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오랜만이야, 나의 작은 아씨들 - 작은 아씨들 [도서]

<작은 아씨들> 리뷰
글 입력 2020.03.02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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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개 언어로 출간되어 세대를 이어가며

사랑받은 고전 위의 고전

 

온화하지만 허영심이 강한 메그, 천사 같은 심성을 지닌 이타주의자 베스, 투덜대면서도 자신이 나아갈 길을 아는 막내 에이미, 그리고 엉뚱한 사고뭉치지만 책을 좋아하는 작가 지망생 조. 가난하고 초라한 환경이지만 고비마다 서로에게 위로자가 되어주며 인생의 참의미를 찾아가는 네 자매는 1868년 첫 발표 이래 약 150여 년간 전 세계 50여 개국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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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말, <작은 아씨들>이 영화로 새롭게 재탄생되어 개봉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더군다나 평소 좋아하는 배우들의 총집합이라 ‘어머 이건 꼭 봐야 해!’라며 손꼽아 기다리기를 몇 달, 마침내 개봉 직후 영화관으로 달려가 관람했다. 관람 후, 든 생각은 단 하나였다. 이거, 이렇게 뭉클한 내용이었던가?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작은 아씨들>은 어릴 적 어린이용 책으로 본 게 전부였다. 그 탓에 원작이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있다는 것은 물론, 자매들의 뒷이야기는 전혀 알지 못했던 것이다. 네 자매의 유쾌발랄한 가족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는데,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작은 아씨들은 모두의 ‘인생’을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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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소녀들은 어릴 적 <작은 아씨들>을 읽으며 넷 중 한 명에게 감정이입을 한다고 한다. 특히 자매로 자란 경우는 더할 것이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나 또한 자매로 자라났지만 애석하게도 누구에게 마음을 주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아마 털털한 조나 착한 베스일 거라고 추측할 뿐!).

 

일반적으로 네 자매는 독자들에게 ‘헌신적인’ 메그, ‘말괄량이’ 조, ‘부드러운’ 베스, ‘얄미운’ 에이미로 알려져 있다. 각기 다양한 개성을 지닌 만큼 최애가 생기는 것과 그 반대의 경우가 발생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같은 이야기를 읽고도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르듯이, 서로 좋아하는 캐릭터가 다르다는 건 어떠한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지 모두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최애를 말하라면 어쩔 수 없이 조를 꼽을 것 같다. 아마 독자들의 80%는 조를 응원하리라 생각한다. 19세기 말이라는 시대적 배경 속, 여자라는 이유로 본인에게 맞지 않는 태도를 요구받고 때로는 동생에게도 지적받는 조는 때로는 답답하고 무례한 듯하지만 모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나를 철들게 하려고 재촉하지는 마, 언니. 사람이 하루아침에 달라질 수는 없잖아. 나는 최대한 오래 아이로 살고 싶어.” p.312

 

“세상은 개혁가를 달가워하지 않지만 개혁가가 없으면 세상은 굴러가지 않아. 넌 세상에 맞춰 살아. 난 세상의 모욕과 야유를 즐기면서 내 뜻대로 신나게 살 거니까.” p.582


 

점점 변해가는 세상을 대하며 타인의 시선이 아닌 스스로의 ‘삶’을 사랑했던 조. 요즘 사랑받는 ‘사이다’ 캐릭터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다만 이것은 현대의 관점일 뿐, 조가 살아가는 세상은 마음껏 꿈을 펼치기엔 가혹하기만 했다. 여자의 미덕은 오로지 좋은 집안과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살림을 잘하는 것이라 여겨지던 시대이니, 독신을 선언하는 조가 곱게 보였을 리 없다. 더군다나 조의 가장 친한 친구인 언니 메그는 바로 그렇게 사는 삶을 택했고, 막내 동생 에이미는 늘 잔소리다.

 

그나마 다행인 건 조는 훌륭한 부모님 아래 사랑 받고 자존감을 듬뿍 가꾸며 자랄 수 있었다는 것일까. 하지만 로리와 이어지지 못한 조가 또 다른 남자와 이어지는 결말은 어쩔 수 없는 시대적 한계를 방증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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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개봉한 영화 또한 네 자매 중 둘째 조에게 특히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하지만 영화를 계기로 원작을 읽으며 새롭게 주목하고 싶은 인물은 바로 막내 에이미였다.

 

에이미는 얄미운 막내의 표본으로 여겨진다. 사사건건 조와 대립하며 언니에게 잔소리하고, 애초에 조가 누렸어야 할 것들을 ‘빼앗았다’고 비춰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의 잘못이 없듯이, 에이미 또한 잘못했다고 말할 수 있을지 묻고 싶다. 조는 세상에 맞서는 걸 선택했고, 에이미는 순종하며 편하게 살기를 바랐다. 결국 지향점이 달랐던 것뿐, 그러한 삶의 방식이 정말 잘못된 것인가?

 


여자들은 귀족 작위에 혹하지만 저는 그런 허울보다는 실질적인 재산을 더 중요시해요. 제가 돈에 환장한 속물일지도 모르겠지만 전 가난이 싫어요. 우리 자매들 중에 한 명이라도 결혼을 잘해야 하잖아요. 제가 결혼을 잘해서 두루 편안하게 만들고 싶어요. p.626


 

돈보다는 사랑과 믿음을 중요시하는 집안에서 나고 자랐기에 스스로를 ‘속물’이라고 말하지만, 어쩌면 에이미는 그 누구보다 가족의 현실을 생각했을 수도 있다. 이 또한 비겁한 변명일지 몰라도 모두가 추구하는 가치가 같을 수는 없는 법이니까. 심지어 가족일지라도 말이다.

 

*

 

최근 ‘소녀’ 주인공을 내세운 고전 작품이 드라마, 영화화되어 새롭게 주목 받는 현상이 빈번하다. 여기에 현대적인 재해석을 덧씌워 그들을 더욱 매력적이게 만드는 것은 분명 환영할만한 일이다(물론 원작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고전 작품 하나씩은 가슴에 품고 있을 것이다. <작은 아씨들> 또한 영원한 고전 명작으로 남기를 바란다.

 

 


 


작은 아씨들

 

원제: Little Women

저자: 루이자 메이 올컷 | 옮긴이: 공보경

분야: 문학 > 영미소설 / 고전

펴낸곳: 윌북

발행일: 2019년 7월 30일

면수: 968면 | 판형: 124*178mm

정가: 15,800원

ISBN: 979-11-5581-217-4 (02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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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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