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 여신의 입을 빌려 현대 여성들의 속내를 드러내다. - 연극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

02.29~03.29 대학로 콘텐츠그라운드
글 입력 2020.02.24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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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사세


 

어렸을 적 누구나 한 번쯤은 '그리스 신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특히 20권이 넘는 시리즈로 제작된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신화>는 90년 대생들의 공감대 한 축을 담당하고 있기도 하다.

 

강렬했지만 잠시 잊고 살았던 그들의 이야기. 질투의 여신, 사랑의 여신.. 이름만 들어도 그들의 상징이 떠오를 만큼 너무나 친숙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디까지나 '그사세(그들의 사는 세계)'였던 그리스 신화.
 
나의 유년 시절을 떠올리면 해리 포터와 함께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적어도 10번 이상 읽었다고 단언할 수 있는, 그리스 신화를 연극으로 접하게 되다니. 이 어색하고 어딘가 들통난 것(?) 같은 이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2 뒤늦은 사과


 

내가 그리스 로마신화를 접한 것은 아주 어렸을 적이다. 아마 유치원생 즈음으로 생각한다. 한 달에 한두 번 부모님을 따라 마트를 갈 때, 새로운 시리즈가 나오면 "엄마 새 거 나왔어!!!"라며 카트에 담곤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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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그리스로마 신화 中

 

 
하지만 지금은 한 권도 남김없이 책방으로 보내버려,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 두고두고 후회하고 있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책장은 빈자리인데. 그때가 후회스럽고 미안해서, 어쩌면 나에게 이 연극은 마음 한편에 항상 자리 잡았던 책장 빈자리를 채워보려고 하는 나의 뒤늦은 사과이기도 하다.
 
나는 아주 어렸을 적 그리스 로마를 접했기 때문에, 그저 책에 서술된 대로 읽고 느꼈다. 그냥 제우스가 여러 여자와 밤을 같이할 때도, 그게 얼마나 큰 잘못인지도 모르고, '제우스는 정말 권력과 능력이 대단하구나', '근데 헤라는 어떻게 알고 저렇게 찾아오지? 대단하다.'라는 생각을 했었으니까.


어쩌면 내가 연극을 신청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권이 넘는 만화책을 10번 이상 읽으며, 나도 모르게 놓치거나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그들의 이야기를 다시금 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린이의 마음 말고, 좀 더 성숙하고 비판적인 지금의 마음으로 말이다.

 

 

 

#3 연극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


 

그런 점에서 이 연극은 나에게 흥미롭다. 그리스 신화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세 여신의 이야기를 재조명함과 동시에, 그녀들의 입을 빌려 현대 여성들의 속내를 시원하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들은 각자 질투, 사랑, 처녀성이라는 상징을 가지고 살아가는데, 간결한 칭호와는 다르게 그녀들의 속내는 꽤나 복잡하다.


사랑의 여신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매일 밤 다른 남자와 관계를 가지는 아프로디테, 제우스의 바람기 때문에 질투의 화신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헤라, 본인의 욕망을 억누르고 처녀성이라는 칭호에 얽매이고 있는 아르테미스까지.

 

그들이 처한 사정만으로도, 서로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이 너무나도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그들의 이야기는 신들의 이야기보단 흔히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조금은 자유분방한 20~30대 현대 여성들의 이야기처럼 들리기까지 한다. 각자가 살고 있는 삶이 정답이라는 것을 확인이라도 하고 싶은 듯, 그들은 서로에게 가벼운 참견을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녀들의 대화는 점차 결국 서로에 대한 비난으로 변해가고, 서로가 몰랐던 진실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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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시놉시스


 

제우스의 명으로 올림포스의 12신이 소집된 날. 모임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하게 된 헤라와 아프로디테, 그리고 아르테미스.


과거 아름답고 도도하기로 유명했지만 제우스의 바람기 때문에 질투의 화신으로 전락한 헤라, 사랑의 여신으로 불리며 가장 아름다운 여신이라는 칭호를 받고 있지만, 실상은 매일 밤 다른 남자와 관계를 가지는 욕정의 여신 아프로디테, 처녀성을 지키기 위해 살인까지 서슴지 않지만 마음속으로 오리온을 깊이 사랑하는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 가벼운 참견으로 시작된 세 여신의 대화는 점차 서로에 대한 비난으로 변해가며 숨겨진 진실들이 드러나는데...


본인의 능력을 꽃피우지 못하고 남편 뒤만 쫓는 한심한 여신이 되어버린 헤라, 진실한 마음은 안중에도 없는 듯 색을 탐하는 데만 집중된 아프로디테, 본인의 욕망을 접어둔 채 처녀임을 고집하고 집착하는 답답한 아르테미스. 서로를 비난하던 그들이 마주하는 각자의 이야기 속에서, 그들은 과연 비난의 칼날을 거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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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극단 LAS


 

극단 LAS는 '연극은 놀이다'라는 생각으로 이성적, 감성적인 공감, 신선한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 모인 젊은 예술가들의 집단이다. 한 장르에 머무르지 않고 무대언어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그들의 모든 과정들은 그들에게 '놀이'이기 때문에, 그들도, 관객들도 어린아이를 보듯 즐겁고 싱그러운 '놀이'에 참여하게 될 수밖에 없다. 자, 이제 그들의 놀이에 함께 빠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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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예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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