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붓이 만드는 각자의 무드 [시각예술]

<감자 먹는 사람들>과 <밤의 카페 풍경>이 그 무드를 함축하는 방식에 대하여
글 입력 2020.01.02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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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의 두 작품, <감자 먹는 사람들>과 <밤의 카페 풍경>은 모두 실내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작은 테이블 근처에 모여있는 모양새를 하고 있는 <감자 먹는 사람들>과는 달리 <밤의 카페 풍경>은 인물로 보이는 형상들이 거리를 두고 멀리 떨어져있다.

 

직관적인 분위기만 본다면 두 작품에 차이가 굉장히 두드러진다. <감자 먹는 사람들>은 전체적으로 어두운 배경에 불빛 하나에 의존하는 사람들을 그리고 있고, <밤의 카페 풍경>은 강렬한 색채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럼에도 두 작품 모두 공통적으로 그리고 있는 요소들이 있는데 바로 빛, 나무, 그리고 인물들이다. 하지만 이들을 묘사한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먼저, 두 작품은 모두 붓의 흔적이 잘 드러난다. <밤의 카페 풍경>이 더욱 가시적이기는 하지만 <감자 먹는 사람들>에서 등장하는 사람들의 손이나 테이블을 그린 방식을 본다면 둘 모두 그렇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붓의 흔적을 인위적으로 가리거나 부드럽게 하려 하지 않고 붓과 물감의 질감을 그대로 살려냈다. 하지만 동시에 <감자 먹는 사람들>의 붓터치가 <밤의 카페 풍경>에 비해서는 조금 부드러워 보이는데, 이는 전체적인 작품의 무드를 만들어낸다.

 

<감자 먹는 사람들>에서는 질감보다는 사람들의 표정이나 자세에서 그 ‘거침’이 잘 드러나는 편이다. 가장 왼편에 위치한 남성의 옆모습은 비례적으로 이상한 모습을 취하고 있다. 또한 인물들의 얼굴에는 굴곡과 명암이 두드러진다. 감자 쪽을 바라보고 있는 중앙의 인물은 거의 그림자처럼 표현되어 형체를 알아보기 쉽지 않지만 언뜻 비스듬히 보이는 얼굴의 굴곡도 마찬가지로 거칠다.

 

하지만 이와는 대조적으로 인물들의 표정은 그리 거칠어보이지 않는다. 김이 따듯하게 올라오는 감자를 둘러싸고 중심을 이루는 두 인물은 각자 옆에 위치한 사람들을 바라보며 연민 섞인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다. 이러한 지점에서 <감자 먹는 사람들>은 하나의 캔버스 안에서 대조적인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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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먹는 사람들>이 인물을 그 중심에 두고 대조를 이루어내고 있다면 <밤의 카페 풍경>은 방식에 조금 차이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전체적으로 강렬한 색감과 넓은 배경을 보여주고 있는 이 작품은 사람이 아닌 당구대로 보이는 오브제를 중심에 두고 인물들을 주위에 배치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단 한명 뿐인데 당구대 옆에 서있는 하얀색 옷을 입은 남성이다.

 

나머지 인물들은 거의 배경에 흡수된 것처럼 구석에 배치되어 있고 색감 역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또한 눈에 띄는 그 한명의 인물 마저도 얼굴이 모두 소거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면서 이 작품은 ‘인물’에 대한 작품이 아니라 ‘공간’과 ‘빛’에 대한 작품임을 명시적으로 암시하고 있다.

 

<감자 먹는 사람들>이 하나의 빛을 중심으로 인물들이 모여있는 형상을 그렸다면, <밤의 카페 풍경>은 세 불빛을 연달아 놓고 인물들을 주위에 퍼트려놓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작품은 <감자 먹는 사람들>과 달리 이렇다할 중심이 없어보이는데, 그렇기에 그 공간이 더욱 넓어보이기도 한다.


<감자 먹는 사람들>이 인물의 표정과 인물 형상으로 대조를 형상화했다면 <밤의 카페 풍경>은 초록색과 빨간색, 노란색이라는 원색의 색차를 사용하고 있다. 전체적인 구도는 퍼져있지만 색감은 통일적인 구조를 이루면서 공간감을 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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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작품 모두 바닥과 테이블에 나무를 배치하면서 나무의 질감을 각자의 방식대로 표현하고 있지만 이 역시 전체적인 무드를 반영하면서 차이를 보인다.


<감자 먹는 사람들>은 특유의 꽉 차있는 공간감과 따듯한 느낌의 오브제, 질감등을 배치하면서 부드러운 느낌의 나무를 그려내지만 <밤의 카페 풍경>은 소거된 표정과 강렬한 색감, 퍼져있는 공간감 등의 무드를 나무의 거친 질감이 그대로 함축하고 있다.

 

이와 같은 두 작품의 차이는 반 고흐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나뉘지만 둘 모두 각자의 무드를 하나의 대상에 함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김혜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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