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기생충’이 영화계에 던지는 질문

글 입력 2020.02.22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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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상 4관왕을 수상하며 영화계를 섭렵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한국 영화로서의 입지를 다진 영화일 뿐만 아니라 외국어 영화 최초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는 명예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작품이다. 이러한 행보가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 고취에 그치지 않고 여러 문화예술계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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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영화 '기생충' 프로모션)

 

 

봉준호 감독의 수상소감 중 허를 찌르는 말이 있다. ‘1인치 정도 되는 그 장벽을 뛰어넘으면 훨씬 더 많은 영화들을 즐길 수 있다’는 재치 있는 언사를 단박에 이해하지 못했다. 자막을 읽어야 하는 영화를 기피하는 경향의 미국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였다. 이는 나아가 비영어권 영화들의 한계점을 비판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어도 언어의 장벽으로 더 많은 이들에게 도달하지 못하는 현실. 기생충이 비영어권 영화로서 가지는 의의가 큰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들만의 리그라고 불릴 정도로 영어권 국가들의 영화만이 주류 장르로 통칭되던 제한적인 과거를 벗어나, 문화의 다양성을 수용하는 포용적인 자세를 취하기 위한 시발점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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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영화 '레토' 공식 포스터)

 

 

1980년대 러시아 록 음악가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레토’도 비슷한 맥락으로 비영어권 영화의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주인공인 ‘빅토르 최’는 고려인 후손으로 한국 배우 유태오가 역할을 맡은 작품이다. 이렇듯 단순히 인종만으로 집단과 정체성을 구분 짓는 고전적인 사고방식을 벗어나 언어라는 새로운 개념의 기준점으로 영화계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비영어권 국가들이 공유하는 접점들이 생겨나고 있다. 사회계층구조의 불평등을 나타내는 ‘기생충’의 확장된 영향력을 보여주는 예다.


안타깝게도, 여전히 문화예술계에는 여러 장벽들이 존재한다. 비영어권 영화의 오스카 상 수상을 인정해선 안된다는 비난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인 혹평까지 더하며 차별적인 시선이 거두어지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와 더불어 CJ의 투자로 제작된 기생충의 수상에 대형 배급사가 아니라면 작품을 인정받을 여건 마련조차 불가능하다는 한계점이 시사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고향인 대구를 영화 산업 관광 단지로 조성하자는 제안 또한 문화예술가들의 양성은 뒷전인 현실을 여과없이 나타내는 대목이다. 기생충 열풍이 영화계에 던지는 재고는 단순히 한국영화의 흥행만이 아니다. 문화예술계의 다양성과 기회를 넓히는 계기가 되도록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다.

 


[서혜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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