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언젠가 나를 생각해주기를 [사람]

너도 가끔은 같은 마음이길
글 입력 2020.01.17 15:3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vapor-4763904_960_720.jpg

 

 

오늘은 좀 울고 싶었다. 복합적인 감정이다. 괜찮다고 여겼던 것들이 오늘은 하나도 괜찮지가 않은 것 같다. 요즘 들어 부쩍 그 아이가 내 꿈에 나온다. 내게 무얼 얘기하려는 건지. 내가 많이 그리워하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내가 좀 더 좋아했던 감정이 지금도 이렇게 불현듯 나를 옭아매는 것인지. 상처받았고, 다시 돌려주려 했던 상처들이 지금은 다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의 말처럼 괴로웠던 그때, 조금만 떨어져서 생각할 시간을 가졌더라면 지금 이렇게 나를 괴롭히는 후회 비슷한 감정이 덜 했을까.

 

얼마 전 생일이었던 너는 여전히 너의 주변 사람들과 잘 지내고 있겠지. 한 두 해를 보낸 사이도 아닌 너를 그렇게 보내지 말았어야 했다는 생각과 왜 그때도 여전히 넌 나보다 용기를 내는 거에 적극적이지 않은지, 서툴고 투박했는지 너에 대한 원망이 함께 떠오르지만, 그 원망이 예전과는 다른 크기로 떠올라.

 

다시는 안 볼 사람으로 돌아서고 난 며칠 뒤 우연히 지하철에서 듣고 있던 음악은 한 인디가수의노래였다. 제목은 생각나지 않지만, 그냥 계속 곱씹게 됐던 내용은 헤어진 누군가를 잊지 못할 거라는 얘기. 일상에 늘 그림자처럼 따라다닐 거라던 얘기들이었다. 그땐 왜 하필 그 노래가 나왔느냐며 나는 그렇게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난 예외일 거로 생각했다.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 여전히 문득문득 떠오르는 기억은 그때의 그 노래처럼 괴롭게도 어찌할 수가 없다.

 

이렇게 된 게 내가 얼마 전 다시 보게 된 고전영화를 보고 난 후유증 때문인 것인지, 너의 생일이 지난 지 며칠 되지 않아서인지, 그냥 지금도 함께였다면 더 얘기할 거리가 많았을 거라는 아쉬움 때문인지. 그것들이 그냥 다 복합적이다. 이제는 연락처도 모르는 사이가 되어버린. 남보다도 더 못한 사이가 되어버린 우리가 왜 이렇게까지 되었느냐는 의미 없는 질문과 대답 없는 정적만이 주위를 맴돌 뿐이다.

 

 

sunset-4690517_960_720.jpg

 

 

그럴듯한 말들로 포장한 채, 도망쳐 버린 얼마간의 여정을 애써 돌아보지 않고 외면해왔다. 후회하지 않지만 누군가가 물어올 때면 변명을 하는 듯한 내 모습이 나 자신의 치부처럼 나를 괴롭혔다.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한 번이면 충분할 살갗을 도려내는 아픔 같은 도망. 사실은 견딜 수 없을 것 같았고, 두려웠다고 고백한다. 내면을 마주하고 고백했으니, 이제 더는 자책하지 않고, 더 좋게 변화하리라 다짐한다. 이젠 정말 괜찮다고 얘기하고 싶다.

 

내게 잘못한 모든 이들을 용서한다. 그리고 내가 상처 준 모든 이들에게 용서를 구한다. 불과 1년여 전 내 일기장에 적혀있던 글귀이다. 그때 당시엔 내게 잘못한 모든 이들을 용서한다는 말에 초점을 두었다. 1년이 지나고 보니, 나 역시 누군가에겐 상처를 주고 보기 싫은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제는 두 문장에 똑같은 퍼센트의 의미를 부여한다. 용서를 구하고 용서를 한다.

 

아직 내게 다가오지 않은 또 다른 기회에 관해 어서 빨리 다가오길 바라는 마음이 앞서서 조급하고 걱정되고 눈물이 났다. 겉으로는 꽤 괜찮은 척했지만, 신 앞에서만은 솔직하고자 했던 나 자신을 내보이고 털어놓고 싶었다. 오늘은 그냥 그러고 싶다. 더는 불안하지 않게 다시 나는 내 기회를 마주하고 싶고, 이제는 정말 그럴 준비가 되어 있다.

 

 

matera-1487283_960_720.jpg

 

 

도망친 나를 벌하는 것이라면 이제는 벌을 걷어내어 마음을 붙일 수 있는 안식처에 기대어 쉬고 싶다. 자기혐오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는 내 치부 같은 도망에 한동안 괴로웠다. 괴로움으로 나는 그 벌을 받은 거라 생각한다. 간절히 안식처를 원한다고 그분께 말씀드리고 싶다. 이제 정말 준비가 되었는데. 주저앉지 않도록 내 손을 잡아주시어 기회를 만나도록 해주시길 간절히 소망한다.

 

짙푸른 초록색과 살이 타들어 갈 듯한 눈 부신 햇살, 잎사귀들이 흩날리며 내는 여름의 바람 소리가 그립다. 나와는 전혀 상관없을 그 세상이 오늘은 보고 싶고 그립다. 죽기 전에 만나 볼 수나 있을까. 내가 꿈꿔왔던 그 광경들을.

 

부족함 없이 행복하고 싶다. 진심으로. 사랑하는 가족만큼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고, 연인을 만나고 싶다. 그간에 뭐든 다 아는 듯 많은 얘기를 쏟아부었던 나의 언질을 반성한다. 침묵이라는 단어와 절제라는 덕목이 중요하다는 걸 이제는 안다.

 

 

[정선희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