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삶과 죽음은 하나다. - 뉴필로소퍼 Vol.9 [도서]

죽음을 통해 삶을 돌아보다.
글 입력 2020.02.08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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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필로소퍼 Vol.9

삶을 죽음에게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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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음을 처음 인식하게 된 것은 5살 때 무렵이었다. 고령으로 몸이 쇠약해지신 할머니는 결국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게 되었고, 나는 엄마를 따라 할머니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삼베옷을 입은 사람들과 귓가에 울려 퍼지는 곡소리 그리고 저 깊은 땅으로 들어가는 할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보며 죽음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면서도 사람은 왜 죽을 수밖에 없는지 생각했다. 영원히 볼 수 없다는 서러우면서도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가끔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저 반짝이는 별에서 살고 계신 건 아닐까 라고 나름의 상상을 했었다.

 

그 뒤로 마주한 사람들의 죽음을 바라보며 멀리만 느껴졌던 죽음이 언젠가 나도 맞이할 수 있는 일임을 느꼈다. 이러한 경험은 삶과 죽음이라는 유한한 시간 속에서 나는 어떻게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했다. 죽음에 대한 이중적인 감정을 갖기도 했다. 죽음을 떠올리면 생각하게 되는 두려움과 무서운 감정이 있다가도 인간의 삶에 죽음이라는 장치가 없었더라면 열심히 살기 위한 노력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죽음도 가치 있게 생각하도록 했다.

 

이러한 배경은 내가 ‘뉴필로소퍼 Vol.9’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는 그동안 머릿속에서만 머물던 삶과 죽음에 대한 나의 생각과 가치관을 정리해주었던 책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삶과 죽음에 대해 또 어떠한 생각을 갖게 될까 라는 기대감은 당연했다.

 

‘뉴필로소퍼 Vol.9’ 2020년 1월 호는 ‘삶을 죽음에게 묻다’를 주제로 삶과 죽음에 대해 조명한다. 삶을 살면서 죽음을 어떻게 바라보고 마주할 것인지, 좋은 죽음은 무엇인지, 죽음 이후 행해지는 나라별 장례 문화와 죽음에 대한 문화별 다양한 사고 등을 다루고 있다.

 

 

 

죽음에 관하여


 

근본적으로 사람들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부터 시작한다. 내가 살던 익숙한 공간에서 존재할 수 없고 내가 알던 익숙한 사람들을 만날 수도 없으며, ‘유’라는 존재에서 ‘무’라는 존재로 사라져 버릴 것이라는 것은 너무나 두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들은 저 머나먼 시대에서 살았던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과거나 현재나 죽음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은 과정이다.

 


“죽음 그 자체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한다. 죽음이 무엇인지 모르기에. 죽어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기에.” 《아우랑제브》 4막 1장, 1676년 존 드라이든


- 25p


 

두려움을 갖는 것은 불안을 가져오고 일어나지 않을 존재로 인해 삶에 영향을 준다. 죽음에 대한 막연한 생각들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이렇다 할 정답을 찾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물음표로만 남는다, 책에서는 이러한 죽음이라는 추상적인 존재에 대한 공포로부터 해방되기 위해서는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야 함을 강조한다. 성공을 숭배하는 문화에서 죽음은 실패로 여겨지고 비극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죽음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삶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할 수 있고 그 두려움과 공포를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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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


 

본격적으로 삶과 죽음에 대한 주제를 다룬다. 삶과 죽음에서는 클라우스 보의 인터뷰로 시작한다. ‘Dead and Alive Project'를 진행하며 죽음이라는 주제에 집중했던 클라우스 보는 전 세계의 장례 풍습과 죽음을 대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하며 죽음에 대해 탐구하고자 했다.

 

그의 인터뷰에서는 그가 보았던 여러 나라의 장례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 중 마다가스카르의 파마디하나 장례의식은 나에게 큰 인상을 주었는데 죽음을 바라보는 태도와 문화가 우리나라의 문화와는 상반되었기 때문이었다. 마다가스카르 사람들은 개인 무덤에서 고인을 꺼내어 축복하고 가족 무덤에 다시 묻어주는 파마디하나 의식을 치른다고 한다. 이 의식에서 고인의 유족들은 슬퍼하기보다는 오히려 시신과 함께 춤을 추며 가족들과 축제를 즐긴다고 한다. 죽은 자와 함께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나에게는 충격적이었지만 죽음이나 죽은 자에 대해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는 데 거쳐야 하는 하나의 과정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죽음을 외면하는 태도보다 죽음을 직시하는 태도도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아마 그들은 죽음에 대해서도 인정하고 받아들이겠지만 자신의 죽음 앞에서 그들은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받아들일지가 궁금하기도 했다.

