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현실적인 판타지 [도서]

우리에게 금요일이 소중한 이유
글 입력 2020.03.03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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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나 장르를 보고 끌리는 책이 있는가 하면, 어떤 책은 제목만 보고 읽고 싶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내겐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가 그런 책이었다. 장르는 SF인데 제목에서 함축하는 내용을 짐작해보면, 2030 직장인의 현실이 제대로 반영된 한 편의 다큐멘터리 같았다.


읽기 전에 예상했던 대로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는 평일이 지독한 직장인의 애환을 실감나게 그리는 한편 타임 슬립(time slip)이라는 소재를 가미한 이른바 ‘다큐 반, 판타지 반’이었다. 표제작 이외에도, 책에 실린 4개의 단편 또한 SF라는 장르 아래에 현실 사회의 단면을 여실히 드러냈다.



분명히, 분명히 어제는 금요일이었는데. 김장 행사 때문에 하루 종일 김치를 날랐는데.


잘 때마다 시간이 6일씩 흘렀다. 금요일 밤에 잠들었다가 일어나면 다음 주 금요일 아침이었다. 세 번의 연속된 금요일과 두 번의 시간 도약을 경험하고서야, 현은 그 비현실적인 현상이 실제임을 받아들였다.


p. 74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표제작인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에서 9급 공무원 김현은 매일 아침 금요일만을 맞이하는 마법을 만난다. 평소 공무원으로서의 삶에 권태를 느끼고 있었던 현은 주말도 없이 매일 금요일이 반복되는 삶에 좌절하고 만다.

 

어느덧 기계가 되어버린 것만 같은 느낌, 일한 지 불과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았는데도 지치고 피로한 정신. 필자 또한 주인공 현과 같은 권태감을 느낀 적이 있었다. 매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무언가를 잘못 먹은 사람처럼 숨이 막혔고, 금요일이 돼서야 숨통이 트였다. 금요일 저녁의 약속과 토요일의 나들이를 고대하며. 이틀이 지나 일요일에는 다음날 출근할 생각에 무기력한 주말을 보내곤 했다.

 

 

주석 2020-03-03 140737.png

 


그때 당시엔 스트레스 감수성이 뛰어나 남들보다 유난을 떠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우연히 본 한 SNS 게시물을 통해 나만의 스트레스라 여겼던 감정들이, 사실은 아주 보편적인 감정이었음을 깨달았다. 남들도 똑같다는 사실은 안도감을 주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씁쓸한 기분을 주기도 했다. 모두 행복하기 위해 노력했고, 여전히 아등바등 노력하고 있는데도 정작 행복한 날은 일주일에 두 번뿐이었다.



“이 장치가 작동하면 일주일에 하루만 의식이 각성할 거예요. 지금 기술로는 돌이킬 수 없어요. 삶이 1/7로 줄어드는 것이나 다름없고요”

“괜찮습니다. 어차피 평일은 죽느니만 못해요. 숨 쉬는 게 고통이라니까요”


p. 84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사실 현의 타임 슬립은 누군가의 못된 계략이나 신의 마법이 아닌, 현 자신이 만들어낸 것이었다. 그는 공무원으로 위장한 의식론 연구소 연구원 희랑에게 돌이킬 방법도 없는 타임 슬립 프로젝트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어차피 평일이란 자신에게 무의미한 존재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결국 현의 비극은 현 자신이 자초한 것이었으나, 그가 이 현실에 좌절하는 것 또한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필자 또한 하루하루가 얼른 지나가 금요일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필자뿐만 아니라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하곤 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이어지는 꾸준한 수고가 있었기에 금요일이 보람찬 것이며, 주말이 의미 있는 것이다. 고되었던 한 주를 잘 마무리했다는 안도감과 수고한 자신에게 주는 특별한 일상은 우리가 금요일에 유독 절실한 이유다. 그런 감정들은 7일이라는 짧고도 긴 시간을 온전하게 살고 있어야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이 소설은 타임 슬립 프로젝트가 모두에게 이로운 일이라고 생각하며 현에 대한 죄책감을 애써 지우는 희랑의 모습으로 끝이 난다. 사실 현이 타임 슬립에서 풀려나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는 결말로 끝이 나길 바랐다. 다소 뻔한 클리셰이긴 하지만 그런 결말을 원한 이유는, 하루하루를 견디다가 금요일에 비로소 행복했던 현에게 이젠 더 이상 행복할 계기가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일상의 소중함을 모르는 사람에게 내리는 벌 치곤 매일 일하다가 끝나는 하루는 너무 가혹하다. 필자는 책을 읽고 나면 그 책 속의 인물들이 결말 이후의 삶을 잘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곁에서 나와 함께, 저 너머 어딘가에 숨 쉬고 있겠지’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현은 잘 살고 있을까? 아마 잘 못 살고 있을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이 세상엔 돌이킬 수 있는 선택보다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 훨씬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는 더 없이 현실적인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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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 안전가옥 쇼-트 01 -


지은이 : 심너울

출판사 : 안전가옥

분야
장르소설
판타지, SF

규격
100X182mm

쪽 수 : 162쪽

발행일
2020년 01월 20일

정가 : 10,000원

ISBN
979-11-90174-67-1
 
 
[황채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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