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반복되는 삶의 새로운 소소한 기쁨 - 1일 1클래식 1기쁨

글 입력 2020.02.18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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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문화초대를 신청한 이유는 단순히 책의 제목에 있다. <1일 1클래식 1기쁨>. 메마른 하루하루에 클래식이라는 하나의 기쁨을 꽃피울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에서 시작되었다.

 

책은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366일(윤달 포함)을 담고 있는데, 2월 29일 윤달이 함께인 올해에 이 책을 만나게 되어 작지만 특별한 기쁨을 느꼈다. 책은 매일 하나의 클래식 곡과 한 페이지 분량의 짤막한 설명이 함께한다.


이러한 책의 특성으로 인해 이번 리뷰는 어떻게 보면 반쪽짜리 리뷰라 할 수도 있다. 책의 리뷰는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은 후 작성하는 것이 맞지만, 이번만큼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리뷰를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읽고 글을 쓰고 싶지 않았다. 매일 매일 책에 적혀있는 날짜에 맞춰 1일 1클래식을 맞이하는 설렘을 느끼고 싶었다.

 

그리고 책을 받고 매일 1일 1클래식 1기쁨을 실천했다. 이번 리뷰에서는 지난 열흘 동안 즐겼던 클래식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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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6일: 로베르트 슈만 - 피아노 오중주 E플랫장조 작품 47번 3악장 안단테 칸타빌레

 

오랜만에 학부시절 함께 공부했던 친구를 만났다. 작년, 그 친구에게 큰 사고가 있었고 전해 들은 소식보다도 더 위험한 상황이었다. 8개월의 시간이 지나고 다시 만난 친구는 정말 기적과도 같이 건강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언제나 그랬듯 환한 미소가 함께했다. 친구의 입을 통해 들은 당시의 이야기는 너무도 힘들었고, 다시 친구를 만날 수 있게 된 사실에 감사밖에 할 수 없었다.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작년 하반기부터 어쩌면 지금까지도 나의 삶은 우울감이 가득했다. 어려서부터 느껴왔던 무기력감과 우울감이 해결되었다고 생각했는데, 해결된 것이 아닌 그저 미래의 나에게 떠넘기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겉으로는 밝아 보였지만 다시금 찾아온 무기력감과 우울감이 삶에 대한 열정을 잠식하고 있었다.

 

친구의 이야기를 통해 나에게는 힘든 삶이 누군가에게는 큰 소원이고 기쁨이며 바람인지를 인지했다. 스스로가 삶을 얼마나 가볍게 생각했는지, 내 생각이 얼마나 오만하고 방자했는지를 깨닫자, 스스로가 한없이 부끄러웠다. 사람마다 느껴지는 삶이 다른 거라며 그럴 수 있다고 나를 위로하는 친구를 보고 있자니 더욱 부끄러웠다.

 

친구와 만나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책을 펴고 음악을 들었다. 로베르트 슈만의 '피아노 오중주 E플랫장조 작품 47번 3악장 안단테 칸타발레'가 2월 16일의 곡이었다. 곡을 들으며 글을 읽고 있자니 마치 작가가 나를 위해 이 곡을 선택한 것만 같은 감정을 느끼게 했다.

 

연주 여행 중 압박을 받고 있고, "매우 괴롭고 항상 아프고 우울하다"라고 일기장에 적을 만큼 힘들었던 슈만이 개인적 고뇌를 악보로 옮겨놓은 곡이라고 한다. 왜 작가가 곡의 설명 마지막에 "이 곡은 그냥 들어 보았으면 한다"라고 하는 적어놓았는지 알 것만 같았다.

 

행복하면서도 우울하고, 밝으면서도 어둡고, 미소를 짓게 하면서도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한 곡이었다. 마치 나의 상태와 같았다. 건강해진 친구의 모습을 보아 행복하고, 아픈 과거를 들으며 슬프고, 친구의 모습을 통해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보며 부끄러워하면서도 앞으로의 삶에 대한 자세가 바뀌어 기쁘기도 한 복잡미묘한 감정이 한데 모여진 곡 같았다.

 

슈만은 이 곡을 통해 개인적 고뇌를 악보에 옮겼고, 나아갈 길을 자신의 힘으로 찾아 스스로를 구원했다고 한다. 비록 슈만과 같이 스스로 나아길 길을 찾고 구원하지는 못했지만, 일련의 일을 통해 앞으로의 길과 삶에 대해 새로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곡은 새로운 길을 걷기위해 작은 한 걸음을 걸으려는 나를 응원하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슈만과 그의 곡으로부터 응원과 위로를 받았다.

 

이 외에도 책은 매일의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해주었다. 무료함으로 가득했던 나의 삶의 한 줄기 기쁨과도 같았다. 모차르트, 슈베르트, 리스트, 베토벤과 같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악가들뿐만 아니라 스테파노 란디, 그레고리오 알레그리와 같이 익숙지 않은 음악가들의 곡도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란디의 음악을 통해 인간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게도 하고, 리스트의 곡으로 그저 다른 말 없이 위로를 주기도 했다.

 

책은 하루에 가볍게 읽기 좋은 분량의 글들로 매 페이지를 채우고 있다. 한 번에 다 읽으려면 금방 완독할 수도 있을 법한 책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책에 적혀진 날짜에 따라 1일 1클래식을 즐겨보았으면 한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하루에 소소한 기쁨을 주는 반면, 나의 상황과 딱 맞아떨어지는 음악이 나의 하루를 위로하고 응원해주기도 할 것이다.

 


[김태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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