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가 알던 내가 아냐 [사람]

글 입력 2020.02.06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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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줄곧 사람 카테고리에 오피니언을 기고하고 있다. 사람이라는 카테고리가 처음부터 썩 맘에 들었었다. 더군다나 ‘자기 자신을 위한 글을 기고하라’는 내게 날아온 메일 속 문장, 그리고 글을 쓰기 전 괜히 마음에 힘이 들어갈 땐 ‘나는 이런 것을 좋아합니다. 함께 즐겨보시는 것은 어떤가요?’라는 편안한 느낌으로 글을 기고하라던 어느 에디터분의 말에 힘입어, 노트북 앞에서 툭 튀어나온 생각의 말꼬리를 잡았다.


주제는 나다. 그것도 2020년의 나. 나는 나를 여전히,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 재작년부터였을 거다. 어떤 사람을 좋아하고, 어떤 분위기를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등을 개괄적으로 조금씩 정리했었다. 그런데도 요즘에, 가끔 낯선 나를 발견한다.


내가 이 순간, 이즈음의 나이와 시간대에 이러한 생각을 했었다는 걸 적어두고, 독자의 생각에는 환기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길, 나의 미래에는 일기처럼 이때의 내가 궁금해질 때, 찾아보기 위한 ‘나의, 그리고 나에 대한 글’을 적어보려고 한다.

 

 

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사람] 카테고리를 좋아하는 이유. 풀어 이야기하자면 이성적이고 비즈니스적인 이야기보다는 한 사람의 인생사를 듣는 걸 조금 더 좋아한다. 다수가 아닌 소수의 사람을 깊이. 어떻게 이곳에 왔는지, 학창 시절 어땠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말이다. 소설보다 수필을 좋아한다고 보면 될 듯하다. 아마도 지금의 나 스스로가 단단히 세워진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삶을 흘긋 보며 생각의 폭을 넓히고 싶은 이유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내가 어느 회사의 인사팀이라면, 말 그대로 ‘스토리텔링’을 가진 지원자를 뽑겠노라는 생각도 뜬금없이 떠올랐다. 세상에 별것 아닌 사람은 없으니까, 그 사람의 전부는 알 수는 없어도 ‘인생’이 궁금하다. 새로 온 과장님과 대화하며 느낀 사실이다. 과장님의 이야기가, 어렸을 적 꿈이, 인생의 사건들이, 내겐 참 신선하게 다가왔다. 나는, 개개인의 수필을 좋아한다.



나는 금사빠였다.


세상에나, 이걸 정말 올해 처음 깨달았다. 그 와중에 기준은 나름 있나 싶다. 빠지는 것도 블랙홀 같지만, 나오는 것도 삽시간이란 것도 알았다. 하루에도 몇 번 좋았다가, 금세 사그라든다. 서운하리만큼 남보다 못한 사이인 것처럼 대하면서 뭐 대수냐 하다가도 시간이 좀 지나면 괜히 미안해진다. 웃으며 응원하다가도 돌을 보듯이 무감정인 상태가 된다. 아주 난리다. 그렇다, 나는 금사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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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꽤 부지런한 사람이었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은, 고등학교 때 어떻게 그렇게 일찍 일어나서 저녁 늦게까지 공부를 했지? 하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직장인들을 보며 생각했었다. 어떻게 이렇게 일찍 일어나고, 4n년 동안 그렇게 계속해나갈 수 있는 거지? 근데 내가 하고 있다. 일단 발을 들이기만 하면 된다. 그 전이 조금 힘들 뿐이지만, 습관이란 게 무서운 건지, 이른 아침에 잘도 일어난다. 게으른 사람인 줄로만 알았는데, 아니었다.

 

 

나는 평범한 1인이었다.


확인사살 하는 것 같지만, 나도 사람1이었고, 구성원1이었다. 그래도 이런 게 썩 아늑하다.

 

 

나는 한 가지에 깊이 몰두한다.


이건 알고 있었는데, 좀 심하다 싶다. 여유가 없다는 느낌이 든다. 몇 살이 되면 인생을 쿨하고 여유 있게 관망할 수 있게 될까. 나도 인생의 짬밥이란 걸 가지고 싶다. 80살 누군가가 날 보면 그냥 애에 불과하겠지. 패기 있게 살아봐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대범하다. (feat. 싫어하는 사람)


싫어하는 사람이 생겼다. 오랜만이다. 한편으로는 조금 두근거리지만, 생각 외로 매몰차고 대담하게 방어를 치고 있는 것 같아 스스로를 칭찬한다. 유치하게 보이긴 해도, 가마니가 아니니까 내색은 하며 살자고 다짐하는 중이다. 인생이 참 힘들다. 사람이 참 힘들다. 그래도 좋은 사람 생각하며 산다.

 

 

나는 생각보다 감정적이다. 그런데, 겉은 둔해 보인다.


우직해 보이는 것 치곤 누구 하나 돌 던지면 마구 일렁이는 멘탈을 가졌다. 은근히 잘 휩쓸리고,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것들에 누가 작은 언급을 하면 갑자기 내 주위의 하나부터 열까지의 모든 상황을 예민하게 받아들인다. 참 힘들긴 하지만, 남의 감정에 공감 이상으로 ‘더 힘들어하는’ 재미난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포장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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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게 2020년 들어 새삼스레 발견한 내 모습이다. 반갑다, 내 자신. 까도 까도 계속 나오는 양파 같단 생각과 함께, 이십 대 중반이 돼서야 나와 가깝게 마주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아쉬운 한편 기쁘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느끼는 설렘과 신선한 감정을 나에게서 느낀다는 건 낯설지만 정말 기분 째지는 일이다.


자신을 알아가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이 더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친하고 아낌없이 사랑해줘야 할 1순위인 ‘나’를 한 번 더 생각한 날이다.


 

[서휘명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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