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가도 그곳, '미도카페'

글 입력 2020.02.22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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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행



방학이 마지막에 접어들고 있던 시기. 무작정 홍콩으로 향했다.

 

여행지를 선택하는 과정에서는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한다. 음악 가사에 나왔던 지명이라든지, 사진 속의 장소가 불러일으키는 이름모를 향수라든지. 1년 전의 나를 홍콩으로 향하게 한 것은 영화 중경삼림과 아비정전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장국영의 눈빛이라고 해야할까. 영화 속 청녹색의 색감과 빠르게 지나쳐가는 홍콩의 야경, 사람들은 무언가 고독하면서도 80-90년대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그렇게 오롯이 혼자 홍콩으로 향했다.



미도카페4.jpg

 

 


그곳, 미도카페



여행 계획을 세우며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야우마테이에 있는 미도카페였다. 이유 역시 간단하다. 장국영이 자주 찾았던 카페라는 점. 배우와 영화 속 장면의 발자취를 따라간다는 것은 왠지 모를 기대감과 초조함을 불러일으켰다. 

 

밖에서 마주한 카페는 허름한, 시간이 멈춰있는 듯한 공간이었다. 낡은 건물 밖에 투박하게 'MIDO CAFE' 라고 적힌 이곳은 아기자기한 타일로 장식되어있었고 달그락거리는 접시 소리 외에는 큰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미도카페1.jpg

가운데 보이는 건물의 1-2층이 미도카페이다.



주문했던 따뜻한 홍차와 토스트 한 접시. 두 음식에는 화려한 장식도, 기교도 없었지만 그 투박함과 평범함이 주는 편안함이 있었다. 색유리를 통해 들어오는 햇빛 때문이었는지, 남들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자유로움 때문이었는지, 현실에서 벗어난 것 같은 공기가 흘렀던 것 같기도 하다. 90년대의 장국영이, 혹은 이곳을 스쳐갔던 수많은 홍콩인들과 여행자들이, 그리고 나라는 사람까지. 그 흐름을 곱씹어보며 한동안 머물러 있었다.

 



낯선 공간에서 홀로서기



동경하던 영화들과 배우를 따라 여행을 왔지만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본 것은 이번 여행이 처음이었다. 미로같은 에스컬레이터를 따라 길을 헤맨 기억, 사람 하나도 지나가기 버거운 골목길을 걷다가 갑자기 마주한 마천루, 길 한복판을 다니는 영국식 2층 버스, 그 순간순간의 기억들은 홍콩을 더 다채롭고 복잡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복잡함 속에서 나를 아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사실은 때로는 외로움으로, 때로는 막연한 용기가 되어 찾아왔다.



미도카페2.jpg

 

기분 좋게 멍 때릴 수 있는 시간과 새로운 음식을 찬찬히 맛보는 즐거움. 위태로웠지만 혼자여서 더 자유로웠던 홍콩에서의 나날들이었다.

다시 이곳을 항해할 수 있기를 바라며.


[강수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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