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요즘 세상에 책을 만든다는 건 - 출판저널 514호 [도서]

이 책을 책상 위에 올려두고 나는 책에 대해 생각한다. 책은 무엇이었고, 지금은 무엇이고 앞으로 무엇이어야 할까.
글 입력 2020.01.02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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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책을 만든다는 건


 

이 책을 책상 위에 올려두고 나는 책에 대해 생각한다. 책은 무엇이었고, 지금은 무엇이고 앞으로 무엇이어야 할까.  나는 스스로를 글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산다. 변변한 책 한 권은커녕 원고를 들이밀어 본 적도 없으면서 그렇다. 공개된 곳에 내 글을 보여줄 기회가 전혀 없던 시절부터 그래왔다. 읽고 쓰는 건 내가 배운 몇 안 되는 삶의 방식이다. 그래서인지 다양한 유형의 콘텐츠를 만나면서도 유독 책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그런데 콘텐츠학과에서 공부하다보면 출판업계가 침체기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된다. 사람들의 평균 독서량은 적고, 다른 콘텐츠 업계와 비교하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도 출판도 영영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형태는 얼마든지 변할 것이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종이 책의 질감과 감성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음에도 책은 꾸준히 전자책과 오디오북으로 변화하고 있다. 출판 역시 그 양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출판사에서 일방적으로 책을 제작하던 형태에서 벗어나 시장과 독자가 원하는 책을 기획해 원고를 받고 출판하는 경우가 늘고 있고, 독립 출판은 물론 팬들의 요청을 받아 작가들의 2차 창작 작품을 책으로 제작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출판업계는 위기 속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앞길을 모색하고 있다. 그럼에도 영화, 게임 등 다른 콘텐츠에 비해 그 영역이 축소되어 가는 듯한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출판을 떠올리면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 동경과 안타까움, 걱정과 기대도 있다. 출판 업계 최전선에 계시는 분들은 출판계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출판 저널 514호’는 이번 호 매거진을 통해 책문화생태계 모색과 대안, 출판인재 양성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묻는다.



출판저널 514호 입체표지.jpg


 

언제나 그랬듯이 책은 나에게 하나의 ‘언어’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고 전달받는 매개체이거나 즐거움, 위로, 감동 등의 감정을 경험하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작가와 대화를 하듯 책을 읽는 마음이 크다. 글을 쓸 때 역시 모르는 사람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는 마음으로 쓴다. 다시 말해 나에게 책은 단순한 지식이나 감정이 아니라 소통의 한 방식이다.


그러나 물론 이 전제는 책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영화도, 연극도, 뮤지컬도, 게임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각자 잘 할 수 있는 역할이 조금씩은 다르지 않을까. 책의 역할과 장점이 되는 영역이 분명 있다는 것이다. 이제 그 고민을 다시 시작해야 될 때이지 않을까.


사람들이 종이책을 잘 안 읽는 시대가 된 것은 이전까지 책만 할 수 있었던 중요한 역할들을 다른 매체에서 효과적으로 해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컨대, 영상 매체들은 시각화된 형태로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거나 사람들의 관심을 보다 쉽게 끌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사실이 영상 매체가 책보다 뛰어나다는 증거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책이 가지고 있는 정보의 집약성이나 효율성, 상상력을 자극하는 특유의 방식 등을 고려하면 역할이 다르다고 인식하는게 바람직한 방향이다.


또한 책이라는 기반이 있었기 때문에 그 위에 다른 콘텐츠가 설 수 있었을 것이다. 책은 시대의 풍향계라고도 불린다. 책 혹은 출판 형태로 제시되는 논의들이 우리사회와 여타 다른 콘텐츠들에 끼치는 영향력은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지금 출판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고, 변화해야 할 것이며 책이 잘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묻는 물음은 필요함을 넘어서 필수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2019연중특별기획+서점의미래+우분투북스+외관.JPG

 

 

출판은 무엇인가, 서점과 도서관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 것인가. 그 고민이 여기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2019 연중특별기획 1 – 서점의 미래/ 2019 연중특별기획 2 – 서점의 미래/ 2019 연중특별기획 – 사서에게 듣는 도서관 이야기) 그 외에도 감옥을 개조해 도서관으로 만듦으로써 문화재생을 이뤄낸 리이우와르던 도서관의 사례, 2020년도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산 편성 내용, 출판계의 중요 이슈들도 책에 담겨있다.  특히 이번 호에 특집좌담으로 편성된 ‘책문화생태계 모색과 대안 - 출판인재 양성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논의는 관심을 가지고 살펴볼만 하다.


<출판저널>은 이처럼 다양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인상깊었던 한 대목만 더 함께 공유하려고 한다. <출판저널>이 선정한 이달의 책 – 편집자 기획노트 파트에 김병진의 <러시아 그림노트>를 담당하신 미니엄의 허주영 대표님이 쓰신 ‘무용하지만 아름다운’이라는 제목의 글이다. 한 대목을 옮긴다.

 


가까운 후배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선배는 이 책을 왜 내려고 해요?”

나는 상기되어서 답했다. “내가 가지고 싶어서!”

후배가 작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냥 한 부 출력해서 가지세요.”

떼를 쓰듯 우겼다. “세상에 나 같은 사람들 더 있지 않을까?”



어떤 관점으로 보면 내가 읽고 싶은 책, 갖고 싶은 책을 만드는 것은 편집자의 욕심일지도 모른다. 개인의 취향보다는 시장 상황과 다수 독자의 수요를 예측하는게 일반적으로 편집자가 해야 할 일일 테니까. 본인이 갖고 싶은 책이라고 해서 책을 내는 행위는 수익을 창출하는 데는 '무용한' 전략일 것이다.


그렇지만 본인이 사랑하는 글을 책으로 펴내는 마음. 이게 바로 출판을 하는 사람의 마음이어야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대표님의 생각은 '아름다운' 것이다. 그 무용하지만 아름다운 시도를 존중하고 지지한다. 이런 마음으로 만들어진 책이라면 기꺼이 읽어보고싶다.


무용하지만 아름다운 것들을 포기하지 않는 것. 그게 바로 삶의 목적이자 문화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추구해야 할 가치라고 나는 생각한다. 문화예술 산업이 그런 마음으로만 이뤄질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얼마간은 고집을 부려보고 싶은 마음과 함께 책을 덮는다.

 


[김인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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