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어디까지가 ‘감정’ 탓일까, 감정이 지배하는 사회 [도서]

글 입력 2020.02.11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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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지배하는 사회_평면 표지.jpg

 
 
 
Prologue.


모든 사람이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따라 판단해 말하고 행동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 사회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이 책에 따르면 놀랍게도 이미 우리 모두가 감정에 기반에 사고하며 사실을 판단해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도 상당 부분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나, 세계 연구진의 다양한 실험과 사례로 증명되는 ‘감정’의 힘은 생각보다 매우 크고 본능적인 것이었음은 결국 인정해야 했다. 그러나 우리가 느끼는 것들이 모두 잘못된 것이며 부정적인 결과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기에, 저자는 우리 감정의 긍정적인 면에 대해서도 주목해 합리적 개인이 되어보자고 말한다. 

 
디지털화로 인해 우리는 방대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고, 더 다양한 관점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로 말미암아 거짓과 진실, 소문과 사실을 더욱 구분하기 어려워졌으며, 지극히 감정적 동물인 인간에게는 자신의 세계상에 들어맞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었다.

그렇게 되면서 팩트가 아닌 가짜 뉴스가 목소리를 키우고, 때론 이 가짜 뉴스가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치우친 관점으로 판단을 내리게 된다. 이 책은 이러한 시대에서 우리의 감정이 우리 스스로를 어떻게 이끌어 가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이로부터 좀 더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을 도와줄 안내서이다.
 
 

가짜뉴스와 팩트체크

 

언젠가부터 팩트체크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인터넷 상에서 수도 없이, 그리고 빈번하게 양산되고 있는 가짜뉴스에 대응하게 위해 언론에서 팩트체크를 한 것이었다. 무분별하게 인터넷에서 돌다가 자연스럽게 메신저 어플로 흘러들면서 가짜뉴스가 만들어낸 것은 사람들의 근거 없는 의심과 불안이었고, 누군가는 이 가짜뉴스로 이득을 보기도 했기에 사실로써 내용을 바로잡고자 팩트체크가 등장했다. 그리고 이는 사람들의 불안을 잠재우는 데에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

문제는 그럼에도 이런 유언비어가 꽤 공신력을 얻고 사실인양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뉴스에서 팩트 체크를 하고, 틀린 내용에 대해 사실 확인을 하는 데도 왜 근거없는 소문이 잠재워지지 않는지 궁금했었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견해와 일치하고 이를 뒷받침해주는 정보를 옳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정치적 입장에 근거를 마련해주는 정보를 소비하며, 다른 정보들은 가짜 뉴스라고 비방한다.


- 204p, <우리 대 그들> 중


 
이유는 꽤 간단했다. 믿고 싶지 않다는 생각과 이미 믿고 싶은 사실이 정해져 있다는 것. 부정하고 싶은 것이 사실로 나타날 경우, 반발심과 저항력 때문에 그에 반하는 의견을 지지하려는 성향은 더 강해진다고 한다. 이러한 심리적 방어기제는 다양한 상황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서 나타났다.
 

  
채식주의자와 페미니스트가 싫은 이유

 

앞서 말했듯 사람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바와 다른 사실은 믿고 싶어 하지 않아하며, 그 주장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판단을 하게 된다.
 
책에서도 언급된 사례이지만, 채식주의자와 관련한 필자의 경험을 말해보자면 이렇다. 대학 1학년 때, 한 교양 수업에서 서평을 써오는 과제를 받았다. 지정된 책은 채식주의자의 담론과 페미니즘을 엮은 저서였다.

당시에는 두 이슈 모두 낯설었기에, 내가 알고 있던 기존의 도덕성을 모두 부정하고 있는 책의 내용이 어쩌면 틀린 것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누군가 전부 틀린 말을 책으로 써놓고 있는데, 이걸 서평으로 써내라니. 
 

 

어빙 재니스는 자신이 관찰한 이러한 현상을 ‘집단사고’라고 불렀다. 집단사고는 집단의 모든 구성원이 같은 의견을 지니고 서로에게서 자신의 의견을 확인할 때 발생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어떤 계획에 의구심이 들어도 아무도 목소리를 내서 비판하지 못한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복종하고 집단에서 바라는 행동을 따른다. 이는 부분적으로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예를 들면 2008년의 금융 위기 역시 집단사고 현상으로 설명될 수 있다.


- 247p, <다수 의견의 설득력> 중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느낀 감정은 알지 못했던 것들을 마주하게 된 데서 비롯한 떨림과 기존의 가치관에 대치되는 지식들을 받아들이지 못한 거부감이었던 것 같다. 실제로 한동안 채식주의자를 부정적으로 생각했었고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면서도 이해하기보다는 거리를 두려했던 기억이 난다.

현재는 물론 책을 잘 간직하며 내용에도 깊이 공감하고 있지만, 나와 다른 의견과 그 이유를 들어보려 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페미니스트와 채식주의자를 좋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것이 본능에 의한 것이라는 건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만.

 

*


본능이라는 건 무섭도록 뇌를 지배하고, 감정으로 하여금 사고하게 하여 본인도 모르는 사이 지식과 믿음을 한쪽으로 흐르게 한다. 때문에 판단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판단 능력도 결여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며, 자신의 삶을 지나치게 낙관 혹은 비관하는 경우도 많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나 사실과 따로 노는 이 감정으로 인해 우리는 스스로 동기 부여를 하기도 하며, 불행에서 빠져나올 수도 있다. 감정이 지배하는 사회이지만 이 심리적 통찰로써 감정과 사실판단의 상관관계에 대해 알게 된 만큼, 탈사실화하는 사회에서 우리가 합리적 개인으로 거듭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감정이 지배하는 사회

- 합리적 개인이 되기 위한 16가지 통찰 -


 

지은이

세바스티안 헤르만 


옮긴이 : 김현정

 

출판사 : 새로운현재

 

분야

인문/교양일반


규격

140*205(mm)


쪽 수 : 292쪽

 

발행일

2020년 1월 2일

 

정가 : 15,000원


ISBN

979-11-297-0578-5 (03300)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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