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진실된 감정의 소용돌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글 입력 2020.01.13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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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동안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무겁게 느껴졌다. 주인공 엘리오의 감정을 열심히 따라가려고 노력했지만 이해하기 힘들었다. 사랑에 빠진 17살의 복잡하고 변덕스럽고 노골적인 심리가 책의 전반부, 중반부 내내 매 페이지마다 이어지는데, 소용돌이치는 소년의 감정을 받아들이기가 읽어가기가 부담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앞서 말했듯 엘리오의 감정에 대한 묘사가 정말 섬세하고 솔직하고 노골적이다. 퀴어 장르 도서를 처음 읽어본 것도 있지만 평소 로맨스 소설 자체를 많이 읽지 않는 편이라, 이 책에 나온 감정 묘사가 정말 놀랍고 충격적으로 느껴졌다.


엘리오는 혼란스러운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스스로에게 솔직했다. 어쩌면 솔직하고 순수한 사랑을 보여줬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동시에 그 인물의 속내가 얼마나 더럽고 찌질하고 어리석은 지도 그대로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이 책을 읽기 전에 나는 책에 대해서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깨달음, 인생 교훈 그런 것들을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그래서 읽는 동안 내가 생각하고 있던 내용과는 많이 달라서 혼란스러웠다. 책의 가장 마지막 챕터를 만나기 전까지는.


책의 대부분 내용이 엘리오의 감정에 집중되어 있는데, 그래서 뭐?라는 생각과 함께, 이 주인공을 정말 이해할 수 없다.라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다. 그중에서 하나를 말하자면, 마르지아를 통해 자신의 욕구를 채우면서도 올리버에게 자신을 줘버리는 엘리오의 행동이다. 그렇지만 솔직한 ‘엘리오’이기 때문에, 그의 감정이 ‘그렇다’라고 말하고 있고 독자로서 그 감정선을 따라 읽고 있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사랑에 관해서는 스스로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고 외면했던 경험이 많아서, 엘리오의 감정이 더 크게 느껴졌다. 하지만 솔직하게 감정을 드러내고 했던 행동들과 다르게 초반에 올리버에 대한 사랑이 막 피어올랐을 시점에 엘리오는 그의 앞에서 절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 했다. 자신의 감정을 그가 함부로 할까, 자신의 약점이 될까 방어막을 치는 듯 조심한다. 그런 감정선은 흔히 볼 수 있는 패턴이고, 공감되는 장면이었다.

 

올리버와 자신의 애매하고 모호한 관계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며 엘리오가 이렇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를 피하고 모든 연결점을 하나씩 끊어 내는 법을 배워야 한다. 신경외과의가 뉴런을 분리하듯 괴로운 희망 사항을 잘라 내야 한다. 정원에 나가는 것도 염탐하는 짓도 한밤중의 시내 외출도 그만두고, 중독자가 그러하듯 하루마다 한 시간마다 1분마다 조금씩 끊어야 한다. 할 수 있다.


- p.112


 

내 마음을 흔드는 사람 때문에 너무 괴로워서 모든 걸 다 끝내고 싶은 감정이 잘 묘사되었다. 이전에는 ‘차라리 올리버가 떠났으면 좋겠다’, ‘그가 죽었으면 좋겠다.’ 하는 과격한 생각을 하는 장면도 있었지만 그때보다 더 세세하고 그래서 더 극단적인 감정으로 느껴지는 묘사인 것 같다.


극단적이지만 정말 아주 진실 되게 느껴졌던 건, 저 부분이 이 책에서 가장 공감되고 이해되는 감정선이었기 때문이다. 과격하고 다이내믹한, 사랑에 빠진 사람의 심리를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

 

주인공들이 Call me by your name. "너의 이름으로 나를 불러줘"라고 말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그가 내가 되고 내가 그가 되는 것. 그게 이 책이 말하는 진정한 사랑인가. 책을 읽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이 대사에 공감을 할지 궁금했다.

 

마지막 장을 읽고 나서, 이 책에서 말하는 사랑에 대한 표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시간이 아주 많이 지나서 그때처럼 똑같이 사랑할 수는 없지만 여전히 나에겐 당신이 있고 당신에게는 내가 있을 거라는 걸 잊지 않겠다는 것. 그것에 대한 표현이 아닐까.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 CALL ME BY YOUR NAME -


지은이
안드레 애치먼(André Aciman)
 
옮긴이 : 정지현

출판사 : 도서출판 잔

분야
영미소설

규격
130×195(mm) / 페이퍼백

쪽 수 : 316쪽

발행일
2019년 12월 16일

정가 : 13,800원

ISBN
979-11-90234-01-6 (03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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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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