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가 지켜낼 '우리집' [영화]

글 입력 2020.01.3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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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은 진짜 왜 이럴까?”

 

 매일 다투는 부모님이 고민인 12살 하나와 자주 이사를 다니는 게 싫기만 한 유미, 유진 자매는 여름방학, 동네에서 우연히 만나 마음을 나누며 가까워진다. 풀리지 않는 ‘가족’에 대한 고민을 터놓으며 단짝이 된 세 사람은 무엇보다 소중한 각자의 ‘우리집’을 지키기 위해 모험을 감행한다.

 

“우리집은 내가 지킬 거야. 물론 너희 집도!”

 

 

 

*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문득 생각이 났다. 언젠가는 봐야지 하며 메모장에 조그맣게 적어놨던 것이 눈에 들어왔다. 하루 종일 여기저기 떠돌며 피곤한 몸이 찾은 것은 이상하게도 이 영화였다. 어떤 영화인지도 모르고 그냥 무작정 보기 시작했고 피곤함은 잊은 채 그냥 아주 잔잔한 물낯처럼 평온한 상태가 되었다.

 

 

 

"우리 집은 진짜 왜 이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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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의 사연이 있고 삶이 있다. 우리는 서로 너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못하다. 가족도 예외는 없다. 아니 오히려 우리는 가족이 아닌 이들에게 더 많은 내 이야기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우리 집은 진짜 왜 이럴까'라는 말 한마디를 시작으로 두 아이는 강력한 이끌림을 느꼈을 것이다. 더 많이 이야기를 나눴고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를 보다 보면 상자가 자주 등장한다. 하나는 엄마의 여권과 아빠의 핸드폰을 침대 아래의 상자에 숨기고 테이프로 꽁꽁 둘러쌌다. 하나는 그렇게 꽁꽁 숨겨온 상자를 열어 유미와 유진이 앞에 와르르 쏟는다. 상자는 하나의 마음 같았다. 아주 분명하게 모든 것들을 설명할 수 없지만, 그간 숨겨왔던 그 누구에게도 이야기할 수 없었던 하나의 집에 대한 모습을 그 아이들 앞에 간접적으로 쏟아내는 듯했다.

 

유미와 유진이는 상자를 모아 예쁘게 꾸몄다. 그리고 세 아이는 상자로 함께 집을 만들었다. 상자는 아이들이 꿈꾸는 집이었다. 하나씩 천천히 높게 쌓아 내 손으로 직접 만든 우리집. 결국엔 밟히고 무너졌지만 말이다. 그들이 만든 집은 이상이었고 그들이 망가뜨린 집은 현실이었다고 생각한다.

 

 

 

주인공은 세 명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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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 세명이다. 가장 나이 많은 하나도 초등학교 5학년이다. 이 작은 아이들의 성장영화 아닌 성장영화. 웃음이 나올 정도로 귀엽고 또 기발한 듯 뻔한 행동을 하기도 하지만, 때론 이미 다 커버린 것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영화를 보며 이들에게 느낀 감정은 사랑과 연민이었다. 다른 이의 가정사를 알고 감히 내가 그들에게 연민을 가지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생각했다.

 

'우리집'은 누구나 갖고 있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 숙제 같은 가족의 문제를 풀기 위해 어른들 대신 직접 나선 동네 삼총사의 빛나는 용기와 찬란한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왜 이들은 가족의 문제를 어른의 시선이 아닌 아이들의 시선에서 바라보았을까. 낯설지 않은, 누군가에게는 일상일 그 이야기를 아이들의 시선에서 그려냈기에 내가 느낀 연민은 더 컸던 것 같다. 그래 분명히 더 와닿았다.

