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합리적인 사람일까?
책을 읽기에 앞서 나는 감정과 이성중 어느 것이 더욱 앞서는 사람인지 무척 궁금했다. MBTI 검사를 기간을 두고 몇 번 하기도 했었는데 내 결과지에는 늘 근소한 차이로 T와 F가 번갈아 가며 나타났다.
사실 나는 합리적·이성적이고 싶다. 감정에 얽매여 마음 앓이를 하는 일은 더 이상 겪기 싫은 성가신 일이다. 또 과학 현상처럼 값이 딱 떨어지거나, 데이터화가 가능해서 정답이 되도록 확실하게 나타나는 게 뒤끝 없이 멘탈을 추스를 수 있고, 구구절절 따라오는 미련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이라 믿었기에 그랬다.
사람에게는 본인이 되었으면 하는 워너비가 있고, 현실 속의 본인이 있다. 이성적이고 싶어 감정을 버려 가려 노력한 게 최근 내 모습인지라 사고를 통해 현명한 판단을 내려가고 성숙한(이성적인) 성장을 이루고 싶은 게 고민이었다. 책을 읽으며 깨달을 건 워너비를 찾기보다, 나는 그저 감정이 지배하는 사회에 살고 있으며 이성적이려고 노력하는 무수한 사람 중 하나라는 것이다.

행동하는 코끼리, 정당화하는 기수
감정이 앞서든 합리적 판단이 앞서든 개인들은 사회에 소속되어 있기에 위계질서를 따라간다. 개인이 느끼는 감정은 부수적인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우습지만 사적인 일이 아닌 이상, 커다란 세상 안에서 살아가기에 보편적인 선택과 고민은 의미 없는 일일 수도 있다.
결국 사람들은 누구나 사안에 대해 옳다 혹은 그르다고 느낀 이후 정당화하고 다음 일로 넘어간다. 감정을 확실하게 굳히기 위한 이유만 찾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익숙한 건 분명 좋을 거야
그러면 고민을 겪고 불안정함에 혼란스러워할 때는 변화를 앞둔 시기라고 봐도 되는 걸까? 문장을 읽으며 앞으로의 내적 고민과 선택의 기로를 맞이했을 때 변화에 도달하기 위한 잠깐의 불안정한 단계를 거치는 거라 합리화할 스스로가 보였다. 짧은 순간이지만 구절을 통해서 안정을 느끼고 감정들을 정당화한 것이다.
미숙한 개인이기에 어쩌면 세상에서 완벽한 중심을 찾기는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세뇌를 거부하고 집단의 의견에 따라가는 일을 피하려 하지만 주관을 믿고 합리적 사고로 나아가는 것은 쉽지가 않다. 무수한 정보 속에서 거짓이 아닌 팩트를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심리적 통찰과 사실판단의 상관관계를 끊임없이 연구하는 것은 부질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할 일은 무척이나 많고 고민에 빠져 헤매지 않아도 세상은 잘 돌아가고 사람들은 바쁘게 각자의 업무를 본다.
지금은 탈사실 시대라고 한다. 사실과 진실 여부가 중요하지 않다면 감정에 최선을 다하는 게 가장 깨끗한 의사 결정이 될지도 모르겠다. 가끔은 단순한 게 정답이 되기도 한다. 더 이상 감정과 이성중 어느 것이 앞서는지를 파악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누구든 이성과 감정의 사이에서 늘 고민하며 더 나은 의사 결정은 꼭 한쪽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감정이 지배하는 사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