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에 관하여

당신은 어떤 취향을 갖고 계신가요?
글 입력 2020.02.21 15:25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취향타이틀.jpg

 

 

사랑하는 사람과 알싸하게 술에 취한 몇일 전 밤. 집에 가기 위해 대리기사를 불렀다. 기분이 좋으면서도 가라앉아 차 안에서 검정치마의 노래들을 듣고 싶다 생각했다. Antifreeze를 시작으로 조용한 밤거리들 위에 그들의 노래가 쭉 흘러나왔다.


몽롱한 정신으로 음악을 듣는건지 풍경을 듣는건지 헤아릴 수 없을 때 쯤 대리기사님이 말을 걸어왔다. 그 쯤이 아마 검정치마의 internaional love song이 나올 때 쯤이 었는데 기사님을 보았을 때 빨간불 신호에서 음악찾기 앱으로 노래를 검색하며 말을 걸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운전하는 내내 노래가 너무 좋아서 검색해 보았어요. 누구 노래예요?’

나는 검정치마라는 밴드의 음악이며 좋아하는 음악 중 하나다. 라고 설명했고 기사님은 얼마나 된 밴드냐는 질문과 함께 왜 여태껏 이들의 노래를 몰랐는지 대한 탄식과 함께 좋은 노래를 알게 해줘서 고맙다는 즐거운 말이 이어져 나갔다. 마치 내가 검정치마의 조휴일이 된 마냥 기분이 아주 좋았다.

나는 타인의 취향이 내 취향에 영향을 끼치는 순간, 혹은 그 반대의 순간을 좋아한다.

그렇지만 그러한 취향을 발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취향이란 건 오랜 시간 자신도 모르게 잠복해 있거나 어느 날 갑자기 변덕을 부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한들 숱하게 들었던 무엇을 좋아하느냐는 질문과 자기소개서를 적을 때마다 고민해야 했던 취미란에 우리는 그동안 어떻게 답했나.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그토록 영화 감상과 음악 감상이라는 범우주적 취미에 목을 매었느냐 말이다. 나만의 취향을 찾는다는 것은 곧 나를 발견한다는 것과 같다. 무려 나를 발견하는 일임에도 우리는 지금까지 너무 쉽게 답했다.
 
삶이 풍요로워지는 경험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인생의 풍요를 돈에서 찾는다. 물론 그게 잘못됐다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비로소 자신을 발견하게 된 사람의 인생은 변화하기 마련이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즐김으로써 삶의 질이 달라지는 것이랄까. 취향과 취미가 사람과 사람 그리고 인생 전체를 바꿀 수도 있다.

취향의 소통과 사랑 그리고 존중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 한편이 있다.

 

타인의취향5.png



영화 ‘타인의취향’ / 당신을 위한 나의 취향


이 영화는 나의 취향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더 나아가 타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법도 알려준다.
 
주인공인 카스텔라는 돈 잘 버는 사업가 이지만 통통하고 순박한 외모에 문화적 소양이 전혀 없는 대머리 중년 남자다. 반면 아내 앙젤리끄는 자신의 취향이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다. 그녀는 타인의 취향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갖지 않는다. 카스텔라는 우연히 반하게 된 여인 클라라가 좋아하는 연극,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된다.

클라라를 향한 카스텔라의 호의는 고상한 취향을 흉내 내는 것으로 간단히 치부 당한다. 하지만 카스텔라는 응답은 커녕 민망한 지경을 매번 자초하면서도 단순히 그녀를 흠모한다는 그 이유 때문에 변한다. 회사에 어울리지도 않는 아트한 간판을 내걸라고 직원에게 지시하고, 빠짐없이 그녀의 연극을 보러간다.

 

타인의취향7.jpg


 
이 영화에서는 타인의 예술적 취향의 평가가 ‘허영과 헛된 우월의식, 취향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차별과 무시’에서 시작되고 있다 보여주고 있다. 사람의 취향만큼 변하기 힘든 것도 없다면 그녀의 취향을 어린아이같이 따라가는 카스텔라의 노력은 분명히 사랑이다. 사랑하는 그녀의 것이라면 비록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어색해도 좋아해 주고 싶고 맞춰주고 시픈 것이 그의 진심이었으리라.

타인의 취향을 평가하기 전 항상 잊지말자.
나는 다양한 취향에 대한 존중을 하고 있는가.

 

 

[박민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