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매일 도착하는 클래식 편지, 1일 1클래식 1기쁨 [도서]

이 도서에 초대될 수 있어서 매우 기쁘다.
글 입력 2020.02.06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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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클래식 1기쁨_표지 1.jpg

 


고 3 때 불면증이 심했다. 10시간 넘게 한 자리에 앉아있었기 때문에 겨우 잠을 청하더라도 다리에 쥐가 나서 화들짝 깼다. 사랑하던 친구와는 매일 싸웠다. 슬펐다. 악몽을 자주 꿨다.

 

이 악몽같은 시간에 클래식을 우연히 만났다. 마치 서로 다른 행성이 우연히 궤도를 함께하듯이, 바흐와 말러와 모차르트를 만났다. 바흐는 본래 다정했고, 말러는 생각보다 다정한 사람이었고, 모차르트는 생각보다 서늘한 사람이었다. 들으면서 그런 것들이 느껴졌다.

 

많은 사람들의 클래식에 대한 소문과 달리, 클래식과 나 사이에는 어떤 허영도 없었다. 나는 살기 위해 클래식의 아름다움을 붙잡았다. 그냥 너무 힘든 순간에, 주위에 좋은 것이 하나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을 때, 클래식이 우두커니 있었다.

 

아직도 클래식이 내 피부에 다가온 첫 순간을 기억하고 있다. 야자 시간 중간에는 20분 정도의 쉬는 시간이 있었다. 나는 아이들의 시끄러운 소리를 막고 자기 위해 아무 노래나 틀어 이어폰을 끼고 잠드려고 했다. 아버지는 클래식을 좋아하셨고 나는 음악에 그닥 관심이 없어 내 인강용 탭에는 단 하나의 노래가 있었다. 바로 말러의 교향곡 5번 4악장이었다.


 

 


그 때 내 몸을 따뜻하게 덮어 주던 이 음악이 무슨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무슨 이름을 가지고 있는지, 심지어 어떤 감정을 나에게 선사했는지 알 길이 없었다. 다만 이 음악을 들으면서 잠을 잤다. 그리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가지고 일어났다. 온 몸에서 땀이 난 잠이었다. 따뜻하고 서늘했으며 개운했다.


퀴퀴한 책들로 가득 쌓여 있던 자습실 밖을 보니 여름과 가을 사이의 분홍색 하늘이 보였다. 그 늦여름의 분홍색 하늘을 보며 이 음악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사감 선생님께 허락을 구하고 한참 동안 밖에 나가서 벌레들과 수학문제를 풀다가 하늘을 보다가 했다. 그 때부터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다. 살면서 한 번도 성실하지 않게 살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사람들에게 클래식을 전도하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말러 교향곡 5번 4악장은 아버지가 넣어 둔 음악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 음악은 어디에서 왔을까? 아직도 미스테리다. 일단 미스테리는 제쳐 두고 나는 아버지에게 이 음악이 너무 좋다고 말씀드렸다. 아버지는 처음에는 이 음악이 어렵다고 하셨다. 하지만 결국에는 좋다고 하셨다. 음악은 어떤 사람에게는 빨리 다가오고 어떤 사람에게는 천천히 다가오는 것 같다. 특히 그 사람이 많이 슬플 때 뮤즈는 그 사람에게 조용히 다가와 다정하게 안아주는 것 같다.

 

물론 많은 사람들은 클래식을 꺼림직해 했다. 다들 소문으로 듣고 나에게 말했다. 클래식은 어렵다고. 나는 클래식을 가슴으로만 알기 때문에 반박할 언어를 찾기 어려웠다. 클래식을 이론적으로 다가가는 것은 어려웠다. 비전공자이기도 하고, 학교에 관련 교양이 없어 지식 습득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여러가지 매체를 찾아다녔다. 죽기 전에 들어야 할 클래식 1001 같은 책은 너무 많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했다. IDAGIO와 클래식매니저 라는 무료이고 클래식 앨범이 잘 정리된 앱을 알게 되어서 편하게 클래식을 찾아 들을 수 있게 되었지만, 그리고 트위터에 클래식 기록 계정을 만들어서 그 긴 이름들을 기록해 둘 수 있게 되었지만 궁금했다. 내가 이렇게 좋아하는 친구가 어디서부터 와서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는지 말이다.

 

한창 인터넷 서점에서 클래식 분야 베스트셀러를 뒤적거리고 있을 무렵 이 책을 발견했다. 그리고 설명을 읽으면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매일매일 도착하는 이 클래식 편지를 읽으면 가랑비에 옷 젖듯이 더 클래식과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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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앱 : IDAGIO

 


내가 모르는 세계가 있었다. 유럽인들의 전유물이라고만 생각했던 클래식은 어느 새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의 것이기도 했다. 이 책에서는 2월 4일에 플로렌스 프라이스의 니그로 교향곡을 소개한다. 조용한 차별과 억압이 가득했을 1930년대를 당당하게 살아낸 이 사람의 이야기가 좋았다. 앞으로의 이 책의 클래식 이야기가 기대된다.


계속해서 고등학교 시절의 늦여름 하늘을 기억하며, 그 기적을 기억하며 클래식을 좋아해줄 예정이다.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다 보면 점차 커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삶에 있어 나와 클래식의 관계가 점점 깊게 확장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아끼는 다른 사람도 여러 나쁜 소문이 무성한 클래식의 본질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성채윤.jpg

 


[성채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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