고객의 욕구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지를 생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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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컬처컨비니언스클럽

 

 

 

츠타야가 일으킨 혁명



마스다는 그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생각을 매장이라는 공간으로 가시화하는 행위를 통해 고객에게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해왔다. 그의 말에 따르면 서적은 그 한 권, 한 권이 제안 덩어리이며 서적을 담고 있는 서점이야말로 라이프 스타일을 변화시키는 혁신의 공간이다. 같은 의미로 도서관을 예로 들 수 있다. 서적이라는 제안 덩어리를 모아 놓은 도서관은 그야말로 지적자본을 사회에 확장시킬 수 있는 거점에 해당하는 시설이다.


이번엔 CCC가 지정 관리자로 있는 다케오 시립 도서관 이야기를 해보겠다. 다케오 시립 도서관은 츠타야의 제안 방식을 도서관으로 옮겨 고객 가치를 시민 가치로 확장시킨 시설로 시민이 편하게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편안함에서 오는 힘은 시민에게 창조성을 자극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작용하고, 나아가 도시의 잠재력을 높여 지역을 디자인하는 힘을 기를 수 있게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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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컬처컨비니언스클럽

 


여기서 마스다의 세 번째 경영철학인 휴먼 스케일 (human scale : 인간의 체격을 기준으로 한 척도. 인간의 자세, 동작, 감각에 입각한 단위) 이 등장한다. 마스다는 휴먼 스케일을 편안함이라고 지칭하며 편안한 시간과 공간을 디자인하는 일은 지적자본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말한다. 기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다. 편안함은 자유로부터 온다. 다케오 시립 도서관 변화를 추진한 다케오 시 히와타시 시장은 자유를 ‘선택의 여지가 많은 것’으로 표현했다.


도서관을 변화시켜 시민들이 여가 시간에 할 수 있는 활동의 폭을 넓힌 것, 그것이 바로 자유인 것이다. 츠타야 서점과 다케오 시립 도서관 모두 편안함을 공간화한 장소다. 사람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스케일, 그리고 그 안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스케일은 온전히 고객의 입장에 서서 생각할 때 구현될 수 있다. 이러한 감각을 길러야 가치 있는 기획을 만들어 내고, 고객에게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

 

‘모든 사람이 디자이너가 되는 미래’란 곧 모든 플랫폼이 제안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은 플랫폼을 개혁할 기획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책으로서 작용한다. 많은 플랫폼이 인터넷에 자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츠타야 서점과 다케오 시립 도서관을 필두로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의 우위에 설 수 있도록 그 의미와 매력을 창출해내고 표현했다는 점에서 마스다 무네아키의 경영 철학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객 가치, 라이프스타일 제안, 휴먼 스케일을 중심으로 멀티 패키지 스토어라는 플랫폼의 혁신을 가져온 그의 이야기를 통해 디자인과 기획, 나아가 지적자본의 의미까지 곱씹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제안’이야말로 기획의 시발점이자 궁극점이라는 것을 새기며 기획하는 힘을 기르는 능력을 배울 수 있었다.

 


[천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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