 

영화 '우리집'의 윤가은 감독이 가장 사랑하고 잘 할 수 있는 것이 아이들의 세계를 그려내는 것이라고 한다. 감독의 내면에 담긴 이야기를 아이들의 감정을 통해 풀어내는 것. 윤가은 감독의 작품 중 '우리들' 또한 아이들에 포커스를 맞추어, '우리집' 보다 앞서 제작된 영화이다. 후에 알게 된 것은 영화 '우리집'이 '우리들'의 연장 이야기라는 것. 영화 '우리들'을 먼저 볼 걸 하는 아쉬움이 없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 영화를 통해 윤가은이라는 사람에게, 또 그의 작품에 참 다양한 방면으로 매력을 느꼈다.

 

 

 

잔잔하지만 거대한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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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스럽지 않다. 아주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모든 소리를 빼고 대사만 남긴다던가, 대사마저 빼고 자막만 띄워도 똑같을 거라고 생각했다. 표정 하나 몸짓 하나 그리고 카메라가 지나는 곳 모든 것들이, 그 색들이 이 영화를 채워나간다.

 

부드럽지만 생기 있는 색감이 눈에 띈다. 반복해서 나오는 노란 달걀이라든가 아이들이 입은 색색의 옷들 그리고 예쁘게 꾸민 다양한 색의 상자들. 연약하고 힘이 없어 보이지만 모두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라도 하듯 소리 없이도 그들은 끝없이 외치고 있었다.

 

영화 '벌새'도 그랬다. 무언가 특별한 것은 없었다. 원래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들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일상을 그려냈지만 그 고요한 외침은 이상하게도 마음에 거대한 물결을 일으켰더랬다. 시간이 지날수록 파도는 더 높아졌다. 더 눈길이 가고 들여다보게 되더라. 그리고 그 안에서 내 모습을 찾게 된다.

 


 

우리집 그리고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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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식탁에 앉아 함께 밥을 먹는 것, 함께 가족 여행을 떠나는 것 혹은 하나가 그랬던 것처럼 깨지지 않도록 끝까지 지켜내야 하는 것. 누군가는 끝까지 지켜내고자 하는 것. 영화 '우리집'은 너무 평범해서 혹은 평범하지 않아서 쉬이 꺼내지 않았던 가족에 대한 생각을 펼치게 한다.

 

우리가 이상적으로 그려내는 가족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퇴근 후 가족은 반갑게 가장을 맞이하고 주말, 혹은 시간을 내어 함께 즐거운 여행을 떠난다. 식탁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서로의 하루를 나누며 행복하게 웃는다.

 

일반화하려는 생각은 없다. 하지만 정말 우리가 생각하는 가족의 모습, 그 형태를 하고 있는 가정은 얼마나 될까 의문이 들었다. '가족은 그래야 한다'라는 암묵적인 사회의 압박이 존재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대부분, 어쩌면 그 반대일 사람들이, '그래도 가족이니까', '남는 건 가족이잖아', '피는 물보다 진하다' 라는 말들에 아무렇지 않게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언니는 계속 우리 언니 해줄거지?" 

 

하지만 분명히 그렇지 못하는 이들도 많을 거다. 윤가은 감독이 그려낸 아이들의 시선을 시작으로, 성장하며 부딪힌 가족에 대한 의무감과 압박에도 '비이상적인 가족'의 형태를 이유로 속앓이를 하는 아이들이 많을 거다. 때로는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더욱 편하고 그와 함께 하는 것이 더 즐거울 수 있다. 가족과 함께 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그와 함께 하는 것이 행복할 수 있다.

 

'우리' 그리고 '가족'에 대해서 참 많은 생각이 들게 해주는 영화. 항상 그러하듯 시선은 영화 내면에서 더 깊은 내면을 향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치 매일 다니는 길처럼 이정표 없이도 시선은 자연스럽게 나의 내면으로 향한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그려냈기에 더욱더 진실되고 깊게 느낄 수 있었던, 수많은 감정들이 쌓고 또 쌓이는, 그리고 다시 시선을 돌려 나의 생각을 걷고 또 걷는 영화.

 




[정두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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