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순간을 지나칠 나를 바라며 [사람]

스스로를 분석해본 시간
글 입력 2020.02.05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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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이상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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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입학 전 미리 만난 오리엔테이션으로 기억한다. 고백하건대 목표로 했던 곳은 아니지만 소속감을 가지며 사람들과 함께한 술자리는 만족스러웠다. 아니, 나는 사람들에게 정을 붙였다기보다는 그 분위기에 취했었다. 대학가도 신선했고 내가 추구하던 자유와 화려함이 얻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날 저녁 집에 도착하고 나서 다짐했다.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화려한 20대로 인생을 채워야지라고 말이다.

 

고등학생과 대학생 모두 학교에 다닌다는 것은 똑같다. 단지 만나는 사람들 범위가 다양해지고 자유가 더해지는 것이다. 술과 유흥? 그건 개인의 선택이자 취향일 뿐이다. 20대는 청춘이라고들 말한다. 연애도 많이 해봐야 하고 다른 수많은 경험과 추억들이 더해져 더 나은 30대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도 했다. 청춘이라고? 미디어가 만들어낸 허상은 아닐까 싶다.

 

지금 내가 느껴가는 20대의 민낯은 많이 잔인하고 현실적이다. 새로움을 찾고 자유와 쾌락을 느끼려는 순간 경쟁에서 뒤처지고 환한 미래와는 격차가 벌어진다. 잠깐의 힐링과 소소한 행복이 최선이라 직감했다. 하지만 20살, 21살 갓 성인이었던 내 눈에는 어떻게 해야 내 시간을 보다 재밌고 알차게 보낼 수 있을지가 다였다.


 

 

새로움을 추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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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구열이 높은 곳에서 공부했고, 정해진 틀에 맞춰 살아왔던 탓에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시절이라 부르는 10대 시절을 실감하지 못했었다. 이를 느끼기도 전에 수능을 쳤고 10대가 순식간에 끝이 난거라 판단했다. 그래서 20대는 하루를 열심히 살고 내가 원하는 콘셉트로 매시간을 채워야지 싶었다. 보상심리가 아니었을까. 똑같은 기간인 10년을 어떻게든 다르게 지내가려 용을 쓴거 같기도 하다. 물론 일탈과는 거리가 멀었다. 내 시간을 최대한 스스로의 만족으로 채워 넣으려 노력했을 뿐이다.

 

자연스러운 일상이 아니라 인위적인 상황들로 내 시간을 완성했다. 대외활동도 계획적으로 연속선 상에 진행해서 빈틈이 없었고, 사람들과의 만남도 일직선이었다. 내 삶에 나타난 상황과 사람들이 아니라 상황과 사람이 내 일상에 더해진 경우가 훨씬 많았다. 그러면 내가 나를 괴롭힌 건 아니었을지? 누군가는 인생을 열심히 알차게 보낸 거라고 전하기도 했다.

 

목적을 두고 목표를 정했다. 그런데 목적은 확실히 달성했고 목표도 비슷하게나마 이뤘는데 값이 미세하게 엇나가서 힘든 적도 있었다. 최종을 달성한 거면 부분은 잊을 줄도 알아야 하는데 사실 그러지 못했다. 나는 감정과 과정에 약한 거였다. 오늘을 마지막으로 되새김을 없애가야지.


진짜 목적은 달성한 건데. 대체 나는 왜 감성에 사로잡힌 거였을까. 한심하다 싶으면서도 감정에 취하고 정에 약한 내 진짜 모습을 알아 버린 거 같아 반가운 기분. 하지만 내게 도움이 되지 않는 성향은 계속해서 잘라 낼거다.

 

내향성과 외향성. 양쪽을 하루마다 넘나들었고, 이틀과 며칠이 되어 쌓인 매년의 내 모습은 참 다이나믹한 모습들로 채워졌다. 후회는 없다. 변화를 주고싶어 변화를 택한건 훌륭한 선택이고 단조로움을 스스로 탈피해버린 건 내가 부지런했던 거다. 하지만 요즘 들어 생긴 의문은 진짜 내 모습이 뭐였냐는 거였다. 홀린듯 할 일을 만들어내고 콘셉트가 뭐가 되었든 바쁜 삶을 성취해가다가 문득 내 궁극적인 목표와 최종적인 추억은 무엇인지 싶어 허탈해졌다.


 

 

순간의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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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화려한 20대를 보내야지 생각했던 건 순간의 진심이었다. 그리고 순간의 진심을 나는 사실로 이루었다. 목표를 성취하면 뿌듯함과 통쾌감을 느낀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최근에 느끼는 감정이 이와 거리가 먼 허탈함과 공허함이라면 내 진짜 목표는 아니었나 싶다. 결국, 순간의 진심에 불과했다는 게 되겠다.


하지만 많은 걸 배워 갔고 다양하고도 많은 사람을 만났다. 나는 덕분에 성장했고 30대, 아니 그 이후 미래를 위한 밑거름이 된 것이라 확신한다. 시간을 합쳐 몇 년으로 포괄하면 나는 수백 가지의 색깔을 입어봤고 무한개의 성격을 가진 사람들을 만났으며 아파했고 초연해지기도 했다.

 

내가 선택한 사람이 나와 마음의 크기가 달랐던 경우라면 많이도 슬퍼했던 거 같다. 딱 거기까진 거겠지. 가장 어려운 말이지만 휘둘리지 말자. 나를 가장 소중히 여겨야지.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이기적이겠지만 내 위주인 삶을 지금부터는 늘려 가려 한다. 상상을 거듭하고 돌아보고 후회하는, 나에게 슬픔만 남기는 그 시간을 버려가야지.

 

전자기기와 같지 않을까. 잃어버리면 아쉽지만 새로 사도 되고 서비스를 받아 고쳐도 된다. 물론 없어도 생활에 지장은 없다. 어느 쪽이든 대체되는 선택사항은 항상 있다. 지나간 일을 쳐다보지 말자. 새로운 일은 많다. 아쉬움에, 안타까움에 휩싸여 얼마나 기억을 돌이켰는지 몰랐던 일이 있었다. 물론 자책도 했다. 발견에 놀랐고 내 능력에 감탄도 했었다. 우연이 운명 같고 가벼움이 진중하기를 몇 번이나 느껴왔던가. 그냥 그 순간을 즐겼으면 된 거다.


 

 

내 만족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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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간조차 미래에는 순간이 되겠지. 관점에 달렸다고 믿는다. 특정 감정에 취해 있었던 그 기간조차 한낱 점이 되는 날이 분명 존재한다. 누군가의 행복이, 내 감정이 영원할 거라고 여기지 말자. 결국 다치는 건 여린 쪽이 될 테니까. 이기적이지만 내가 되긴 더더욱 싫다.

 

한 달이든 삼 년이든 결국 순간이 될 테고 새로운 목적을 이룬 날엔, 돌이키지도 않을, 혹은 가십거리에 불과한 그 찰나가 되리라고 믿는다. 어느 순간을 거치고 어떤 시점에 서 있든, 그걸 바라보는 내가 만족하면 전부이다. 하루 하루를 후회 없이 살되 지나간 몇 초마저에도 미련을 떨치는 매년이 반복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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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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