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팩션으로 세계정복 [도서]

글 입력 2020.02.23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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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인민에게! 황족은 궁 밖으로! 펑크로 세계정복이다!”


앰프에도 연결되지 않은 기타 독주를 가열하게 선보이는 고등학생 호랑. 공부도 입헌군주제의 모순도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이 혁명가와도 같은 연주에 그는 영혼을 쏟아붓는다. 열여덟 번째 생일, 호랑은 이 땅에서 뿌리 뽑고 싶은 ‘황족’이라는 신분이 본인을 가리킨다는 것을, 그것도 차기황제라는 커다란 그림자가 본인의 어깨 위로 드리웠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영광된 이 자리에서, 누구보다 사랑해야만 할 여러분들 앞에서 소리 높여 선언합니다!”


불량학생이지만 불량인간은 아닌 어린 혁명가 호랑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넘어, 사랑해야 할 사람들을 앞에 두고 어떤 선언을 들려줄 것인가. 《호랑공주의 우아하고 파괴적인 성인식》은 권력을 혐오하는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권력 앞의 엄중한 책임감을 천진한 개성으로 부각한다.

 

 

만 18세, 나이와는 맞지 않는 행동을 한다고 보는 게 타당한 이호랑 그녀는 남들과는 조금 다른 행동을 하며 모두에게 이목을 끌고 다닌다.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오로지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밀고 나가는 성격 탓에 학교에서도 좋지 못한 시선을 받는다.


하지만 그런 그녀는 주변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추진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궁궐 복원 프로젝트 반대'이다. 종가구 궁궐 프로젝트로 인해 주민들이 종가구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하자 호랑은 어린 나이에도 앞뒤 살피지 않고 그들의 선두에 서서 목소리를 내었다. 권력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뜻을 펼치며 친구 라라와 해민과 함께 '타이거릴리'를 결성하며 약자들의 편에 서서 싸웠다.


호랑의 생일, 이제 정식으로 성인이 되는 중요한 날이 되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집에 들어가 아빠와 함께 생일 축하를 했다. 그런데 오늘 아빠의 상태가 이상하다.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며 건네 들은 말은 충격적이었다.


'너는 사실 이 나라의 공주야.'


호랑의 귀에 박힌 충격적인 말은 아직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호랑 덕에 보기 좋게 귀에서 튕겨 나갔다. 때마침 들리는 초인종 소리. 문을 열어보니 눈앞에 서 있는 건 다름 아닌 황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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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호랑이 황족 수업을 들으며 궁에 적응해나간다는 이야기이다. 이 책은 '팩션'이라는 장르를 가지는 독특한 책이다. 팩션(Faction)이란, 팩트(fact)와 픽션(fiction)을 합성한 신조어로,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여 새로운 시나리오를 재창조하는 문화예술 장르를 가리킨다. 주로 소설의 한 장르로 사용되었지만, 영화, 드라마, 연극, 게임, 만화 등으로도 확대되는 추세이며 문화계 전체에 큰 영 향을 미치고 있다.

 

처음에 책을 읽을 때는 무슨 이야기인지 스토리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입헌군주제', '대한제국', 황족' 등 조선 시대에나 나올법한 단어들이 일상처럼 등장하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야기에 묘사되는 풍경이 과거를 그린 것 같지는 않고... 무슨 이야기인가 싶어서 계속 읽어보았다. 추측하기로는 '대한민국'이 아닌 '대한제국'이 입헌군주제를 채택하여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는 설정이었다.


시위가 허가되는 세계인 걸 보아하니 민주주의도 어느 정도 잡혀있는 세계인 것 같았다. 이런 세계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주인공 '호랑'의 행보는 너무나도 독특했다. 일반 시민으로 살면서 약자들을 대표하는 시위 최전방에 있는 학생이 알고 보니 궁궐 복원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황족의 제1계승자였다? 이건 정말 소설이기에 나올 수 있는 설정이었다. 너무나 드라마틱하지 않은가.


또 하나 이 책의 재밌는 점은 등장인물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점이다. '황제' 하면 떠오르는 성별은 남성이다. 특히 우리가 알고 있는 대한제국은 조선을 계승했기 때문에 유교 사상이 굉장히 강한 국가일 것이다. 그런데도 현 황제는 물로 호랑의 어머니인 전 황제도 여성이며, 제1순위 황위 계승자 또한 여성이다. 이는 성별에 국한하지 않고 누구나 권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기도 한다.


호랑은 황족이 되어서도 황족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호랑에게는 공주라는 지위조차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에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성인이 되어 책임과 권리를 지니는 나이가 되었다 해도 호랑은 움츠러들지 않는다. 오히려 누구보다 호랑답게 호랑처럼 행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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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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