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3년째 클래식 입문 중인 나에게 딱! 맞는 책 - 1일 1클래식 1기쁨 [도서]

글 입력 2020.02.15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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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곡,

240여 명의 음악가와

366곡의 클래식 이야기


여기 하루 분량의 기쁨이 있다. 불후의 고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매일 한 곡 클래식 음악을 들려준다. 그리고 그에 얽힌, 천일야화처럼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한 편씩 실려 있다. 어떤 날은 단 한 줄로, 어떤 날은 아름다운 시 한 편으로, 또 어떤 날은 본격적으로 음악사를 이야기한다.


막연하게 클래식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사람들의 고민을 단번에 해결해준다. 경이로운 클래식 음악으로 한 해를 가득 채우고 싶다면 바로 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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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아무리 노력해도 친해지기 힘든 친구가 있었다. 그것은 나 혹은 그 친구의 잘못이었다기보다는, 그저 우리 두 사람이 서로 맞지 않아서였다. 서로에 대한 관심과 공통점이 없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음악이 학교라면 내게는 클래식이 딱 그런 친구다.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고등학교 시절 ‘일코(일반인 코스프레)’하지 마라는 장난스런 놀림을 받을 정도로 모든 가수들과 아이돌들의 신곡을 줄줄 꿰고 있던 내가, 그와는 다른 분야로 인식되는 클래식에는 도통 관심이 없었다. 알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몰라도 괜찮았고, 알아야 할 이유도 느끼지 못했으니까. 그나마 클래식과 나와의 접점을 찾으라면 어릴 적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피아노를 배우며 바흐, 베토벤을 거쳐 모차르트까지 접해봤다는 것뿐.


그러던 내가 딱 한 번, 클래식 공연에 가본 적이 있다. 아트인사이트의 첫 문화초대로 관람했던 피아노 리사이틀이었다. 신선하고 흥미로운 경험이었지만 사실 100% 집중하지는 못했다. 미리 공부를 한다고 했는데도 별 아는 것이 없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귀를 열고 마음으로 느껴야 할 텐데, 가사가 없는 음악을 도대체 어떻게 ‘느껴야’ 할지 감을 잡기가 힘들었다(‘느낌’을 ‘노력’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었다.).


그렇게 클래식의 세계에 처음 입문했지만 아직까지도 입문‘만’ 했다. 이 도서를 읽어보겠노라 결심한 이유 또한 한 번 더 입문해보고 싶어서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 건지, 책의 첫머리에 수록된 저자의 말은 대중들이 지닌 클래식에 대한 편견을 와장창 깨부수려 노력하는 모습을 생생히 드러냈다.



나의 목표는 클래식 음악도 여러분의 것임을 알게 하려는 것이다. 클래식은 넘을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장벽 뒤에 숨겨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극소수의 독점적 즐거움을 위해 클래식 음악을 보호하려는 사람들의 짓이었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은 여러분의 것이다.


- p.10



누구나 스트리밍 서비스로 간편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요즘, 특권층만을 위한 음악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클래식은 오래도록 상류층들의 전유물로 인식되어 왔고, 대중들은 여전히 클래식을 멀고 낯설게만 느낀다(나도 그렇기에 썩 할 말은 없지만). 저자는 이러한 현상에 혀를 내두르고, 클래식을 친숙하게 만들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힌다. 딱 하루 1곡씩, 한 페이지를 넘지 않는 간략한 설명을 덧붙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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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론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을 두 가지로 요약하자면, 첫째, 음악역사 속에는 음악의 가치에 비해 저평가 받는 작곡가가 참 많다는 것과 둘째, 클래식이라는 분야의 범위는 생각보다 훨씬 더 넓다는 것이다.


작년 여름, 유럽 여행을 갔을 때 모차르트의 생가를 구경하며 가이드님께서 모차르트의 생애에 관해 간략한 설명을 해주셨다. 하지만 그때 내게 인상 깊게 다가온 이야기는 모차르트가 아닌 그의 누나에 관한 것이었다. 모차르트 못지않은 비범한 신동이었지만 시대적 분위기와 가부장적인 아버지에 의해 마음껏 날개를 펼치지 못했던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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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찍은 모차르트의 생가



그녀처럼 ‘여자는 작곡을 할 수 없다’는 말도 안 되는 규율에 의해 억압받았던 수많은 여성 작곡가들이 있다. 그 외에도 살아생전 인정받지 못하고 죽어서야 빛을 보거나, 혹은 아직도 잘 거론되지 않는 비운의 작곡가들은 책에 수록된 숫자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위대한 역사 속 가려진 진실은 늘 마음을 씁쓸하게 만든다.


딱딱한 분위기 속에서 경건하게 연주되는 것만이 클래식은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도 새삼 깨달았다. 클래식은 언제 어디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고,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이고 있다. 각종 CM송과 방송 삽입곡은 물론, 때로는 특정 작품을 위해 특별 제작되기도 한다. 모리코네가 음악을 작곡한 뒤에야 영화제작을 시작했던 감독의 일화처럼, 클래식 또한 각종 매체와 끈끈하게 연결되어 협력을 맺고 있다. 고고하고 우아하게 독단적인 위치만을 고수하는 것은 결코 아닌 것이다.


*


2월 중순에 벌써 15도를 웃도는 요즘, 웅크렸던 몸을 펴고 새로운 계절을 준비하며 클래식 한 곡 듣기에는 딱 좋은 시기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저자가 추천하는 오늘의 곡을 들어도 좋고, 아무 곡이나 한 곡 찍어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혹시 아는가, 이러다 '인생 클래식'을 찾을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참고로 나는 2월 중순에 위로를 받으라는 이 곡을 들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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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클래식 1기쁨

-하루하루 설레는 클래식의 말-

 

원제: Year of Wonder

저자: 클레먼시 버턴힐 | 옮긴이: 김재용

분야: 예술/대중문화, 서양음악(클래식), 음악사

펴낸곳: 윌북

발행일: 2020년 1월 15일

면수: 416면

판형 145*220mm

정가: 17,800원

ISBN 979-11-5581-255-6 (03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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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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