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와 모델] 김승환

글 입력 2020.01.06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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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것 세 가지. 사람 만나기 + 그림 그리기 + 글 쓰기 더해서 만들었어. 그래서 나는 이 프로젝트가 너무 좋아. 

-음식도 그럴걸. 음식도 맛있는 거 다 합치면 더 맛있는 음식이 되잖아.

맞아. 바로 그거야.


이 친구와 대화할 때면, 서로 마이웨이가 강하기 때문에 '너와 내가 독립되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좋다.


네 볼살은 여전하네. 너도, 나도.

-그래서 동안일지도 몰라. 전에 비해서 줄어들긴 했는데, 그래도 없어지지는 않나봐. 너 처음 봤을 때 햄스터였는데 (웃음)

햄스터라니... 하긴 우리 둘 다 동안이긴 하지. 지금도 평균 26살 듣고, 더 어리게는 22-23살도 들어.

-우리 20살까지 내려갈 수 있을지도 몰라.

아마 스타일하고 말투 바꾸면 되 것 같기도 하고?


적당한 마이웨이와, 적당한 시원하고 시니컬한 태도, 기본적으로 사람을 선호하는 성향, 말투와 주위를 보는 감성까지 거의 다 비슷한 친구이다. 서울와서 처음 사귄 친구. 이번에 마침 백수가 되어서 '웰컴 투 백수 월드. 위아 더 월드'를 시행하고 있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친구이다. 나는 이 친구를 소개할 수 있게 되어서 기쁘다. 나는 그림을 그리고, 친구는 글을 썼다. 전부터 궁금했던 걸 이참에 물어보았다.


소설 쓰는 게 왜 좋아? 나는 에세이 아니면 비평만 쓰거든. 창작하는 데는 관심이 없는데, 소설을 꾸준히 쓰는 네가 대단해. 

-음,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어. 하나는, 우리는 보통 한 개의 삶 밖에 살지 못하잖아. 그런데 소설은 다양한 삶을 살 수가 있어. 여러 가지 삶을 살 수 있어서 좋아해. 그리고 두 번째는 이야기를 만드는 게 좋아. 내가 세계를 창조할 수 있으니까. 재미있어서 하는 거지. 나는 주위 사람들을 관찰하고 소재 삼아서 쓰는 편이야. 그래서 내가 쓴 소설은 있을 법하기도 하고 친숙하기도 하고. 다양한 삶을 보여주고 싶어.



김승환1.jpg



담백한 내 친구. 입고 있는 베이지색 후리스가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도 베이지색 후리스였네. 생각해보니 지난번에 그렸던 '김민진'도 베이지색 보들보들한 담요였는데 비슷한 느낌이다. 결이 비슷한 친구니까 색도 느낌도 비슷하게 나온다.

 

왠지 색보다는 라인으로 그리고 싶었다. 선을 긋고 나서 색을 점점 칠했다. 배경이 크래프트지여서 진한 가운데 밝은 색으로 하이라이트를 주니, 흰 배경보다 표가 나서 좋았다. 왠지 노란색과 파란색 대비를 많이쓰게 되는 친구다. 분명히 내가 느끼는 친구는 베이지색 후리스인데, 그림을 그리니 파란색과 대비도 강하게 느껴졌다.


*


너를 소재로 쓸 수 있을 것 같아. 메모해야지. 네가 지난주에 말했던 '사주 이야기'도 괜찮았는데. 이번에 너는 사람을 인터뷰하고 그리면서 스스로를 알아가는 그런 소재로 쓸 수 있겠다.

-쓰게 되면 알려줘. 궁금해. 보고싶어.



김승환2.jpg



회색비라는 닉네임이 너무 잘 어울리는 친구이다. 너무 알고 지낸 지가 오래여서, 너무 편안해서, 심리적으로 안정되어서 그런지 자화상을 그릴 때와 비슷하게 특징이 잘 안보인다. 흐릿한 느낌이다. 너무 가까우면 잘 보이지 않는 구나. 오히려 정보의 양과 직관적인 느낌은 반비례하는 건가? 잘 모를수록 오히려 더 특징이 잘 나오는 것 같기도 하고. 이상하네. 감각이란.. 역시 그림은 어렵고 그래서 더 흥미롭다. 전에 베이지색 담요인 친구와 이 친구는 결이 비슷한데도, 그림은 반대로 뚜렷하게 나와서 신기했다.


나는 네 입꼬리가 마음에 들어. 올라가있거든. 입만 그리고, 전반적으로 느껴지는 건 배경 색으로 표현했다. 확실히, 처음 그릴 땐 상대를 파악하기 위해 선과 색을 많이 쓰게 되고, 두번 째 그릴 때는 상대를 알기에 전보다는 훨씬 간략하게 그릴 수 있게 된다. 표현하기가 비교적 수월하다. 상대에 대해 조금씩 익숙해져서 그런걸까.


너는 글을 쓰고, 나는 그림을 그리고. 평화로운 백수들의 평일 낮 시간이었다. 우리 동네 여행을 하자 지난 번처럼. 글을 쓰기 위해선 경험과 사색이 아주 많이 필요하니까.

 


[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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