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알렉산더 칼더, 최소의 요소로 하는 무한한 상상 [전시]

글 입력 2020.02.02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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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칼더의 대규모 회고전 <알렉산더 칼더 展>은 칼더의 작품세계를 몇 가지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소개한다. 언뜻 보면 비슷비슷해 보이는 추상회화가 주제별로 묶여 있으니 이해하기가 쉬웠다. 전시와 작품을 각각의 키워드와 함께 설명해보려 한다.

 



서커스와 드로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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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알렉산더 칼더의 초기 드로잉으로 시작된다. 추상적인 도형들로 이루어진 모빌로 잘 알려졌지만, 칼더는 사실 동물 드로잉에 관한 책을 낼 정도로 드로잉에도 일가견이 있었던 작가였다.


영화 <위대한 쇼맨>의 소재가 되기도 했던 링링 브라더스 앤 바넘 앤 베일리 서커스단을 방문한 그는 서커스에 등장하는 동물들을 그렸다. 드로잉은 투박한 연필선으로 이루어졌지만, 칼더의 동물들을 향한 애정 어린 시선을 엿볼 수 있다.

이때부터 그는 서커스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스스로 ‘칼더의 서커스(Cirque Calder)’라는 작은 서커스단 모형을 만들어 순회공연을 다니기도 했다. 칼더의 서커스에는 철사, 가죽, 천 등으로 만들어진 동물, 곡예사, 소품이 등장한다. 전시에서 서커스에 사용된 모형을 볼 수는 없었지만, 그가 순회공연을 했던 영상은 볼 수 있었다.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모형들의 움직임과 진짜 서커스를 보는 듯한 조명과 곡예사들의 의상이 인상적이었다. 이런 점에서 칼더의 서커스는 공학, 서커스, 움직임이라는 그의 관심사를 총체적으로 포함하고 있는 흥미로운 행위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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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상한 개(P-culiar Dog)라는 작품의 삽화도 여러 점 전시되어 있었다. 마치 인격을 가진 듯 장난기 가득한 시선으로 표현된 개의 모습이 칼더의 관찰력과 상상력을 보여준다.

 



추상회화와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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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처럼 예술가의 길을 걷기를 거부하고 공학을 전공했던 알렉산더 칼더는 나중에 예술가가 된 후에도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다. 그는 몬드리안의 작업실을 방문하여 추상회화를 접하고, 처음 모빌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모빌은 ‘움직임이 있는 추상회화’를 기초로 만들어졌고, 이 전시에서는 그 구상 과정에 있었던 회화를 볼 수 있다.

전시를 보다 보면 그의 추상 회화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빨강, 노랑, 파랑, 검정 등의 원색으로 이루어진 구, 삼각형과 소용돌이 모양, 춤추는 듯한 곡선, 경계 없이 겹쳐져 번진 물감이 그것이다. 이러한 요소들은 모두 정적인 회화에서도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관람자의 시선이 곡선을 따라 움직이고, 단순하지만 화려한 색채를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초현실주의와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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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칼더는 몬드리안과 같은 추상 회화 작가로부터도 영향을 받았지만, 초현실주의에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초현실주의 작가들의 모임에 속하지는 않았지만, 당시 파리에서 활동했던 초현실주의 작가들과 교류하며 비슷한 주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특히 칼더가 활용한 우주라는 소재는 이성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의식의 세계를 표현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었던 초현실주의 사조와 연관이 있다.

알렉산더 칼더의 회화에는 해와 달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여러 기본 도형 중에서도 구체를 그린 것으로 유명한 그에게 어쩌면 당연한 선택지였을지도 모른다. 관측이 가능하지만, 여전히 미지의 세계인 우주에 존재하며, 지구가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해와 달은 그 자체로 움직임을 담은 초현실적인 존재로, 그의 관심사를 표현하는 핵심적인 요소다. 위의 그림처럼 때로는 익살스러운 얼굴을 한 사람의 모습처럼 표현되기도 하고, 때로는 수면 위로 빛을 그려내는 아름다움이 그려지기도 하며, 우주는 관람객들에게 신비롭지만 익숙한 것으로 다가온다.


처음 드로잉 작가로 시작해서, 자세한 묘사와는 거리가 먼 추상미술인 ‘모빌’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조각가가 되기까지 끊임없는 도전을 해온 알렉산더 칼더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전시였다. 오디오 가이드 외에 작품별 설명이 없어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주제별로 명확하게 구획이 되어 있어 추상회화임에도 어렵지 않게 감상할 수 있었다. 또한, 따뜻한 원색과 부드러운 곡선의 향연을 보는 것만으로 눈이 즐거운 경험이었다. 40~50분이면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짧은 전시이니, 현대미술을 사랑하는 모든 관람객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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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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