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걸음 한걸음, 너에게로 가는 길

이와이 슌지 감독 - <4월 이야기> 리뷰
글 입력 2020.01.3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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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만날 수 있을까?” 우즈키는 선배를 만나기 위해 무사시노 대학교에 입학한다. 거리를 거닐며 혹시나 선배가 있을까 마음을 졸이는 우즈키. 그녀의 두 눈은 항상 선배를 쫓고 있다. 이사를 오던 첫 날도 우즈키는 “신혼인가 봐.”, “이부자리가 두 채 네요.” 라는 얘기를 듣는다. 고등학교 때부터 좋아했던 선배를 그리고 상상하며 앞서나간 우즈키의 마음이 돋보인다. 흩날리는 벚꽃 잎은 이제 막 첫사랑을 향해 다가가려는 소녀의 간지러운 마음을 나타내어주는 것만 같다. 4월의 봄, 모든 생명들이 꿈틀꿈틀 자라나는 이 시기, 우즈키의 마음도 파릇파릇하게 꽃피어만 가고 있다.

 

멀리 있는 누군가를 찾는 다는 것은 자연스레 불안한 마음을 안겨준다. ‘그 사람이 나를 알아줄까?’. ‘만나게 되면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까?’ 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러한 불안과 동시에 사랑의 마음은 삶에 대한 원동력을 실어주고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어준다. 소극적이던 우즈키가 플라잉 낚시에도 도전하고, 선배가 있는 서점에도 찾아가는 등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하는 것처럼.

 

어린 시절, 학교가기가 참 싫었는데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고 나서부터는 학교 가는 길이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혹시 여기에 있을까?” 교실 뒷문을 기웃기웃 거리며 그 아이를 찾고, 급식을 먹을 때 두리번 두리번 거리며 주위를 둘러보곤 했다. 그 시절, 설레임, 두근거림, 그리고 불안함 등 모든 감정이 복합적으로 와 닿았었다. 톡 건드리면 바로 터져 버릴 것 같은 그 순수한 마음은 세월이 지나도 잊을 수 없는 감정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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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발걸음은 가볍고 산뜻하다. ‘선배’ 라는 사랑의 목적지가 있으니까 말이다. 우즈키가 늘 신던 하얀색 운동화는 맑고 청량한 소녀의 첫 여정을 알리는 상징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더불어 두꺼운 스웨터를 입던 그녀의 의상은 점차 가볍고 여성스러운 의상으로 변해간다. 어두운 색상의 꽃무늬 원피스는 선배를 찾는 과정 속에서 점차 성숙해져가는 우즈키를 대변한 것만 같다. 4월에 풍성하게 피어나는 벚꽃과도 같이 원피스 속에 새겨져있는 꽃무늬는 그녀의 사랑이 움트길 응원해주는 듯하다.

 

“러브 레터”. <4월 이야기>는 옛 추억의 편지를 읽는 듯한 느낌이다. 서랍 속 편지를 시간이 지나 읽어보면 왠지 모르게 따뜻하고 설레이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화이트 톤의 아련하고 밝은 색감은 마치 과거를 회상하는 듯한 꿈같은 느낌을 주는데, 편지를 읽어도 옛 기억에 젖는 듯한 감정을 안겨주기에 <4월 이야기>는 한 편의 러브레터 같이 보여 진다. 우즈키는 책이라는 매개체로 선배가 있는 서점을 알아내고, 자전거를 이용해 거리를 오가는데 이러한 소재들은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우리가 그동안 잊고 있었던 옛 추억의 감성들로 인해 <4월 이야기>는 관객들의 마음속에 특별하게 다가올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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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혹시 키타 고등학교 안다녔나요?” 선배는 우즈키에게 조심스레 물어본다. 그런 그에게 눈을 여러 차례 깜빡이며 “그래요.” 라고 대답하는 우즈키. 순간 선배의 표정은 활짝 펴지는데, 우즈키는 그런 선배를 보며 눈을 요리조리 돌려가고는 쑥스러움을 참는다. 그렇게 선배는 우즈키와 자신이 같은 ‘무사시노’ 대학에 다닌다는 것을 알게 되고, 우즈키의 바람대로 우즈키는 선배에게 자신을 처음으로 드러내게 된다. “고등학교 때부터 좋아했어요.” 라는 말을 전하지 못할지라도, ‘무사시노’ 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우즈키가 원했던 둘만의 만남은 앞으로도 지속 될 것만 같은 기대감을 안겨준다.

 

서점 안에서 우즈키를 포착할 때 클로즈업이 연이어 등장한다. 좋아하려는 마음을 감추려는 표정, 선배를 마주할 때의 미세한 떨림 등 섬세한 감정들이 잘 표현되었다. 무엇을 느끼든 그녀의 감정들은 숨겨지지 않고 있는 그대로 표현되어 보여 지는 데 이는 마치 순수한 어린아이를 보는 것만 같다. 그렇기에 그녀에게 더 애정이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집으로 돌아가려 하자 우수수 쏟아지는 비. 우즈키는 선배에게 빨간 우산을 빌려 쓴다. 하지만 우산은 고장나있고 어딘지 엉성한 모습을 하고 있다. 다른 우산을 빌려준다는 선배의 말에 “괜찮아요. 이걸로 충분해요.” 라고 얘기하는 우즈키.


마지막 장면, 우즈키는 빨간 우산을 쓴 채 비가 오는 모습을 바라보는데 이때 고장 났던 우즈키의 우산은 반듯하게 펴지는 것 같이 보여 진다. 고장 났던 우즈키의 우산이 펴지는 것 같이 보이는 것처럼, 우즈키가 선배를 만나게 된 것을 ‘사랑의 기적’ 이라고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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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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