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에티켓과 권리 그 어디쯤 [문화 전반]

전시회 에티켓에 대하여
글 입력 2020.02.15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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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의 사람들은 전시회나 미술관을 얼마에 한번 방문할까? 한달, 반년, 일년, 아니면 전혀 가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취향과 관심도에 따라 그 횟수는 확연히 다르지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문화와 예술에 관심을 가지고 즐기고 싶어함은 틀림없어 보인다.

 

지난해 열린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회는 시작을 알린 지 약 4개월만에 30만명이 방문했다. 현존하는 가장 비싼 그림의 화가라는 점을 강조한 마케팅과 직관적으로 와 닿고 화사한 색채의 그림들로 인해 정말 수 많은 인파를 불러모았다. 모든 전시회가 이렇게 성공적인 결론을 이끌어내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사람들의 문화생활에 관한 높은 관심도와 그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실히 보여준 전시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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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많은 관심은 반가운 일이지만 늘 긍정적인 영향만 끌어오는 것은 아니다. 많은 인파가 몰린 전시회장은 정말 북적 인다. 수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부딪힐까 피해 다니며 몇 시간 동안 작품을 관람하며 집중하는 것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다. 조용한 전시회장에서도 관람을 마치고 나오면 피곤한 느낌이 있는데,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정말 기운이 쭉 빠진다. 그러나 그 정도는 인기 많은 곳 어디를 가더라도 비슷하기 때문에 사실 크게 문제가 되진 않는다.

 

하지만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몇몇 관람객들의 행동들이다. 문화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즐기러 왔다고는 믿기지 않는 소수의 행동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즐기지 못하고 떠나는 경우가 많다. 그런 행동들에는 많은 것들이 있지만 주변 사람들은 물론 나도 겪어본 가장 흔한 일 두 가지에 관해서만 이야기 해보려 한다.

 

첫째는 작품에 관한 에티켓이다. 전시회에는 많은 종류가 있다. 직접 외국에서 유명 작가의 진짜 작품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고 혹은 실제 작품은 아니지만 작품에서 받은 영감을 통해 미디어 아트로 표현하거나 레플리카 즉 복제품을 전시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라도 작품들은 우선시 되어야 하며 보호되어야 한다. 그에 대한 상호의 믿음을 바탕으로 전시회는 열린다. 그럼에도 혹시 모를 불상사를 위해 대부분의 전시회와 미술관에서는 바닥에 낮은 펜스 혹은 선을 표시하여 그 이상 다가가지 않기를 부탁한다. 이는 주최측과 관람객 사이의 최소한의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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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놀랍게도 이 약속은 종종 지켜지지 않는다. 예전에 한 사진전을 관람하러 간 적이 있었다. 기대를 가지고 간 전시회였고 그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사진들이 있었다. 한참 열심히 관람하던 중, 내 옆에 서 있던 관람객들의 손가락이 향하는 곳을 본 나는 충격에 빠졌다.


그들은 사진이 끼워진 액자를 직접 만지고 손가락으로 집어가면서 이곳을 보라며 이야기 하고 있었다. 혹시 그들은 그 위에 유리가 씌워져 있으니 상관없다고 생각했는지는 모르지만 그들이 떠난 그 작품 위에는 적나라하게 찍힌 손자국이 가득할 뿐이었다. 그 뒤에도 여러 작품을 쿡쿡 찔러가며 관람을 하였고 결국 관리자의 눈에 띄어 경고를 받았다. 만지게 만들어진 체험형 작품이 아닌 이상 작품에 손을 대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두 번째로는 사진이 있다.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에 관한 기준은 전시회마다 다르다. 어떤 곳은 아예 금지하고 또 다른 곳은 플래시만 금지한다. 때로는 사진 촬영은 되지만 동영상 촬영은 불가한 곳도 있다. 특히나 플래시는 강한 빛으로 작품을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금지한다. 그러나 이 역시도 그리 잘 지켜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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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몰래 사진을 찍거나 플래시를 터트려 찍는 사람들은 꽤나 흔하다. 작품 관람을 위해서건 저작권 때문이건 금지한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임에도 말이다. 또 어떤 관람객들은 너무 많은 사진을 찍어 문제가 되기도 한다. 과거에 한 회화작품 전시회를 방문했었다. 그 전시회는 사진 촬영이 가능했기에 많은 사람들이 작품을 촬영했고 나 또한 마음에 드는 작품 몇 가지를 촬영했다.

 

그렇게 관람하던 중 친구로 보이는 관람객 두 명이 등장했다. 그들은 일차적으로 굉장히 조용했던 전시회장을 엄청난 수다소리로 채우며 들어왔고 한 작품 앞에 서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작품의 사진을 찍고 작품 앞에 서 있는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고 포즈를 취하며 수다를 떨었다. 내친김에 완벽한 인증 사진을 찍어가려 마음먹었는지 겉옷과 가방을 벗어 바닥에 내려두고 사진을 찍고 그 후엔 카메라 타이머를 맞추어 둘이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렇게 한참 찍던 그들은 다른 작품들은 보지도 않고 쭉 앞으로 지나쳐가 또 사진이 잘 나올만한 작품 앞에서 다시 찍기 시작하길 반복했다. 그렇게 나보다 한참 늦게 들어온 그들은 나보다 훨씬 먼저 전시회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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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똑같은 값을 정당히 지불하고 사진 촬영이 허락된 전시회였으니 문제가 없다고 말할지 모르겠다. 이들이 실제로 작품을 관람하건 단지 사진만 찍어가건 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그 사실을 비난할 수는 없다. 물론 사진 촬영 자체도 허락 된 전시회였다. 그러나 마치 간통죄가 폐지되어 법적으로는 문제 삼을 수 없다 해도 일반적인 도덕적 관점에서는 여전히 환영 받지 못하는 행동임이 분명하듯이 규칙의 범주 안에서도 서로를 배려해야 하는 에티켓은 존재한다. 당시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었고 연속된 촬영음은 시끄러웠다. 한 작품 앞에서 지나치게 오래 자리잡아 다른 이들이 작품을 편안하게 즐길 권리를 침범했다.

 

이러한 행동들은 다른 관람객들이 전시를 온전히 편안한 마음으로 관람하지 못하게 만들며 기분을 상하게 한다. 그러나 더 큰 문제가 존재한다. 가고 싶었던 전시회가 막을 열어 가까운 친구에게 함께 가지 않겠냐 물었던 적이 있다. 그때 친구는 전시회는 너무 별로였다며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았다. 알고 보니 과거에 방문했던 전시회장의 몇몇 매너 없는 행동들로 전시 관람에 대한 이미지 자체가 안 좋게 굳어져버린 것이었다. 처음 방문한 전시회에서 그런 혼란을 겪고 나니 관람에 대한 흥미도 자체가 사라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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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비하면 다양한 장르의 전시들과 사람들의 관심 상승으로 인해 점점 많은 사람들이 전시를 보러 가지만 여전히 주요한 몇 개의 전시회에만 몰릴 뿐 대다수는 제대로 알려지지 못해 선택 받을 기회조차 적은 것이 사실이다. 한 명 한 명의 새로운 도전자들은 미래의 문화 애호가 후보일지도 모르는데 그런 이들이 제대로 흥미를 펼쳐보기도 전에 이런 일들로 싹이 잘리는 것은 슬픈 일이고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이다. 서로를 배려할 때 진정한 나의 권리 또한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앞으로 점점 성장해가는 문화 에티켓을 볼 날들만 남아있기를 기대해본다.

 




[김유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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