 

클라우스 보가 말했듯이 우리는 언젠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우리가 죽음에 대한 이야기에 관여하지 않거나 고인에 대한 이야기를 꺼리는 것은 자신의 죽음이 상기시키기 때문이라는 두려움에서 오지만 언젠가는 맞이할 그 날이 올 것이고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죽음을 회피하기보다는 인정하고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죽음은 삶의 자연스러운 결말이자 인생의 자연스러운 일부에요. 죽음이 없으면 삶도 없죠. 우리는 인간이 아주 짧은 순간 지상에 머물다 가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인정해야 해요.”

- 35p


 

이 책이 결국 말하고자 하는 것은 죽음을 통해 삶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죽음을 두려워하면서 살기 보다는 받아들이고 죽음이 오기 전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죽음관은 죽음 자체와 죽어가는 과정뿐 아니라 삶에 대한 태도를 담고 있다. 결국 우리는 삶에 집중해야 한다.” (...) “지나치게 죽음에 집중하면 삶이 주는 유익 등 많은 것들을 놓치게 된다.”


- 102p


 

임종을 앞둔 모습을 생각해봤다. 죽음을 앞두고 삶을 돌이켜 보았을 때 분명 나는 ‘내가 어떠한 삶을 살았는가.’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스스로 삶을 돌아보았을 때 좋은 삶을 살았다고 말하고 싶다. 만족하지 못한 삶을 살았다고 비관하며 자책하고 싶지는 않다. 물론 그렇게 말하는 것도 의미 없을 것이다. 삶을 후회로 마무리 짓지 않도록 현재 살고 있는 삶에 충실해야 한다. 삶에 대해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라는 책의 말처럼 살아가는 인생 동안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평범하지만 행복한 하루를 살아가는 것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사랑을 두려워하는 것은 삶을 두려워하는 것이고, 삶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이미 거의 죽은 상태다.”


- 버트런드 러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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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평균 수명은 보통 4,000주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것은 평균적인 수치이니 이 수치보다도 길게 살다간 사람도 짧게 살다간 사람도 있을 것이다. 수치화된 숫자로 바라보니 인간의 수명이 한없이 짧게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의 삶은 한정된 시간 속에 있다. 유한한 시간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오히려 삶이 더욱 가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삶이 무한하다면 삶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인식함으로서 가장 중요한 일을 선택하고, 가장 절실한 야망을 위해 노력하고, 가장 의미 있는 관계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죽을 때 어떤 기분이 들지, 죽음 이후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 죽음 이후의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사후세계도 생명이 있는 것은 죽어서 다시 태어난다는 윤회 사상도 그리고 그 무엇이 일어날지 모르며 그 누구도 명확한 답을 내려주지도 못한다. 경험해보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죽을 때 어떤 기분이 드나요?’에서 매슈 비어드의 말처럼 우리는 “죽을 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 궁금해 하기보다 죽을 때 어떤 느낌을 받고 싶은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이 글에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뉴필로소퍼 Vol.9'를 읽으면서 단순히 죽음에 대한 철학적 의미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이슈들과 함께 다루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어느 철학자의 죽음>에서 말하는 조력 자살과 <죽음이 전시되는 세상>에서 수많은 사람이 죽은 끔찍한 현장이 예술품으로 변모해 전시되거나 대중에게 공개되어 ‘일종의 행사’처럼 바뀌는 것 그리고 죽음마저 관음증의 도구로 사용하는 시대를 비판하는 내용도 우리에게 여러 생각할 거리를 준다.

 

'뉴필로소퍼 Vol.9'는 삶과 죽음은 하나라는 것을 주제로 철학자들의 말과 죽음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들을 통해서 죽음을 바라보는 태도를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면서 자신만의 철학을 가져보기를 추천한다.


 


 


뉴필로소퍼 Vol.9

- 일상을 철학하다 -

 


엮음 : 뉴필로소퍼 편집부


출간 : 바다출판사


분야

인문/철학

문예지


규격

180*245mm


쪽 수 : 156쪽


발행일

2020년 01월 05일


정가 : 15,000원


ISBN

977-2586-4760-05-01


*

《뉴필로소퍼》는

1월, 4월, 7월, 10월

연 4회 발행되는 계간지이며

광고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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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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