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언젠가 나를 생각해주기를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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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좀 울고 싶었다. 복합적인 감정이다. 괜찮다고 여겼던 것들이 오늘은 하나도 괜찮지가 않은 것 같다. 요즘 들어 부쩍 그 아이가 내 꿈에 나온다. 내게 무얼 얘기하려는 건지. 내가 많이 그리워하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내가 좀 더 좋아했던 감정이 지금도 이렇게 불현듯 나를 옭아매는 것인지. 상처받았고, 다시 돌려주려 했던 상처들이 지금은 다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의 말처럼 괴로웠던 그때, 조금만 떨어져서 생각할 시간을 가졌더라면 지금 이렇게 나를 괴롭히는 후회 비슷한 감정이 덜 했을까.
얼마 전 생일이었던 너는 여전히 너의 주변 사람들과 잘 지내고 있겠지. 한 두 해를 보낸 사이도 아닌 너를 그렇게 보내지 말았어야 했다는 생각과 왜 그때도 여전히 넌 나보다 용기를 내는 거에 적극적이지 않은지, 서툴고 투박했는지 너에 대한 원망이 함께 떠오르지만, 그 원망이 예전과는 다른 크기로 떠올라.
다시는 안 볼 사람으로 돌아서고 난 며칠 뒤 우연히 지하철에서 듣고 있던 음악은 한 인디가수의노래였다. 제목은 생각나지 않지만, 그냥 계속 곱씹게 됐던 내용은 헤어진 누군가를 잊지 못할 거라는 얘기. 일상에 늘 그림자처럼 따라다닐 거라던 얘기들이었다. 그땐 왜 하필 그 노래가 나왔느냐며 나는 그렇게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난 예외일 거로 생각했다.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 여전히 문득문득 떠오르는 기억은 그때의 그 노래처럼 괴롭게도 어찌할 수가 없다.
이렇게 된 게 내가 얼마 전 다시 보게 된 고전영화를 보고 난 후유증 때문인 것인지, 너의 생일이 지난 지 며칠 되지 않아서인지, 그냥 지금도 함께였다면 더 얘기할 거리가 많았을 거라는 아쉬움 때문인지. 그것들이 그냥 다 복합적이다. 이제는 연락처도 모르는 사이가 되어버린. 남보다도 더 못한 사이가 되어버린 우리가 왜 이렇게까지 되었느냐는 의미 없는 질문과 대답 없는 정적만이 주위를 맴돌 뿐이다.
그럴듯한 말들로 포장한 채, 도망쳐 버린 얼마간의 여정을 애써 돌아보지 않고 외면해왔다. 후회하지 않지만 누군가가 물어올 때면 변명을 하는 듯한 내 모습이 나 자신의 치부처럼 나를 괴롭혔다.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한 번이면 충분할 살갗을 도려내는 아픔 같은 도망. 사실은 견딜 수 없을 것 같았고, 두려웠다고 고백한다. 내면을 마주하고 고백했으니, 이제 더는 자책하지 않고, 더 좋게 변화하리라 다짐한다. 이젠 정말 괜찮다고 얘기하고 싶다.
내게 잘못한 모든 이들을 용서한다. 그리고 내가 상처 준 모든 이들에게 용서를 구한다. 불과 1년여 전 내 일기장에 적혀있던 글귀이다. 그때 당시엔 내게 잘못한 모든 이들을 용서한다는 말에 초점을 두었다. 1년이 지나고 보니, 나 역시 누군가에겐 상처를 주고 보기 싫은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제는 두 문장에 똑같은 퍼센트의 의미를 부여한다. 용서를 구하고 용서를 한다.
아직 내게 다가오지 않은 또 다른 기회에 관해 어서 빨리 다가오길 바라는 마음이 앞서서 조급하고 걱정되고 눈물이 났다. 겉으로는 꽤 괜찮은 척했지만, 신 앞에서만은 솔직하고자 했던 나 자신을 내보이고 털어놓고 싶었다. 오늘은 그냥 그러고 싶다. 더는 불안하지 않게 다시 나는 내 기회를 마주하고 싶고, 이제는 정말 그럴 준비가 되어 있다.
도망친 나를 벌하는 것이라면 이제는 벌을 걷어내어 마음을 붙일 수 있는 안식처에 기대어 쉬고 싶다. 자기혐오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는 내 치부 같은 도망에 한동안 괴로웠다. 괴로움으로 나는 그 벌을 받은 거라 생각한다. 간절히 안식처를 원한다고 그분께 말씀드리고 싶다. 이제 정말 준비가 되었는데. 주저앉지 않도록 내 손을 잡아주시어 기회를 만나도록 해주시길 간절히 소망한다.
짙푸른 초록색과 살이 타들어 갈 듯한 눈 부신 햇살, 잎사귀들이 흩날리며 내는 여름의 바람 소리가 그립다. 나와는 전혀 상관없을 그 세상이 오늘은 보고 싶고 그립다. 죽기 전에 만나 볼 수나 있을까. 내가 꿈꿔왔던 그 광경들을.
부족함 없이 행복하고 싶다. 진심으로. 사랑하는 가족만큼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고, 연인을 만나고 싶다. 그간에 뭐든 다 아는 듯 많은 얘기를 쏟아부었던 나의 언질을 반성한다. 침묵이라는 단어와 절제라는 덕목이 중요하다는 걸 이제는 안다.
[정선희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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